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린과 바이든 TV 토론 맞대결
보스톤코리아  2008-10-17, 00:26:52 
바이든 우위 예상, 변수는 성차별 역풍
“젊은 보수를 내세운 여성 정치인과 진보 성향의 노련한 남성 정치인의 대결이 다소 밋밋했던 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        



2일 미주리주 워싱턴대에서 개최되는 세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와 조 바이든 상원의원 간의 부통령 후보 토론회가 전례 없는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젊은 보수를 내세운 여성 정치인과 진보 성향의 노련한 남성 정치인의 대결이 다소 밋밋했던 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보다 더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남녀 부통령 후보 간의 TV 토론은 1984년에 이어 두 번째. 박빙의 선거전이 펼쳐지고 있는 올해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 간의 TV 토론은 과거와 달리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일린은 지난 달 예상을 뒤엎고 혜성처럼 등장한 후 반짝 인기를 누리며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외교·안보 문제를 비롯한 구체적인 정책에서 내실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이번 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페일린은 확신에 찬 어투와 호감이 가는 언변이 장점이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며 모든 문제를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페일린은 애리조나주 매케인 후보의 목장에서 토론을 위한 특별 교습을 받고 있다.
페일린 옆에는 존 매케인 캠프에서 급파한 교사들이 붙어 있다. 고위 선거 전략가 스티브 슈미트를 포함해 터커 에스큐, 니콜 월러스, 마크 월러스 등 베테랑 참모들이 토론 기술과 지식을 가르치고 있다. 매케인이 이들을 보낸 건 이번 토론회를 중요한 고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바이든 후보는 페일린에 비해 중량감 있고 준비된 부통령 후보라는 인식이 늘면서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이다. 6선 상원의원으로 전국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이 바이든의 장점이다. 하지만 바이든은 지나치게 자신에 찬 나머지 말이 길어지거나 종종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민주당도 이 점이 걸려 바이든의 토론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바이든은 상원에서 35년을 보낸 노련한 정치인이지만 긴장된 상태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버락 오바마 캠프의 선거운동을 이끌던 데이비드 액슬로드가 2000년 앨 고어 당시 부통령 후보의 토론을 도왔던 애니타 던, 론 클레인과 함께 토론 준비를 돕고 있다.

바이든은 미시간 여성 주지사인 제니퍼 그랜홀름을 페일린 대역으로 세워 예행연습을 했다. 바이든은 특히 성차별 논란이 발생하는 걸 피하는 연습에 주력했으며, 이를 위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의견도 구했다.

TV 토론 경험이나 국내외 정치현안에 대한 식견에서 바이든이 페일린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일단 바이든의 승리 가능성에 무게가 두어진다. 그러나 남녀간, 세대간 대결이라는 점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 측은 바이든이 우월적인 식견을 앞세워 공세적으로 나올 경우 여성 유권자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토론은 흑인 여성 언론인인 PBS방송의 그웬 아이필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다. 지난 달 26일 실시된 대통령 후보 토론과 달리 사회자가 국내외 이슈를 적절히 섞어서 질문하며 1차 답변시간은 대통령 후보보다 짧은 90초로 제한된다.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후보들의 1차 답변 뒤에는 2분간 보충 질문시간이 주어지며 이 때 한 후보가 상대후보에게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다.

정성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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