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책가방의 무게
??????  2024-11-06, 12:02:42 
내 일터에서 일이다. 여름이면 자주 엔지니어가 찾아온다. 에어컨과 제습장치를 점검하고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를 볼적마다 놀라는 게 있다. 어깨에 멘 가방이 언제나 묵직하기 때문이다. 내게는 무거운 짐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매해 새봄 3월에 개학한다. 나태주 시인이다. 제목이 3월인데 몇구절이다. 3월이면 젊은이들은 새가방을 든다고 했다.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쳐가겠지...
(나태주, 3월 중에서)

오래전엔 초등학교 아이들이 메던 가방이 있다. 국어교과서 겉표지에도 등장했더랬다. 나역시 그 가방을 메고 등교하곤 했는데, 이름하여 란도셀이라 했다. 호랑이그림이 붙은 갈색 가방이었던 거다.

가방 안엔 교과서들과 공책과 필통이 달랑거렸다. 적어도 2년을 메고 다녔지 싶은데, 삼학년이 되곤 메는 가방이 부끄러웠다. 고학년 입구에 들었섰기 때문인데, 어머닌 들고 다니는 학생가방을 사주셨다. 새가방에 어깨가 으쓱했고,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당당한 3학년이 되었다는 자긍심이라 해야 할까. 

란도셀과 백팩의 차이는 모르겠다. 란도셀은 일제의 잔재인지, 군용배낭을 흉내낸 건지. 그러나 당시 가방값은 만만치 않았을 터. 많은 아이들은 책보따리를 들고 다녔으니 말이다.  

책가방을 맨 어린것들이 쫄랑쫄랑 뛸적엔 귀엽다. 가방속 필통이 장단을 맞추는데, 바라보는 엄마들은 걱정이다. 뛰자말라. 넘어질라.

우리집 아이의 가방 역시 묵직하다. 란도셀이 아닌 배낭가방인데, 두꺼운 책들과 노트북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던지는 농담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가방만 무겁다.’

미국에서도 곧 개학철이다. 아이들 어깨에 맨 가방을 가볍게 하라. 어린것들 어깨는 가벼워야 마땅하기 때문이다. 

전대나 배낭이나 신발을 가지지 말며 (누가 10:4)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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