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O가 선택한 한국인 지휘자 - 성시연 |
보스톤코리아 2007-10-20, 23:50:25 |
▲ 17일 보스톤 심포니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성시연씨
‘예술적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 존경 일상에선 ‘한국음식 없이는 못살아’ 보스톤 심포니 홀, 지구촌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선망하는 세계적인 콘서트 홀에 우뚝 선 한국인 지휘자가 있다. 지난 4월 제 2회 말러 국제 지휘 콩쿨에서 1위 없는 2위로 입상해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성시연 씨 (32)가 올 가을부터 미국 5대 교향악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스톤 심포니 오케스트라(BSO, 예술감독: 제임스 레바인)의 부지휘자가 된 것. 보스톤 심포니 부지휘자로서 성시연 씨의 역할은 콘서트 시즌 동안 매일 연습을 참관하고, 예술감독이나 객원 지휘자가 갑작스런 사정으로 지휘를 못하게 될 경우 대신 무대에 서는 일이다. 보스톤 심포니의 해외 순회공연과 탱글우드 페스티벌에도 참가해야 한다. 인터뷰를 위해 심포니 홀을 들어서서 어디로 갈지 몰라 당황하고 있을 때 성시연 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낯익은 한국인 얼굴을 보고 활짝 웃으며 "인터뷰 하러 오셨어요?"라고 말하는 털털한 그의 모습에 세계 지휘계의 기대주를 만난다는 긴장감은 곧 사라져 버렸다. 토크쇼 진행자를 능가하는 그의 말솜씨 덕분에 음악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오갈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극복해야 성시연 씨에게는 '여성 지휘자'라는 칭호가 종종 붙어 다닌다. 클래식 음악계 내에서도 여성에 대한 벽이 가장 두텁다는 '지휘'라는 영역에서 한국인 여성으로서 그가 이루어낸 업적은 그야말로 대단하다. 10년 전 타계한 대지휘자 게오르그 솔티의 이름을 딴 게오르그 솔티 국제 지휘 콩쿨에 작년에 참가한 성 씨는 콩쿨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상 수상자가 되었다. 보스턴 심포니 126년 역사에서 상임 지휘자와 부지휘자를 통틀어 여성으로서 지휘자로 임명된 것도 그가 최초다. 그럼에도 성시연 씨는 자신에게 붙는 '여성 지휘자'라는 수식어를 부담스러워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여성'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자신의 음악 자체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에는 남성과 여성이 공존한다"는 베토벤의 말을 인용하면서, 음악은 남성 혹은 여성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음악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성시연 씨는 세계적인 여성 지휘자 중 한 명을 자신의 모델로 삼으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는 본받고 싶은 지휘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지휘자는 "벽을 깨는 사람, 즉 예술적 고정관념을 깨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고전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기존 음악계의 스타일을 존중하고 이에 충실해야 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뚫고 가는 사람"이라야 음악가로서 자신을 찾은 사람이라는 것. '여성 지휘자' 외에도 성시연 씨를 수식하는 말은 '아시아인 지휘자' 혹은 '한국인 지휘자'이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유명 음악인들이 그에게 음악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를 벗어버려야 한다'라고 조언을 했을 정도. 그 역시 세계 음악계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에 대한 선입견을 모르지 않고, 아시아 예술가가 소위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성시연 씨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아인들의 실력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한다. 실제 최근 클래식 음악계에서 아시안의 약진은 눈에 띄게 두드러지는 현상.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안음악가들은 서양 전통 음악을 동양인이 한다는 선입견과 여전히 싸우고 있는 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 씨는 "예술에서 모든 선입견을 벗어버리지 않는다면 음악가로 서기 힘들다"며, 30년 전 25세 나이로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부지휘자로 임명되어 현재는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장한 정명훈씨를 존경한다고 밝혔다. 원하는 일을 할 때는 두려움이 없어 지금은 장래가 촉망한 젊은 지휘자이지만, 성시연 씨는 처음에는 피아노를 통해 음악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어릴 적엔 피아니스트가 꿈이었고, 지휘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예고에서도 피아노를 쳤고, 고교 졸업 후 스위스 취리히 음대로 유학 갔을 때도 피아노를 전공했다. "저는 부산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서울처럼 문화적 생활을 향유할 기회가 없었어요. 