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리처드슨 상무장관 내정자 사임
보스톤코리아  2009-01-07, 23:35:01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에 내정되었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4일, 장관직에서 스스로 사임했다. 이로써 리처드슨 주지사는 오바마 내각 내정자 중 사퇴한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

히스패닉계인 리처드슨은 7선의 하원의원, 에너지 장관, 유엔 대사 등을 지낸 인물이다. 리처드슨은 지난해 오바마와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맞섰다가 중도 하차한 뒤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리처드슨은 성명을 통해 “연방 대배심이 뉴멕시코주와 업무상 관련된 기업을 조사하고 있는 문제로 인해 차기 행정부에 입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나와 뉴멕시코 주정부는 모든 사안에 관해 적절하게 일해 왔지만, 조사로 인해 상원의 장관 인준 절차가 지연될 것이란 결론에 도달해 상무장관 직을 사퇴키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뉴멕시코 주지사 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당선인은 “깊은 유감”이라며 리처드슨의 결정을 수용했다.

연방 대배심은 캘리포니아 소재 CDR파이낸셜 프로덕츠와 데이비드 루빈 회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기업체가 뉴멕시코주에서 계약을 따낼 때 주지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CDR은 뉴멕시코주 교통채권 16억 달러에 대한 재금융과 이자율 전환 등에 대한 자문 대가로 148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CDR과 루빈 회장은 이 계약 직전에 리처드슨 주지사의 선거 캠프에 10만 달러를 기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원은 해당 상임위에서 진행하는 인사 청문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과반수 찬성으로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그렇지만 한 명의 의원이라도 계속 반대하면 인준 절차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따라서 리처드슨은 연방 대배심의 조사가 매듭지어질 때까지는 상무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권인수팀은 리처드슨 장관을 내정할 때 금융조사의 파급효과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로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주지사의 상원의원직 매관매직 파문이 일면서 리처드슨 장관 지명에 대해 재고하게 됐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인선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8일부터 시작되는 장관 내정자들에 대한 인사 청문회도 리처드슨의 자진 사퇴에서 보듯 험난한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도 개발업자의 이권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준 대가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단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4년 11월 뉴욕의 개발업자 로버트 콘젤이 10만 달러를 클린턴 재단에 기부했으며, 이때 클린턴 의원은 수백만 달러의 연방 자금이 콘젤의 상가 프로젝트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취임을 2주일 여 남긴 오바마는 리처드슨의 중도 하차로 일정 부분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오바마 정권 인수팀의 사전 검증 절차에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게다가 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예기치 않은 악재들이 쏟아진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출발부터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회생 대책을 서둘러야 할 오바마 행정부의 동력이 약화되는 것은 물론 정권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제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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