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 비난전 된 부통령 TV 토론회
보스톤코리아  2008-10-17, 05:35:41 
토론 상대보다 대통령 후보 공격


지난 2일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민주당 부통령 후보와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처음이자 마지막 TV 토론은 1984년 이후 24년 만에 펼쳐진 남녀 성대결이었다. 그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양당 관계자들이 느끼는 압박감도 엄청났다.

페일린 후보는 최근 잇단 스캔들과 3차례의 인터뷰 과정에서 제기된 자질론으로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었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페일린이 토론회를 통해 다시 한 번 페일린 효과의 불을 당길 수 있을지, 아니면 바닥을 드러내며 무너져 내릴지 장담할 수 없었다. 민주당 역시 바이든이 상원의원 6선의 외교 안보통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TV 토론에서 보여준 말실수가 재연되지 않을까 내내 마음을 졸였다.

특히 바이든 입장에서는 상대가 21살이나 어린 여성이고, 그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기대치기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데서 오는 심리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서로가 이런 파국을 의식했는지, 두 후보는 90분 내내 조심스러웠다.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데 초점이 맞춰진 90분이었다.

경제문제로 시작한 토론 초반 페일린 후보는 자신만만했다. 바이든 후보가 금융위기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을 페일린 후보가 "대답하지 않았다"고 추궁하자 페일린은 "당신과 사회자가 듣고자 하는 방식대로 대답하지 않겠다. 대신 미국 유권자들과 직접 대화하겠다"며 응수했다. "기성 정치가 아닌 미국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워싱턴에 가겠다"고 외쳤던 전당대회 수락 연설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었다.

둘의 공방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외교 안보 문제로 주제가 옮겨가면서 불이 붙었다. 페일린은 "이라크와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지원을 오바마 후보가 거부했다", "오바마의 16개월 조기 철군 계획은 백기를 흔드는 것과 같다", "독재자와 조건 없이 만나겠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등 오바마 후보의 안보관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존 매케인은 이라크의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에 갈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전쟁은 완전히 틀렸다"며 "오바마와 나는 이라크 정부에 책임을 묻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후보는 자신의 토론상대가 아닌 상대 대통령 후보를 겨냥하는 데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페일린은 "의원 표결에서 오바마는 96%가 당파적이었다"며 "세금을 늘려 부를 재분배 하겠다는 오바마의 주장은 일자리를 없애고 세수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오바마를 공격했다.

반면 바이든 후보는 매케인 후보를 철저히 조지 부시 정부와 함께 묶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는 금융위기에 대해 "부시의 8년은 경제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는가를 보여준다"며 "매케인 후보는 미국 경제가 튼튼하다고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다"고 공화당 정부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40년에 가까운 상원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노련미를 발휘했다. 또 자신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장광설도 없었다. 페일린은 토론회 중간중간 약간씩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열세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BS방송 여론 조사에선 46% 대 21%, CNN 조사에선 51% 대 36%로 바이든이 앞섰다는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CNN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페일린이 예상보다 잘했으며 54%가 페일린에게 더 호감이 간다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여론 조사에서 앞섰다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 평론가들은 이날 토론이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성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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