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꽃'이라 불러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면 |
보스톤코리아 2009-02-14, 11:25:33 |
이제는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꽃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던 첫 만남은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바래지 않는 빛깔로 남았다. 사람의 감정은 어찌 그리도 쉬이 좋아하고, 실증 내고, 싫어하고, 질리고, 지치고, 넘어지고, 자빠지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감정들이 한 가슴에서 몇 차례씩 출렁인 다음에야 맑게 흐르는 물을 보듯 평안이 오는 것은 아직도 부족함이 많은 탓일 게다.
글쓰기를 좋아했던 나는 어려서부터 글 쓰는 공간과 인연이 닿았다. 학교와 교회에서 끼적거린 작은 메모는 귀퉁이에서 행복한 웃음을 짓곤 했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족하지만 부끄러워하지 않는 성격에 글을 달라 하면 아무런 부담없이 내밀곤 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언제나 작은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은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좋은 명상 글귀를 만나거나 기억하고 싶은 이름이나 지역의 이름이 있으면 적어 놓곤 했었다. 특별하게 여기지 않고 작은 수첩에 적어온 일들이 지금껏 하는 내 일상이 되었다. 하루는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문학을 공부한 문학도도 아니고 시인은 더욱이 아닌 너무도 평범한 내게 말간 눈빛으로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한 사람을 만났다. “시인이시지요?" 하며 내민 그 따뜻한 손길과 그 말간 눈빛은 잊을 수가 없는 내 기억의 한 자리에 머물렀다.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며느리고 한 남자의 아내이며 올망졸망한 세 아이의 엄마인 내게 너무도 커다란 울림으로 남았다. 처음으로 그 울림에 부끄러움은 동심원을 그리며 오래도록 내 영혼을 흔들고 있었다. 살면서 특별히 부끄러움을 타지 않는 편인데 아마도 잠자던 내면의 깊은 곳에서의 울림이었으리라.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 울림의 파장은 쉼 없이 울려 퍼져 내 영혼의 깊은 곳을 흔들고 몸을 흔들어 댔다. '시인이시지요?'하고 물었던 그분의 그 말 한마디는 나를 '시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김춘수님의 <꽃>의 시편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꽃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이 되어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이 또 있을까. 물론,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을 주변에서도 많이 만나게 된다. 풀기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인연'이라든가, '운명'이라는 말이 대신할 수 있다면 적절한 표현이 될까 싶다. 삶이라는 긴 여정에서 '운명이냐? 선택이냐?'라는 질문은 만남의 관계에서 자주 묻곤 하던 질문이다. 그도 저도 아닐 때 적절한 답은 늘 '인연'이라는 표현이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 시인이 되고서 눈물겹도록 고마운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던 그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마음의 깊은 기도를 올렸다. '나도 이름 없는 누군가에게 이름을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사람은 누구나 창조주에게서 만들어질 때 자기만의 '특별한 존재(피조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삶을 살기보다는 세월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 주변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많다.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그만 묻고 사는 이들을 보게 된다. 물이 가득 차서 수도꼭지 하나 누가 살짝 틀어주면 분수처럼 치솟아 오를 물줄기를 혼자 틀지 못해 눌리고 갇힌 삶을 사는 일이 얼마나 많던가. ‘사람은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판이해질 수도 있다. '시인이시지요?'하고 손내밀며 다가왔던 말간 눈빛의 그 '인연'처럼 곁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음은 '특별한 선물'이다. 물론, 노력도 없이 허황한 꿈만 좇는다면 무리일 테지만 삶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과 꿈과 희망이 있다면 누군가가 다가와 '내 이름'을 불러주는 '인연'을 꼭 만나게 되리라. 또한, 누군가 이름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귀한 인연도 만나게 되리라. 살면서 나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김춘수님의 <꽃>의 시편처럼 '너와 나 그리고 우리'로 만나는 '아름다운 삶의 의미'로 남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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