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사
보스톤코리아  2006-08-14, 01:09:28 
몇 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얼마 전 결혼해서 딸을 낳고 ‘하나님의 연인’이란 뜻의 이름을 붙였다며 여러 가지 소식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통화 말미에 그 딸이 뇌수증에 걸려 머리에 호스를 꽂고 있으며 십 년 후 재검을 해서 치료여부를 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너무 속상하고 답답했습니다.  왜 하필 그들입니까?  두 사람은 하나님 앞에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착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모진 아픔을 주시는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제 친구는 하나님께 감사하다며 여러 가지 감사의 내용을 말했습니다.  좋은 의사를 만났고 교인들이 기도와 사랑을 많이 주셨고 인생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며 그 부부가 딸로 인해 얻은 복이 너무 많다는 자랑이었습니다.  딸의 성장과 함께 더 많은 아픔이 있겠지만 그마저도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저를 몹시 부끄럽게 하는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자기들이 감사하는 사실 하나가 친한 친구가 목사라는 점이라는 겁니다.  그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 일도 해주지 못했고 심지어 하나님을 원망하기까지 했는데 내가 그들에게 왜 감사의 조건이 되는 걸까?  저는 부끄러움으로 견딜 수 없어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목사로 살다보니 ‘감사하세요’라는 말을 입에 버릇처럼 달고 삽니다.  그런데 그렇게 감사를 강조하면서도 마지못해 하는 감사가 위선이나 가식이 아닐까하며 의심했습니다.  감사하지 않은데 그렇게 배웠으니 억지로 감사하는 모습에 솔직히 혼돈스러웠습니다.  견디기 힘든 상황은 오히려 힘들다고 말하는 게 더 정직한 신앙이 아닐까 반문하며 감사를 실천하는 주변인들의 진심을 가식으로 몰아붙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성경을 열었고 저의 혼돈에 답하시는 예수님을 발견했습니다.
    예수님이 열 명의 문둥병자를 만난 일이 있습니다.  당시 문둥병은 하나님의 저주라고 인식될 정도로 무거운 죄였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반인들과 스스로 격리시켜야 했고, 거리를 다닐 때 자신이 문둥병자라고 소리를 쳐야 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40대에서 한 대 빠진 태형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저주받은 인생들을 위해 예수님은 아무 대가나 조건없이 완전한 치료를 베푸십니다.  그런데 인생에서 가장 큰 감사와 기쁨이 넘쳐야 할 그 순간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관례에 따라 그들은 제사장을 만나 문둥병의 완치를 공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제사장들은 사회의 기득권층으로 예수님을 극도로 혐오하던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이 치료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앞으로의 미래에 유리할 게 없습니다.  또 일단 낫고 보니 예수님의 능력으로 치료되었다는 명확한 증거도 없습니다.  한참 상황을 재어보니 예수님을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판단이 듭니다.  평생을 감사해도 모자란 일이지만 결국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마음이 끌리는 대로 정직한(?) 결정을 내립니다.  억지로 감사하기보다는 현실과 감정에 솔직하기를 선택한 세태의 반영입니다.  
    예수님의 반응은 단호합니다.  돌아온 한 명에게 보여 주신 반응을 통해 다른 자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십니다.  그리고 정직의 이름으로 가장한 이기주의보다 억지로라도 감사하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십니다.  예수님께는 솔직하게 뻣뻣한 태도보다 어색하더라도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더 구원에 적합한 사람입니다.  
    예수님과 비슷한 의견을 개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상담자이자 정신치료 전문가인 뇔르 웰스라는 사람은 다른 전문가들의 자료와 자신의 임상치료 경험을 하나로 묶어 ‘소망을 이루어주는 감사의 힘’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사치료법’을 받은 상담자들이 심장, 몸, 그리고 정서에 좋은 반응을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며 진심으로 하는 감사 외에도 의도적으로, 미리 무조건 실천하는 감사는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진심에서 우러나 지속적으로 하는 감사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무조건, 미리 감사하는 훈련을 통해서도 신체나 인생에 긍정적인 결과가 돌아온다는 주장이 객관적인 자료로도 공감을 얻는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감사는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무기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인생을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힘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람들이 그 상황에 숨겨진 비밀을 이해하고 이전에 꿈꾸지 못한 불가능을 현실로 구체화합니다.  왜냐하면 남들이 감사할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뭐가 감사한 지 찾아낼 수 있는 안목은 단점들도 효과적으로 파악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그 뿐 아니라 사람들의 소중함을 깊이 새기고 더 나은 인간관계로 확장됩니다.  감사를 통해 일에도 유능할 수 있고, 관계에서도 성공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나타납니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동시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며 이들에 의해 역사는 더욱 발전합니다.  발명왕 에디슨이 그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집안이 너무 가난하여 기차에서 신문팔이를 하며 공부하다가 열차 한 구석에 만든 실험실 약품이 쏟아져 기차에 불이 났습니다.  화가 난 차장은 그를 열차 밖으로 내동댕이쳤고 그는 뇌를 다쳐서 영영 귀가 멀었습니다.  나중에 사람들이 이 사건에 대해 물었습니다.  에디슨은 귀에 딴 소리가 들리지 않으므로 연구하는데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며 그 때 일을 감사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에디슨이 그 사고에 절망하며 평생을 좌절에 빠졌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졌을는지 모릅니다.
    감사의 소중함을 말하는 무명의 시(詩)가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병동에 적혀 있다고 합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내가 살아가는 환경과 내 주변의 사람들을 감사의 마음으로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여름의 중반을 넘어서며 후반기를 향해가는 지금 잠시 바쁜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사로 가득한 행복한 인생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주님!  때때로 병들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인간의 약함을 깨닫게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가끔 고독의 수렁에 내던져 주심도 감사합니다.  그것은 주님과 가까워지는 기회입니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게 틀어주심도 감사합니다.  그래서 나의 교만이 반성될 수 있습니다.
아들, 딸이 걱정거리가 되게 하시고 부모와 동기가 짐으로 느껴지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인간된 보람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먹고 사는데 힘겹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눈물로 빵을 먹는 심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불의와 허위가 득세하는 시대에 태어난 것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의가 분명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땀과 고생의 잔을 맛보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그래서 주님의 사랑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주님!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주심을 감사합니다.  우리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성호 목사
(쳄스포드 한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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