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북어(北魚) |
보스톤코리아 2008-08-11, 23:30:36 |
북어(北魚)
최승호 밤의 식료품가게 케케묵은 먼지 속에 죽어서 하루 더 손때 묻고 터무니없이 하루 더 기다리는 북어들, 북어들의 일 개 분대가 나란히 꼬챙이에 꿰어져 있었다. 나는 죽음이 꿰뚫은 대가리를 말한 셈이다. 한 쾌의 혀가 자갈처럼 죄다 딱딱했다. 나는 말의 변비증을 앓는 사람들과 무덤 속의 벙어리를 말한 셈이다. 말라붙고 짜부라진 눈, 북어들의 빳빳한 지느러미. 막대기 같은 생각 빛나지 않는 막대기 같은 사람들이 가슴에 싱싱한 지느러미를 달고 헤엄쳐 갈 데 없는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느닷없이 북어들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거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귀가 먹먹하도록 부르짖고 있었다. 해설 북어도 한때 싱싱한 지느러미를 휘두르며 심해를 헤엄쳤던 것이다. 인간이 헤엄치는 생과 북어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세상에 와서 저물어 가는 것이 어찌 북어대가리 슬픔뿐이겠는가. 마음이 짠해지는 꼬챙이에 꿴 말라빠진 저 북어 한 묶음! . 최승호 시인은 강원도 춘천 출생. 197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대설주의보><눈사람>, <여백>, <그로테스크>, <모래인간>외, 다수 시집 및 산문집, 동시집 등이 있다. 오늘의 작가상,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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