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장벽에 '공화당 텃밭' 조준한 EU…미국산 불매 확산
'켄터키 특산물' 버번위스키 등 트럼프 표밭에 보복관세 폭탄
미국산 쓰지 말자 대체품 알려주고 유럽 제품엔 '추천' 스티커
??????  2025-03-12, 23:07:57 
미국산 위스키
미국산 위스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본격적인 '관세 전쟁'에 돌입하자 유럽연합(EU)이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들을 겨냥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버번위스키와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인 제품들을 노린 EU의 추가 관세 조치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가지는 애국심을 건드릴 뿐 아니라, 이들의 실질적인 '주머니 사정'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도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다음 달 1일부터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부터 모든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것에 대한 대응 조치다.

EU가 예고한 보복 관세 대상 품목에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인 제품들이 포함됐다.

이는 모두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기도 하다.

추가 관세가 예고된 버번위스키는 1990년대 이후로 공화당이 한 번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는 켄터키주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이 지역에 1년에 100억달러(약 14조 5천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미국산 위스키는 트럼프 1기 때도 EU의 보복 관세 대상이 됐는데, 당시 미국산 위스키의 EU 수출액은 2018~2021년의 3년간 1억달러(약 1천450억원) 넘게 급감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택했지만 다음 선거에서는 언제든 유권자의 마음이 변할 수 있는 '스윙 스테이트'들도 EU의 보복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관세율이 최대 56%까지 오르게 되는 미국산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기업인 할리 데이비슨의 생산 시설은 위스콘신주에 있는데, 이 지역에서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득표율 0.9%포인트의 근소한 차로 승리했다.

과거 할리 데이비슨은 EU의 관세 표적이 되자 생산 시설을 미국 밖으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공화당 텃밭을 노린 EU의 추가 관세 조치는 2026년에 중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이 지역의 공화당 의원들이 나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장벽을 철회할 것을 설득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U는 이번에 발표한 1단계 조처에 이어 다음 달 13일부터는 2단계 보복 조처에 나설 예정인데,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의 고향인 루이지애나주의 수출품인 대두 등을 그 대상 품목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 역시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이 가볍게 승리한 플로리다주의 수출품인 오렌지 주스 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EU가 미국에 수출하는 항생제 등 필수의약품을 관세 대응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EU는 이번에 발표한 관세를 즉시 적용하는 것이 아닌 다음 달 1일부터 발효하기로 하면서 미국과 협상의 여지를 일부 남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각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산 제품을 쓰지 말자는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위협했던 캐나다에서는 뚜렷한 반미 감정이 번지고 있고, 미국산 제품을 구별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인기를 끌고 있다.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가는 인구도 지난해 2월에 비해 23%가 줄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장벽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된 캐나다와 멕시코 외에 유럽 각국에서도 미국 제품의 불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미국 상품의 대체품을 알려주는 단체의 페이스북 그룹 가입자 수가 7만명을 넘겼고, 덴마크 최대 식료품기업 살링 그룹은 매장에 진열된 유럽산 제품에만 검정 별이 그려진 태그를 달아 소비를 권장하고 나섰다.

노르웨이 최대 정유 기업 홀트박은 지난 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받은 대우에 항의해 미국 군함에 연료를 일시적으로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차량에 대한 불매 운동 역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엘리자베스 브로 선임 연구원은 이번 주 내놓은 보고서에서 미국산 불매 움직임에 대해 "그 누구도 서방 기업과 소비자들이 미국을 상대로 그런 수단을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미국이 더 이상 우리가 직관적으로 생각했던 서방 세계의 구성원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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