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보스톤코리아  2009-03-16, 17:16:43 
김자은(브루클라인 하이스쿨)

사람들은 서슴없이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을 하곤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나중에 일어나는 일은 새까맣게 잊은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이다.

나에게 외출금지를 내린 아빠의 말이 있고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였다. 일주일 내내 방학이었을 뿐더러 아무데도 나가지 않은 터라 마음도 몸도 답답했다. 이 때다 싶어 오빠에게 남자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만약 아빠에게 전화가 온다면 어떻게 하냐는 오빠의 말에 나는 잠시 필요한 걸 사러 나갔다고 말 해달라고 했다. 되돌아오는 오빠의 대답.

"그랬는데 만약에 아빠가 너 바꾸라고 하면? 너 샤워한다고 치자. 한 시간 있다가 또 전화 왔는데 너 바꾸라고 하면? 거짓말을 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원래 거짓말 한 번 하는 게 그렇게 힘든 거야."

결국 난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은 채 스타벅스에서의 30분으로 만족해야 했다. 물론 계획대로 영화를 보러 가지 못했다는 사실에는 화가 났지만 일이 커졌을 경우를 상상하며 스타벅스에 갔다왔다는 것만으로도 어디냐며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를 속인다는 것의 심각성을 우리는 직접 결과와 충돌해보지 않고서는 모른다. 다른 누구를 속이는 것에 대해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알고보면 우리 모두 나 자신을 속이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을 속이고 있다. 거짓과 사기를 혐오하면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인들과 자신에게 거짓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물 삼키듯 쉽게 하곤 한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내가 속는 것만 아니면 된다는 넌센스한 배짱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을 만큼의 거짓말을 속삭이고 있을 검은 목소리가 내 귓가에 울릴 것만 같다.

거짓말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일차적인 윤리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이들과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나눈다. 모르는 이라도 언젠가는 인연으로 다가와 우리의 삶에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데 우리는 왜 그들을 속이려 들으려하는 걸까.

누군가를 진정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그 언제보다 진실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사랑을 받는 것도 능력이라는 말이 있듯 존중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필요한 스텝이다. 분홍빛 산들바람을 느끼고 싶다면 사랑하자.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서로에게 항상 진실하고 솔직하다면 마음은 전해질 것이다.

속는 사람이 내가 아니라고 해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나 뿐이라고 해서 상태가 완화되는 것 또한 아니다. 거짓말은 티끌에서부터 시작된다. 진실된 하루를 보냈다면 그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믿기지 않는다면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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