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영화 다른 생각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보스톤코리아  2008-06-09, 23:05:12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999년 작
감독: 이명세
주연: 박중훈, 안성기, 장동건, 최지우


‘직업이 뭐에요?’, ‘뭐 하시는 분이세요?’, ‘어떤 일을 하세요?’

사람들은,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에게 가장 궁금한 게 뭘까요? 아마도 상대방의 직업이 아닐까요? 하지만 초면에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섣불리 묻지도 못하죠. 용기를 내서 물어보더라도, 앞에 ‘실례지만’이란 말을 꼭 붙이게 됩니다. 그만큼 직업이란 것이 그 사람의 현재 상황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한마디로 요약해 주니까요.

첫인상만 보고 그 사람의 직업을 알아맞힐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오랫동안 그 일을 해 와서 그 직업과 닮아 있거나 아니면 말 그대로 ‘천직’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형사이야기입니다. 형사 중에서도 제일 거칠고 힘들다는 강력반 형사이야기죠. 우 형사는 투철한 직업의식의 소유자입니다. 정말 인정사정 보지 않고 범인을 잡습니다. 일단 우 형사의 표적이 되면 쉽게 벗어나기 힘들죠. 지구 끝까지라도 쫓아가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입니다.

형사의 다른 이름은 추격자입니다. 추격을 하려면 단서를 찾아야 하고 단서를 잡기위해서는 잠복이 필수죠.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따분하고 쓸데없는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일 반복이 형사의 일이야’라고 우 형사는 말합니다. 역시 프로의식이 돋보이는 한마디죠.

형사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직업입니다. 물론 제한된 부서에 한하기는 하지만 강력반 형사라면 누구나 위험한 순간을 피해갈 수 없지요. 두려움은 금물입니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하니까요.

사람이 직업을 정할 때 목숨 걸고 할 일을 택한다면 얼마나 그 일이 좋아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운명일까요? 죽음을 늘 가까이 하면서 일하시는 분들을 보면

놀랍기만 합니다. 소방관, 경찰관, 구조대원, 산악인, 군인처럼 바로 떠오르는 직업도 있고, 우리는 잘 모르지만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인생의 아이러니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죠.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 목숨 걸고 하는 일이라니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어 제목은 ‘노웨어 투 하이드(Nowhere To Hide)’입니다. 이 세상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는 거죠. 범인은 반드시 잡고야 말겠다는 우 형사의 의지가 엿보이지 않습니까?  
우 형사는 이런 명대사를 남겼더군요.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야.”        

한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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