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힐러리에 국무부 인사권 선뜻
보스톤코리아  2008-11-26, 00:41:15 
버락 오바마의 내각 구성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재무장관직에는 티모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내정되었으며, 치열한 경선을 함께 치렀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는 국무장관직을 제안했다.

당내 경선에서 1,800만 표를 얻었던 클린턴을 끌어안을 방안을 고민하던 오바마는 지난 13일 국무장관직을 클린턴에게 제의했다. 힐러리의 첫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20일 오바마는 힐러리에게 전화해 왜 국무장관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지 개인적인 문제들까지 협의했다.

힐러리는 국무장관직을 수락하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하지 않고 오바마와 바로 만날 수 있는 권한과 국무부 내 인사권의 보장을 요구했다. 오바마가 이에 전격 동의하자 힐러리도 오바마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힐러리는 부시 행정부에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이 일찍 사퇴했던 것을 교훈으로 삼은 것이다. 당시 파월은 국무부 내 주요 직책에 대한 인사권이 없어 결국 신보수주의 강경파들과의 싸움에서 패하고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는 국무부 인사권을 힐러리에게 보장함으로써 국무부는 힐러리 측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오바마 측근으로 양분돼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외교 전문가인 조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의 역할과 위상을 모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당내 화합을 도모하고 대통령으로서 보다 큰 그림을 그리는 포용의 정치를 보여줬다는 것이 정치 전문가들의 평가다.

힐러리의 외교노선은 민주당 내에서 매파로 분류된다. 오바마 인수위가 강조한 강력하고 직접적인 외교가 통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고려할 채찍의 강도가 강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특히 힐러리의 친 이스라엘 성향으로 미루어 북한과 중동의 핵 거래에 대해 한층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제위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중책은 티모시 가이스너가 맡게 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24일 시카고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를 새 재무장관으로 임명하였다.

“새 재무장관에 적응 기간이 필요한 인물을 앉혀서는 안 된다”고 말해 온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가이스너는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의 재무장관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중한 임무를 짊어진다. 우선 7,000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어디에 투입할지 결정하게 된다. 금융 회사와 기업의 회생 여부가 그의 손에 달린 것이다. G20과의 경제 외교 책임자이기도 하다. 세계 경제가 거의 하나로 묶여 돌아가는 상황에서 위기 탈출을 위한 글로벌 공조는 필수적이다.

가이스너가 부통령과 국무장관을 제치고 오바마 정부의 2인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그래서 나온다. 오바마가 당선된 이후 누가 재무장관이 될지에 세상의 관심이 쏠린 것도 그 때문이다.
가이스너는 이념에 치우쳐 갈등을 조장하기보다는 중용을 지향하고 실용을 중시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97년 아시아 외환 위기와 멕시코 경제난을 겪으면서 위기를 극복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도 뉴욕연방은행 총재로 JP모건의 베어스턴스 인수와 AIG의 구제금융을 주도했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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