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화가 무슨 잘못이길래
보스톤코리아  2008-04-14, 12:48:40 
티벳 사태 관련 반중국 시위 세계 곳곳서 일어


독립을 요구하는 티벳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한 중국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시작된 반중국 시위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그 결과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 성화는 가는 곳마다 올림픽 반대 시위를 끌어 모으는 역설적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티벳에 대한 중국의 강경 태도가 지속되면서 베이징 올림픽을 보이콧하려는 정치적 움직임과 중국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역시 커져가고 있다.

▲ 성화 가는 곳마다 반중국 시위
베이징 올림픽 성화는 점화 때부터 시위대를 몰고 다니고 있다. 지난 6일 영국 런던에서 성화가 봉송될 때 중국정부를 비판하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 나왔다. 일부 시위대는 성화를 낚아채려거나 소화기로 성화를 끄려고 하였고, 경찰이 시위자 37명 이상을 체포하는 과잉보호 끝에 성화를 구해냈다.
7일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성화는 사상 초유의 '굴욕'을 당했다. 봉송에 앞서 파리 경찰은 특수기동차량과 오토바이, 롤러스케이트 등을 탄 경찰 4,000명을 투입하고 일부 구역에는 8중 장벽을 만드는 등 국가지도자급 경호 수준의 철저한 성화 봉송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파리 에펠탑에서 출발한 성화가 200m도 가지 못했을 때 엄청난 수의 시위대와 맞닥뜨렸다. 결국 안전요원들이 봉송을 중단하고 성화를 끈 뒤 버스에 실었다. 이후에도 봉송단은 곳곳에서 시위대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성화를 3차례나 끄고 켜는 소동을 반복했다.

파리 경찰 당국은 "성화 자체는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결코 꺼지지 않는다"며 예비성화가 여전히 램프 안에 켜져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 성화 봉송 중 불이 꺼지는 사고를 대비해 도보로 옮기는 성화 외에 예비성화를 차량을 통해 함께 운반한다.

9일 성화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아시안계가 전체 인구의 약 1/3을 차지한 지역이자 미국 내 가장 진보적인 도시이기에, 성화봉송 중 가장 거센 반중국 시위가 예상되는 지역이었다. 실제, 성화가 봉송되기 이틀 전인 7일에 시위대가 금문교에 올라가 티벳 지지를 외치다 3명이 체포되었고, 8일에는 200여명의 인권운동가들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인권 성화 봉송'이라는 주제로 자체 행사를 벌였다.

성화봉송 당일 수천 명의 시위대가 성화 봉송 출발지에 모여들면서 긴장감은 극도에 달했다. 결국 샌프란시스코에서의 성화봉송은 예상 구간을 벗어나는 변칙적 방법으로 힘겹게 진행됐다. 성화 봉송 구간은 당초 예정됐던 6마일(약 9.6km)에서 절반 정도로 줄었고, 성화가 봉송되는 동안 성화주자를 진압봉으로 무장한 경찰관이 막고 오토바이 순찰 경찰관들이 그 곁을 호위한 후 무장 경찰관들이 그 밖을 둘러싸는 3중~4중의 장막을 쳤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변칙 성화 봉송 덕분에 런던과 파리에서와 같은 굴욕을 성화가 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하루 종일 "세계는 하나! 꿈도 하나! 그것은 바로 티벳의 자유!"라고 쓰인 대형 배너를 앞세운 시위대들의 가두행진이 이어졌고,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이 일어났다. 샌프란시스코에 성화가 도착한 시점 보스톤에서도 반중국 시위가 열렸고, 하버드 스퀘어에서는 티벳인들이 삭발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중국에 대한 압박 커져
지난 5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이 티벳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을 때 개막식을 보이콧하겠다고 중국에 경고하며 대(對) 중국 압박수위를 높였다. 프랑스 정부측은 (1)중국정부와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2)정치범 석방, (3)티베트에 대한 폭력행위 중지의 3가지 조건을 중국이 충족시키지 않을 경우 사르코지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런 요구는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표출된 세계 정상들의 입장 가운데 가장 강경한 것이다.

9일에는 미 하원이 중국에 대해 티벳에 대한 무력진압을 중단하고 비폭력적인 시위를 하다 체포된 수감자들을 석방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찬성 431대 반대 1의 압도적 표차로 가결됐지만,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미 하원이 티벳의 자유를 지지하고 티벳 사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보내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상원에도 이와 유사한내용의 결의안이 상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중국 정부의 대처방식에 큰 변화가 없을 경우 올림픽 개막행사를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니 프라토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 변한 게 없다며 개막식 참석방침을 재확인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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