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섭 (로드아일랜드 한인회 29대 회장)

'뉴잉글랜드 한인사' 에 의하면 1953년 '보스턴 한인회'가 처음 창설 되었고 1955년에 와서 'The Korean Society of New England' 라는 영어 명칭을 사용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후 활동이 뜸하다가 1956-1957년 경, 이곳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뉴잉글랜드 한인학생회(New England Korean Students Association)가 결성 되었으며, 이 학생회가 한인회 활동을 주도하면서 한인 인명부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정식 한인회라고 보기는 어렵고 학생회가 한인회 활동을 대신하였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1965년에 들어서야 최영하 교수를 초대 한인회장으로 추대하면서 정식 한인회의 모습을 갖추는 듯했으나 그때까지 '정관'이 없던 것으로 보아 공식 한인회라기 보다는 유학생 중심으로 결집되었던 한인들 간의 유대 및 교류가 학생들만이 아닌 직장인들과 이민자들에게까지 확대되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듯하다.

또 1968년에는 그 동안 한인학생회에서 발행하던 한인명부를 'The Korean Society of New England' 라는 이름으로 발행하였다. 이후 1972년도에 와서야 한인회 '정관'을 만들었으니 바로 이때부터 보스턴에 한인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고 볼 수 있겠다.

'뉴잉글랜드' 라 함은 버몬트, 메인, 뉴햄프셔,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커네티컷을 포함한 총 6개 주를 일컬어 부르는 명칭이다. 그런데 현재 매사추세츠주에서 활동하는 한인회의 명칭이 '뉴잉글랜드 한인회'이다. 누가 들으면 이 매사추세츠주 한인회가 명실공히 6개 주를 아우르고 대표하는 한인 대표기관이라고 착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물론 한인회 설립 당시만 해도 다른 주에는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았고, 미국 정부에 정식으로 등록하여 한인 대표기관으로 활동하자면 어느 정도 대표성을 띠는 명칭이 필요했기에 채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반세기 전의 일이고, 오늘날까지 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뉴잉글랜드 한인회' 라는 명칭이 왜 문제가 되는지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뉴잉글랜드 6개 주 가운데 하나인 매사추세츠주 한인들을 대표하는 기관이지 나머지 5개 주의 한인사회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잉글랜드 한인회'의 활동영역은 보스턴을 중심으로 매사추세츠 주 내에 한정되며, 타 주에서는 전혀 활동이 없을 뿐더러 아예 활동 자체가 불가능하다. 뉴잉글랜드 한인회 개정 회칙 제 1조에 따르면 "매사추세츠 주법에 의거, 사단 법인체이다."라고 되어 있다.

둘째,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주는 각각 독자적인 한인회를 갖고 있으며 모두 각 지역 한인들의 권익신장과 친목 도모를 위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네티컷주는 이미 40년 전에 한인회를 창립하였고, 로드아일랜드주는 1975년에 한인회를 창립하여 현재까지 총 30명의 한인회장을 배출하였으며, 뉴햄프셔주는 5대 한인회장을 맞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고, 메인주 역시 이번에 한인회를 발족하여 회장을 선출하였다. 역시 뉴잉글랜드 한인회 제 4조 통할 구역을 보면 "본 회의 영역은 매사추세츠주 및 그 인접 지역으로 한인회가 조직되지 아니한 기타 지역을 포함한다"라고 명시 되어 있다. 뉴잉글랜드 한인회칙을 보아도 뉴잉글랜드 한인회의 업무 영역은 매사추세츠주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분명한 것이다.

셋째, 한인회는 해당 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대표기관으로서 해당 주의 법과 문화, 그리고 기후 및 지리적 특성 등을 가장 잘 알고 몸으로 체득할 수 있어야만 그 지역 한인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고, 같은 지역에 사는 타 인종들과의 교류에 있어서도 대표성을 띨 수 있기 때문이다. 현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매사추세츠 주에 소재하고 있고, 매사추세츠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한인회장을 맡아왔다.

끝으로, '뉴잉글랜드 한인회'라는 명칭은 이 한인회의 활동범위 및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는 너무나 큰 외연을 가졌기 때문에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혼돈을 줄 뿐 아니라 재차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지역 한인들 말고 뉴잉글랜드 한인회 라고 했을 때, 어디 어느 도시에 있는 한인회인지 단 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단언컨대 별로 없을 것이다.

얼마전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로드 아일랜드 한인회 차기 회장에게 한인회비를 내라며 회원가입신청서를 보내왔다. 로드 아일랜드 한인회는 매사추세츠 한인들에게 한인회비를 종용하지 않으며 타주 한인들에게도 그러하다.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로드 아일랜드 한인들은 물론이고 매사추세츠주를 벗어나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에게 한인회비를 내라고 종용할 그 어떤 명분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그러한 일방적인 행동은 타 한인회들에게 반감만 불러 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뉴잉글랜드 한인회'는 이제 '제대로 된 이름'을 찾아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제대로 된 이름'이라 함은 '이름 값'에 걸 맞는 이름이요, 그 이름을 부르면 어느새 다가와 '의미'가 되는 이름을 말한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를 기억하는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이때 이 '꽃'이 '의미'를 뜻하는 것쯤은 다들 기억하리라 믿고 다음 시구를 기억해보자.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렇다. 아무 이름이나 부른다고 그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는 건 아니다. '매사추세츠 한인회' 아니면 주도인 보스턴을 넣어 '보스턴 한인회' 아무래도 좋다. 단언컨대 둘 중 어느 이름을 불러도 그 지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모두 "의미" 될 테니. 또 그래야 격에 맞고 우세스럽지 않다. 새로 출범한 35대 한인회가 '의미'가 되는 이름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