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거취에 관심 집중


국내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며 치러졌던 민주당의 경선은 결국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승리로 돌아갔다. 5개월 간의 일정이 막을 내린 민주당 경선 마지막 날, 힐러리 의원은 뉴욕 맨하튼의 연설에서 민주당의 후보로 선출된 오바마 의원에게 축하를 보내면서도 "오늘 밤에는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겠다"며 향후 거취에 대한 표명을 유보했다.

이날 연설은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딸 첼시가 지켜보는 가운데 지지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진행되었다. 힐러리 의원이 지지자 및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덴버"를 연호하며 경선을 전당대회까지 이어주길 요구했다.

클린턴 부부와 딸 첼시는 무대에 올라가 웃고 박수를 쳤고, 심지어 티나 터너의 노래 "심플리 더 베스트(Simply the Best)"에 맞춰 춤까지 췄다. 경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지지자들의 염원을 반영하듯이, 체육관 내에는 "포기하지 않아(Won't Back Down)"라는 노래가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졌다.

클린턴 의원은 이날 자신의 경선 패배에 대해선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오히려 클린턴 의원은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해 "나는 민주당 경선 역사상 그 어느 후보보다 더 많은 표(1,800만 표)를 얻었다"며 자찬했다.

힐러리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5개월 전 아이오와 주에서 이미 경선이 끝났다고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신뢰하며 여기까지 왔다"며 "여러분의 이야기와 꿈을 내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함께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신이 승리한 지역을 일일이 거명하며 "나를 선택해 준 1,800만 명의 유권자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최대 관심은 힐러리 의원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힐러리 의원이 거취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은 향후 대선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각시키려는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힐러리 의원은 맨해튼 연설에 앞서 뉴욕주 당원들과의 대화에서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럴 용의가 있다"고 대답해, "오바마-힐러리" 연합의 가능성을 남겨 두었다. 거취에 대한 여지를 남김으로써 대선 레이스에서 완전히 퇴장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힐러리 의원의 지지자들도 부통령 후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주요 인사들 역시 오바마-힐러리 연합은 백악관 입성에 절대 실패할 수 없을 것이라며 두 사람의 공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뉴욕 타임즈는 힐러리 의원의 최측근의 말을 인용하여 힐러리가 패배를 시인하고 오바마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힐러리가 뉴욕 연설에서는 미래에 대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연설을 하였지만, 6일 워싱턴에서 열리게 될 행사에서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공식적인 발표를 하게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힐러리가 경선 결과를 승복하고 오바마 후보를 지지하게 된 배경에는 민주당에서 강한 압력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정성일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