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중산층
보스톤코리아  2009-01-29, 01:23:23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경제 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온 미국 중산층은 전 세계인의 모델이었다. 이들은 한 회사에서 40년 이상 근무하며 높은 임금과 의료보험 같은 양질의 복지혜택을 받았으며, 기업연금 보장을 받으며 은퇴했다. 그리고 안락한 노년을 즐기다 편안히 눈을 감았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적자생존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사회적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사회 안전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중산층의 삶은 고단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로부터 시작된 현재의 금융 위기는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이다호주 보이즈에 거주하는 릭 캡(44)씨는 부인과 두 자녀를 둔 평범한 중산층 가장이었다. 캡씨는 2003년, 보이즈에 위치한 반도체 생산 회사에서 연봉 6만 5000달러의 괜찮은 일자리를 구했다. 이사 오면서 30년 상환 모기지를 받아 17만 5000달러짜리 집도 한 채 장만했다.

부인은 대학에 등록했고, 첫째 아이에게는 바이올린 레슨을 시켰다. 디즈니랜드로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그러면서 학자금 대출(4만 달러)과 신용카드 빚(1만 1000달러)이 생겼으나 집값(30만 달러)이 뛰었던 만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2006년 말 부동산 가격과 주식 가치가 추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캡씨의 가족은 허리띠를 졸라맸으나 지난해 10월 캡씨가 정리해고 되면서 ‘극빈 가정(4인가족 기준 연 수입 2만 1200달러 이하)’으로 내려앉았다.
월스트릿저널은 캡 가족의 일화를 전하면서 “보이즈의 실업률이 지난해 11월 6%로 전년 동기보다 3.3% 늘었다”고 보도했다.

쿠바 망명자 후손인 호세 카브레라씨는 2005년 의료 빚 때문에 개인파산을 선고 받았다. 급성충수염으로 입원해 수술하고 하루 입원했을 뿐인데 병원 측은 그에게 1만 2000달러를 청구했다. 다니던 회사 보험으로는 병원비를 충당할 수 없어 크레딧 카드로 의료비를 갚아 나가던 중에 아내가 출산하면서 병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저널리스트인 쓰쓰미 미카는 “1980년대 이후 미 정부가 복지 축소정책으로 전환한 후, 중산층 사람들이 잇달아 파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2005년 통계를 보면 개인 파산 204만 건 중 절반 이상이 비싼 의료비 부담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료보험제도가 없는 미국에서 의료비는 중산층의 가계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요소다. 전미의학생협회(AMSA)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의료보험 무가입자는 4600만 명으로 이 중 900만 명이 어린이다. 직장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회사도 2006년 전체 회사의 59%로 줄었다.

카브레라씨의 경우처럼 보험은 있지만 보장이 불충분한 보험 가입자도 2500만 명에 달해 자칫 큰 병에 걸리면 빈곤층으로 내려앉기 일쑤다. 질병에 걸리면 해고를 당하기 쉽고 해고를 당하면 직장 의료보험 혜택도 없어진다.

중산층을 재생산하고 빈곤층 자녀의 사회적 이동을 촉진하는 교육체계도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미 대학 등록금은 지난 25년 동안 중산층 가계 소득 증가 추세를 앞질러 중산층 미국인들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됐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미국공공정책고등교육센터(NCPPHE) 연례 보고서를 인용해 대학 등록금과 각종 경비가 1982∼2007년 사이에 439% 상승, 같은 기간 중산층 가계소득 증가율 147%을 3배 가까이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경제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중산층을 살리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직접 이끄는 특별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

노동부와 보건부, 교육부 등이 참여하는 이 특별팀은 중산층 자녀들의 대학 진학과 방과 후 프로그램 등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직결되는 모든 문제들을 직접 살피고 고충을 해소하는 일을 수행한다.

바이든 부통령은 21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제는 오바마 정부의 최우선 목표이며 특별팀이 오바마에게 중산층까지 고려한 경기 부양책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일 기자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워싱턴에서 급부상 하는 구글 2009.01.29
오바마 정부의 인터넷 정책 파트너로
93세 노인 집안에서 동사(凍死) 2009.01.29
전기 요금 미납으로 전기 끊겨
경제 위기에 무방비로 노출된 중산층 2009.01.29
바이든 부통령 필두로 중산층 특별팀 편성
미 사립학교 설날잔치 찾아가 봤더니 [1] 2009.01.28
지난 1월 22일 목요일 체스넛 힐에 위치한 미국 사립 중고등학교 Brimmer & May School에서 설날 잔치를 개최했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다민족문화..
학비보조금 신청 학생 늘고, 대학 재정은 오히려 줄어 2009.01.23
기업,자선단체들 투자실패로 인한 피해 대학가에 고스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