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성장 완화된 아시아의 대안인가
보스톤코리아  2008-04-06, 21:26:33 
고도성장을 기록했던 과거로의 회귀 욕구가 실용정신


대한민국, 말레이시아, 대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며, 20세기 후반 아시아 경제 부흥에 주역을 맡았던 산업국가들이다. 또한, 이들은 최근 선거를 통해 이념보다는 실용정신을 중시하는 국가 지도자를 선출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주간 뉴스위크 4월 7일 자는 "실용주의 향수(鄕愁)의 정치학: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새로운 지도자 아래 집결하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최근 아시아 정치의 변화상을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경제발전 속도가 완화된 아시아 국가들이 과거 그들이 경험했던 고속 성장과 고용 기회 확대, 사회 안정 등을 약속하는 실용정신을 가진 사업가 스타일의 지도자를 선출했다"라고 지적했다.

▲ 아시아 국가에 부는 실용주의 바람
이러한 실용주의 향수병 증상을 처음으로 보인 대표적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다. 뉴스위크는 작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아시아 국가의 실용주의 현상의 근원으로 보고 있다. 즉,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한국은 세계화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지난 10년 한국을 이끌었던 “대중적 자유주의자들의 연속 통치가 끝나게 될 것"이라고 뉴스위크는 진단했다.  

뉴스위크는 지난 3월 8일 말레이시아 총선도 심도 있게 다뤘다. 즉, 민생문제를 쟁점화한 야당 앞에 50년 가까이 집권해 온 말레이시아 정당연합 국민전선이 다수석 확보에 실패한 것. 기존 여당의 몰락에는 말레이시아의 물가상승, 높은 실업률, 범죄문제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22일 대만의 총통선거에서도 실용주의를 선호하는 아시아 국가의 모습이 보였다고 뉴스위크는 지적한다. 즉, 대만의 유권자들은 대만의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비현실적 민족주의를 펼쳤던 천수이볜 총통을 거부하고 마잉주 국민당 후보를 새로운 총통으로 선출했다. 천수이볜 총통은 집권기간 8년 중 대만의 정체성에 대한 이데올로기 논쟁에 심혈을 기울였고, 그 사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에 머물렀다.

따라서, 뉴스위크는 최근 아시아의 모습이 “일종의 반(反)혁명이다”라고 진단한다. 이데올로기를 중시하던 이전 정치 지도자들은 물러나고, 작은 정부와 자유 무역, 1980년대와 유사한 다양한 발전전략을 추구하는 새 지도자들이 아시아 국가에 들어섰다. 이러한 정권 변화의 이면에는 “한국이나 대만과 같이 정체된 사회를 근대적이고 기술집약적 산업국가로 변화시킨 8-9%의 경제성장률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사람들의 희망”이 있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 과거로의 회귀는 불가능한 꿈
지난 10년간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약 5% 선이다. 뉴스위크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신흥 국제시장이 형성되는 6.5%의 속력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위기의식을 느낀 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를 나름대로 판단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 즉, 선거를 통해 이념보다는 실용정신을 강조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국제 금융 서비스 기관인 Morgan Stanley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경제 성장 속도가 늦어진 아시아 지역의 유권자들은 세계가 자신들을 앞지르고 있다는 생각에 자극되어, 현직 정치인들을 몰아내거나 현 정부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고 있다"라고 논평했다.

그러나 뉴스위크는 아시아 국가들이 1997년 외환위기 이전과 같은 높은 경제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만과 한국의 경우 경제가 너무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고속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뉴스위크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7%로 돌려놓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을 언급하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즉, 현재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9천 500억불 규모인데, 7%의 경제성장은 매년 670억 불의 GDP상승을 의미한다. 10년 전 한국의 GDP를 기준으로 산출된 7%가 250억 불인 것을 고려한다면, 현재 한국이 매년 670억 불의 7%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또한, 뉴스위크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노동집약적 산업이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었고, 이전에 수출중심 경제를 활발하게 했던 제도적인 구조적 이점들도 많이 사라진 현시점에 과거의 경제성장률을 되찾는 것은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이들 아시아 국가의 경제성장에 이바지 했던 중앙집권적 권력체제도 없어진 지금, 70-80년대와 같이 복지와 인권문제에 눈을 감은 체 경제성장을 위해서만 몰두할 수도 없는 상항이다.

일본 도쿄의 템플 대학의 정치경제학 교수인 필 딘스(Phil Deans)는 "이들 국가의 새 지도자들은 그들이 경제를 장악하는 힘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현실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세계화에 직면했을 때 이념적으로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드시 실용적으로 변해야 한다"라며 실용주의적인 변신을 추구하는 아시아 국가들에 높은 점수를 줬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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