이일표 인턴기자의 셀틱스 경기 관람기 |
보스톤코리아 2009-04-05, 21:29:35 |
‘가장 미국적인 미국 스포츠 문화’
돌아오는 4월이면 어느덧 어학연수생 신분으로 미국에 온 지 석 달, 보스톤에 발을 디딘지도 두 달이 넘어 간다. 미국에 온 이상 세계 초일류 강대국인 이 나라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하고 가는 것이 영어보다 더 큰 개인적 목표였다. 허나 체류 기간의 사분의 일이 지나고 있는 지금 시점의 냉정한 평가는 그리 후한 점수가 아니다. 핑계를 대자면 우선 매일 꼬박꼬박 정해진 스케쥴의 학원 수업을 들어야 한다. 흔히 어학연수생들이 출석율이 저조하고 학원 수업에도 그리 성의가 없다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선불로 낸 비싼 달러를 생각하면 수업 시간에 한눈 파는 것도 아깝다. 취재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 수업을 빠지기라도 하는 날은 부모님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려 꿈자리가 불편할 정도다. 아무튼 나의 화두는 가장 미국적인 것을 찾아내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모습을 생산해내는 ‘고갱이’. 어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가 불황일수록 스포츠에 대한 열기는 반대로 고조된다고 한다. 축구를 제외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천국인 이 곳 미국에서 이 상관관계를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최악의 경기 침체기인 올해, 보스톤에 사는 하나의 재미일 것이다. 우연히 보스톤 셀틱스의 홈경기 직접 경기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NBA라면 초등학생 시절, 찰스 바클리(전 피닉스 선스)와 마이클 조던(전 시카고 불스)이 활약하던 시절 잠시 관심 가져본 기억 말곤 없다. 그것도 친구 녀석이 NBA에 대해 하도 아는 체를 해 기죽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접근한 것이다. 셀틱스 표는 갑작스런 횡재여서 그 흔한 녹색 티 하나 걸치지 못하고 서둘러 셀틱스의 홈구장인 TD Banknorth Garden으로 향했다. 초행길의 우리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것은 표 팔라고 흥정하는 아저씨. 정문 앞에서 당당하게 표를 보여 달라기에 구장직원으로 착각하고 무심코 건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How much?’ 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다가오는 모든 아저씨들이 도적으로 보여 티켓을 쥐고 있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티켓팅을 무사히 마치고 지정된 좌석에 앉으니 이미 1쿼터 중반이었다. 셀틱스 구장 특유의 나무 결이 유난히 돋보이는 구장 바닥이 낯설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간간히 스포츠 뉴스 등을 통해 본 덕분이었다.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구장 내 분위기는 경기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많았지만 본인이 느끼기에는 경기 내용과는 상관없이 하나의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나의 목표를 추구하며 군중심리에 도취되지만 그 속에서도 개인의 개성이 또렷이 살아 숨쉬는 미국의 모습이 구장 내에서도 확인됐다. 때론 숨죽이고 때론 환호하며 다같이 한 몸이 되어 팀을 응원하지만 각양각색의 응원도구와 구호, 몸짓으로 자신을 표현하느라 다들 열성이었다. 구단 측에서도 매 고비마다 기발한 응원 구호를 내보내 관중들의 흥분을 고조시켰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모습이 특색있었다. 작전타임과 쿼터 사이사이에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는 이벤트 역시도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두 팬이 슈팅 대결을 벌여 승자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상금이 쥐어지가 하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수십년간 셀틱스 경기를 관람하고 다녔다는 한 노인 여성의 열정에 대해서는 모든 관중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풍경은 매우 대조적으로 다가왔다. 때론 웃기고 때론 울리는 한 편의 영화를 농구 경기 사이사이에 보여주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관중들은 단순히 지역 연고 팀의 농구 경기를 응원하는 것 이상으로 차가운 현실에서 점점 드물어져 가고 있는 희망과 인간적 따뜻함을 얻어 가기 위해 이곳을 찾는 게 아닐까 하는 억측도 해봤다. 미국 스포츠 세계의 지독한 경쟁 그리고 승자, 패자의 뚜렷한 명암은 미 자본주의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또한 언제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하는 영웅이 탄생한다. 이런 영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미국인들의 심리는 정치, 군사 행동(전쟁)에서도 쉽게 나타난다. 그래서 미국 스포츠에서 미국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가장 미국적인 것이 세계화되는 요즘 미국 스포츠 문화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 할 수 없는 슬픈 이유다. 이 핑계로 팬웨이 파크나 실컷 드나들어야겠다. 이일표 (인턴기자)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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