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어 노벨상 수상의 숨겨진 의미
보스톤코리아  2007-10-21, 01:02:18 
김은한 (본지 칼럼니스트)


금년도 노벨 평화상은 지구 온난화의 위험을 전세계에 알려온 앨 고어(Al Gore) 전 부통령과 금년 4월에 지구 온난화의 원인은 화석 원료를 사용하는 인간 활동 이라는 제 4차 보고서를 제출한 유엔 산하기구 IPCC(정부간 기후 변화 위원회)가 공동 수상 하게 되었다.
IPCC 는 전세계 2천 500명 이상의 기상학자를 비롯한 과학자, 경제학자들을 망라한 유엔 산하 단체로 지구 온난화에 관해 가장 권위있는 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앨 고어 전부통령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구 온난화 방지를 호소하는 강연을 펼치고, 그 내용을 다룬 '불편한 진실'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서 Emmy 상과 아카데미 상을 수상했고, 또 같은 내용을 다룬 저서 "불편한 진실"로 퀼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지난 십여 년 간에 노벨 평화상은 핵무기, 핵무기 확산, 중동, 북한, 동티모르, 북아일랜드 등 국지적 평화에 위험이 되는 분쟁 해소에 공헌한 단체나 개인에게 수상을 했지만 이번에는 인류전체의 평화에 장애가 되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밝히고 이것을 전 세계에 주지시킨 사람을 선정한 것이다.
이번 수상으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에 노벨 평화상을 수여 한 것이 2번째가 되는데 1995년에 MIT의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 교수가 냉장고의 냉매로 쓰는 불화탄소가 오존층을 파괴한다는 발견으로 화학상을 수상한것 까지 치면 3번째의 환경부문 수상이 되는 것이다.
2004년에 Kenya의 왱가리 마타이(Wangari Maathai) 동물 생태학 교수가 황폐화한 Kenya의 토양을 'Green Belt Movement'라는 식목사업으로 재생시키는 노력에 대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환경이 평화와 무슨 관련이 있다고 평화상을 주느냐고 항의를 했었다. 비록 3년 전 이었지만 그때만 해도 극심한 기상 변화가 수많은 사람들이 졸지에 생명을 잃게 하고, 대단위 인구 이동과 식량과 물 부족에,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으로 우리 인간 사회의 안전과 평화에 막대한 지장을 주게 된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06년 전 제 1회 평화상 시상을 직접 세계 평화에 기여한 앙리 듀낭과 같은 사람에게만 수여하던 기준이 금세기 들어와서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라도 평화에 기여한 사람들에게도 수상을 하도록 바뀐 것이다.
노벨 평화상 위원회는 수상이유로 고어 전부통령과 IPCC는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되는 기후 변화가 화석 원료를 사용하는 인간 활동이 야기한 문제라는 사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게 한 대표적인 인물과 단체로, 자연을 파괴하면 우리 후손들의 평화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해준 공로로 수상 이유를 발표하였다.
국제사회는 이번의 수상으로 지구 온난화에 대한 해결을 개인이나 과학자 단체가 아니라 정부나 국제 단체가 주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온난화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향배에 초점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첫째로 Kyoto Protocol은 2012년에 만료되기 때문에 새로운 협정을 맺기 위해 금년 12월 에 유엔 주재 하에 인도네시아 발리(Bali)에서 기상회의가 열린다.
현재 Kyoto 협정에 가입해 있지도 않으면서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미국을 비롯한 중국, 인도, 호주, 브라질의 참여가 불가피 해진다.
두번째로 지금까지 지구 온난화에 회의적이던 정부나 대기업들이 엄연한 과학적 사실을 외면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IPCC 보고서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선진국들의 호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결국은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나 호주의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도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자는데 동의 할 것이다.
셋째로는 그 동안 소극적이었던 미국 정부나 부시 대통령의 입지가 줄어들게 되었다. 미국은 지금까지 기상 변화 개선에 소극적이었고 석유의 안정된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전쟁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타국과 맺은 조약(체결)을 파기 하거나 무산 시키고 있을뿐더러(Kyoto 협정) 금년 초에 독일에서 열린 선진 8개국 회담에 메켈(Merkel) 독일 총리가 제안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50%로 줄이자는 제안에 미국은 의무적으로 줄이는 것에는 반대 한다면서 여타 7개국의 제안을 묵살 한 것 등으로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이번 앨 고어의 수상은 미국인들과 정치인들이 부시 대통령과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현정부와 같은 보조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은 체면 치례로 세계에서 온실 가스를 제일 많이 배출하는 16개국 대표들을 워싱턴으로 불러 온실 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회의를 열었지만 구체적으로 몇%를 감출 할 것 인지를 결정 할 단계가 되면 의례히 의무적인 감축은 반대하지만 노력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말만 하고 실제 행동은 기분 나는 대로 하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바가스(Vargas) 대표는 모든 일정을 미국 정부가 결정해놓고도 새로운 제안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의무적인 감축 량을 정하는데 반대한다는 것은 미국을 다른 나라와 차별화 하려 한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영국의 존 애쉬톤(John Ashton)도 각국이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면 아무것도 안하겠다 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말만 해왔다. 이제는 결정 할 때가 됐다"면서 미국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도 부시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대통령이 기후 변화에 대해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은 큰 실책이었다" 라고 비판했다. 뉴욕 타임스는 "기후 변화 문제는 개인이나 과학자 집단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맡아야 하는 일인데 부시 대통령은 임무 수행에 실패했다" 고 했다. 바로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Gordon Brown) 수상은 모든 국가들의 협조를 촉구하면서 "IPCC와 앨 고어는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합심해서 기상 변화를 호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는데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엔 반기문 사무 총장은 "IPCC 연구 업적에 감사한다. 지금은 전세계가 기상 변화를 억제하려는 행동을 바라고 있다" 고 하면서 모든 국가들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앨 고어와 IPCC 는 과학적인 사실을 전세계에 주지 시키는 것으로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다한 것이다. 이것을 실행 하는 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특히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세계 자동차의 3분의1을 소유하고 세계 석유 소비량의 4분의 1을 소비하고 있는 미국의 리더쉽이 꼭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부시 대통령의 용단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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