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스런 마음, <신영의 세상 스케치 > |
보스톤코리아 2009-02-06, 18:05:07 |
테이블에 놓인 헨드폰에서 벨 음이 울린다.
"헬로우?" "이모~~" 말이 없다.……… 멈춤. "OO이구나?" 순간 머리를 스친다. 무슨 일이 있구나! "왜?" "한국에 무슨 일이 있구나?" "아빠가 돌아가셨데…." "어떡하니?" 그리고 이모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국에 와 살고 있는지 8년째다. 조카가 처음 미국 땅에 발 딛은 날짜가. 영주권 신청은 오래전에 들어가 있고 비슷한 시기에 신청한 사람들은 여럿이 영주권을 받았는데 이 녀석만 지금까지 기다리는 중이다. 한 2달 전에 한국의 큰 형부가 몸이 좋지 않다는 연락을 막내 언니로부터 받았다. 폐에 고름이 차오르는데 무슨 병명인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요즘 폐결핵이 다시 돈다는 얘기와 함께 말이다. "언니는, 요즘 무슨 결핵이 있겠어?" "아니야, 얘는 요즘 다시 결핵환자가 나타난다는데…." S 병원에 입원을 하여 치료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 걱정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함께 지내는 조카의 일이었다. 영주권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고 자식으로서 부모가 아프다는데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또한, 기다리는 부모의 그 간절함을 알기에…. 마음이 많이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변호사와 상의 중에 출입국 허가서를 받기로 했다. 그것도 당장은 어렵고 이것저것 구비서류가 필요했다. 적어도 2달 정도는 기다려야 그것마저도 나온다는데…. 마음에 걱정이 일고 몇 달만 기다리시면 좋겠다고 마음의 간절한 바람으로 있었다. 형부는 내게는 아버지와 같은 분이시다. 오빠가 없는 딸만 있는 집안에서 맏사위의 역할은 친정어머니께도 귀한 맏사위였다. 또한,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떠나 미국을 오기 전까지 청소년기를 큰언니 집에서 함께 지냈었다. 어린 막내 처제를 데리고 있는 책임으로 엄격한 생활을 했던 기억이다. 자상하셨던 친정아버지 곁에 있다 큰 형부와 지내는 것은 독재자 같은 느낌이라 어린 마음에 여간 싫지 않았던 기억이다. 하지만, 생각하면 늘 고마운 분이시다. 세 살 터울(세 살 어린 조카)인 조카가 있으니 처제라는 이름이 무색하리만치 딸 같은 '막내 처제'였다. 조카가 약속이 있어 늦은 귀가 시간이면 큰언니(엄마)가 몸달아 기다리는데…. 처제인 내가(큰언니 동생)가 늦으면 형부가 걱정하시며 기다리시곤 하셨었다. 그리고 미국으로 떠나오고 말았다. 또한, 친정부모님께서 노환으로 돌아가시고…. 친정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빠가 없으니 친정이 온데간데없는 허전한 느낌. 결국 큰언니네 집이 내 친정이 되고 말았다. 한국 방문 중에는 큰언니네 집에서 머물게 되었다. 몇 년 전 큰언니 막내아들(조카)이 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제대하고 막내 이모가 있는 미국으로 오게 되었다. 특별한 것은 없었지만 막내 이모와 이모부와도 절친하게 지내고 미국 생활에 적응을 잘하였다. 그렇게 지낸 지 8년째를 맞이한 것이다. 지난가을부터 이모 집을 떠나 시내의 아파트에서 지내게 되었다. 아직은 미혼으로 있는데…. 이모로서 이것저것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오늘 그 녀석의 전화를 받으며 못내 마음이 아려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도 갈 수 없는 처지가…. 보낼 수 없는 이모의 마음이 아팠다. "어떡하니?" "어떻게 하니!" 그 말밖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마음에 남아 오래도록 恨이 될 일인데…. 갈 수 없어 못 가는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타국 땅에서 뿌리를 내리며 바쁘게 살다가 부모님이 위독하시다는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허겁지겁 달려가는 일이 주변에서 얼마나 많았던가. 물론, 다급한 마음으로라도 달려갈 수 있는 처지라면 다행이지만 발만 동구르고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이런저런 생각을 주어 모으며 큰 형부께 그리고 큰언니에게 죄인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에 막내 이모 따라왔던 조카 녀석이 마지막 가는 아버지의 길을 배웅도 못하고…. 죄스런 마음이다. 모두가 지난 것은 또 한 조각의 그리움으로 남는가 싶다. 한국을 방문하면 그 오래전 엄하시던 모습은 어디가고 손자를 돌보시며 자상한 할아버지 모습이 된 큰 형부가 더욱 감사하고 죄스럽게 다가오는 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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