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가미가제’ 영화화, 왜?
보스톤코리아  2007-11-11, 00:04:57 
▲ "신의 바람" 영화감독 마사유키 이마이

"가미가제" 감독 마사유키 이마이 보스톤 방문
‘오해 밝히겠다’전후 세대의 인간적 해석…그러나


일본의 유명 배우 마사유키 이마이가 자신의 영화감독 데뷔작 "가미가제 (神風, The Winds of God)" 홍보를 위해 지난 27일 보스턴을 방문했다. 2차대전에 대한 일본인 스스로의 성찰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일본 전후 세대의 2차 대전에 대한 이해와 일본의 문화마케팅의 실체를 살펴보기 위해 이마이 감독과 29일 인터컨티넨탈 호텔(Intercontinental Hotel)에서 단독 인터뷰 시간을 가졌다.

▲ 논란 많은 가미가제 영화화
영화제목 "신의 바람"은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군함을 향해 자폭공격을 했던 일본 공군 가미가제(神風) 특수부대의  번역어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가미가제 특공대를 역사적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영화는 21세기를 살아가던 두 미국인이 1940년대 일본 공군으로 환생하면서 당시 자살결사대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두 무명 코메디안, 마이크(Mike)와 킨타(Kinta, 일본 혼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한다. 에미상 수상(Emmy Award)을 꿈꾸는 그들은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들은 결국 2차 대전 당시 가미가제 파일럿으로 환생하게 되고, 자살공격을 위해 한 명씩 죽어가는 동료를 목격하며 고뇌하게 된다.
"신의 바람"은 연극으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져서, 브로드웨이를 포함 미국 곳곳에서 선 보였다. 이마이 감독은 "9/11테러가 일어났을 때 미 언론이 9/11테러를 가미가제로 잘못 해석한 것을 보고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다"고 작품 제작의도를 밝혔다. 이 연극에 대해 뉴욕타임즈는 "힘 있고 용기 있는 작품이다. 이 연극은 우리가 지나간 과거를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조상을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뒤흔든다"며 높이 평가했다.
연극의 작품성을 인정받은 이후 이마이 감독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미가제를 알릴 수 있는 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해 5년에 걸쳐 이 작품을 만들었다.

▲ 가미가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
이마이 감독은 일본에서 지명도 높은 배우이지만, 이번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이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 마이크가 환생한 가마가제 특공대원 역을 직접 소화하기도 했다.
가미가제는 많은 이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언짢아하는 소재이다. 왜 무거운 정치적 소재를 영화화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이마이 감독은 "젊은 세대와 전쟁을 겪은 세대들에게 [가미가제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놀랍게도 이마이 감독은 대부분의 일본인에게도 가미가제는 타부(taboo)라고 밝혔다. 일부 극우파에서는 아직도 가마가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가미가제를 영화화한다는 제작의도를 밝혔을 때 일본에서의 반응은 아주 차가웠다고. 이 영화의 스폰서를 찾고자 이마이 감독은 2년간 2,000명 가까운 사람을 만나야 했다고 한다.
가미가제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이마이 감독은 100명 가량의 가마가제 생존자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목숨을 바쳐 애국자가 될 것을 강요당한 가미가제 특공대원의 평균 연령은 19세였다. 그는 자기가 만난 가미가제 특공대원 중 "일본 제국과 천황에 대한 충성심에서 죽으러 가려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오히려 일본의 패망을 앞두고 다가오는 연합군의 함대 앞에서 가족을 지켜야겠다라는 절박한 생각 때문에 조종간을 잡았다고.
이마이 감독은 가족을 너무나 사랑했던 젊은 일본군인의 모습을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광적인 것은 일본 자살 공격대가 아닌 전쟁 자체"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삶"이라는 메시지를 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보는 감독의 시선이 가미가제를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이 영화가 가미가제 희생자가 아닌 생존자의 증언에 기초하고 있기에 가미가제를 미화시킬 수 밖에 없는 내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 작품이 연극이다 보니 극적인 요소가 지나치게 강해 가미가제의 역사성을 제대로 그리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결국, 가족애와 삶의 존엄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논하면서도 가미가제 희생자와 전쟁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기에, 이 영화의 윤리의식과 사실성은 관객들의 냉정한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듯 하다.

▲ 미국의 이목을 끈 일본의 문화 마케팅
과거사 문제를 놓고 일본과 갈등 중인 한국인의 입장에서 가미가제는 달갑지 않은 주제이다. 그렇지만, 이마이 감독은 일본 역사를 영화화함으로 미국에 보편적인 윤리적 메시지를 주고자 노력한다. 즉 문화매체를 통해 자신들의 역사를 외부인에게 알리고 보편적 동의를 얻고자 하는 일본인의 놀라울 만한 문화 마케팅을 "신의 바람"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것. 이를 반영하듯 이 영화가 소개된 행사의 이름도 "미일 문화와 방송망 이벤트"였다.
이마이 감독은 젊은 세대를 관객으로 삼으려고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두 코메디안을 주인공으로 정해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는 소재를 부드럽게 다루었다. 또한, 미국관객에게 가미가제를 알리기 위해 자막을 싫어하는 그들의 심리를 파악, 모든 영화대사를 영어로 소화했다. 덕분에 영화제작 시간 5년 중 약 2년을 영어대사를 연습하는데 써야 했다고.
작품의 사실성을 포기하는 대신 대중성을 위해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선택한 이마이 감독의 용단은 "신의 바람"을 일본인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미국인 내지 전 세계인을 위한 영화라는 인상을 주게 했다. 그는 영화 속에 한국인 가미가제 특수부대원의 갈등을 삽입시킴으로써 한국의 과거사와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이렇듯 "신의 바람"은 가미가제를 주제로 만든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는 2차 세계 대전을 해석해 내는 하나의 문화적 텍스트로 작용하게 되었다.
이마이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해 샌디에고, 엘에이,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보스턴을 방문했고, 그 이후에도 뉴욕, 시카고 등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스톤에서도 그는 캠브리지에 위치한 하얏트(Hyatt) 호텔에서 28일 오후 영화 설명회를 겸한 파티를 열었고, 다음 날에는 보스톤에 있는 다양한 이민 신문을 초청하여 마라톤 인터뷰를 가졌다. 하얏트 호텔에서의 영화 설명회에는 보스톤 내 일본인뿐만 아니라 많은 미국인이 앉을 자리도 없이 모여들어 작품과 가미가제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 보였다.
작품의 완성도와 역사적 진실성의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자신들의 역사를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일본의 문화 마케팅 시스템은 우리에게도 분명히 큰 자극이 될 수 있다.

The Winds of God: Kamikaze
상영 날짜: 11/16~11/22
장소: Summerville Theater
55 Davis Square, Sommerville

The Winds of God: Kamikaze
상영 날짜: 11/16~11/22
장소: Summerville Theater
      55 Davis Square, Sommerville

김진혁, 세라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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