오케스트라 공연을 직접 들은 적도 거의 없었구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오케스트라 공연에 처음 갔었어요." 그렇다면 성시연 씨가 왜 순탄하게 걸어왔던 피아니스트로서의 길을 접고 지휘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을 하게 되었을까? 그는 음악 공부를 하면 할수록 자신의 부족함을 느낌과 동시에 음악을 입체적으로 보는 눈과 듣는 귀가 생겼다고 한다. 결국 그는 고민 끝에 피아노 대신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했고, 지휘 공부를 위해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진학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피아노를 전공할 때는 공연을 할 때마다 너무 긴장이 되었어요. 하지만 지휘를 하기 위해 무대 위에 설 때는 그러한 긴장은 신기하게 사라졌어요." 그가 지휘를 하겠다고 했을 때 피아노 선생님을 비롯 주위의 만류가 있었다. 여성이 지휘자로서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아는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결정에 반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음악가로 서기 위해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고, 결국 지휘를 통해서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바를 찾았다. 현대 클래식 음악계에서 지휘 콩쿨에 출전하는 일반적인 연령대는 20대 중후반이다. 그러나 성시연 씨가 지휘 공부를 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가 25세가 되었을 때다. 성 씨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말러 지휘 콩쿨의 1회 우승자 구스타포 두다멜 (Gustavo Dudamel, 26)이 수상 당시 23세였다는 것을 감안할 때, 25세의 늦은 나이에 지휘공부를 시작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과 두려움일 수 있었을 것이다 (성 씨가 2회 말러 지휘 콩쿨에 참가할 때 그의 나이는 32세 였다). "(이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았어요. 내가 스스로 벌어먹고 살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어요"라며 그 때를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인생이 60년 이상이 된다고 볼 때, 2-3년의 시간을 투자하고 결정하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짧은 보스톤 생활 올 해로 성시연 씨가 한국을 떠나온 지 13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음식 없이는 정말 못사는" 영락없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으로서 유럽생활과 미국생활을 동시에 맛 본 그의 삶의 이야기 역시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성시연 씨가 미국을 처음 온 것은 지난 2월 보스톤 심포니의 부지휘자 오디션을 보기 위해서였다. 보스톤 심포니 오디션을 위해서는 2주 동안 3개의 곡을 연습하는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해야만 했다. 비자도 그가 미국으로 오기 이틀 전에 나왔다고. 그렇다면 그는 왜 보스톤 심포니를 선택했을까? 성 씨는 우선 제임스 레바인이라는 거장과 함께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3년 동안의 유럽 생활은 '한 번쯤 미국생활을 해 봤으면'이라는 마음도 들게 했다고. 게다가 보스톤은 성 씨가 음악가로서 자신을 훈련시켜 온 유럽과 가장 가까운 도시가 아닌가? 그렇기에 그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스톤 심포니 오디션에 참가했다고 한다. 대서양을 건너 미국으로 온지 3주가 되었다는 성시연 씨는 바다가 끝날 무렵부터 이어져 있는 로건 국제공항 활주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게다가 보스톤의 야경도 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진풍경이라고 한다. 챨스강 역시 그가 보스톤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 중 하나라고. 그는 틈틈이 챨스 강변을 조깅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성시연 씨는 챨스강에서 조깅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차이를 느낀다고 한다. 그는 "유럽에서는 조깅을 할 때 천천히 뛰면서 주위 풍경을 즐겨요. 하지만 미국 사람들이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빠르게 뛰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랬어요"라고 미국과 유럽의 조깅 방식의 차이를 웃으며 설명했다. 보스톤에 온 지 얼마되지는 않았지만 성시연 씨는 보스톤이 어떤 면에서는 유럽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록 그가 미국의 다른 도시들은 안 가 봤지만, "이 곳에 대학이 많다 보니 대학이 보스톤이 전통을 지키는 도시로 남는데 기여를 한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성시연 씨는 오는 12월 12일 수요일 NEC 죠단 홀(Jordan Hall)에서 NEC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보스톤 데뷔무대를 가진다. 내년 7월에는 탱글우드 음악제에 첫 선을 보이고, 심포니 홀에서는 2009년에 데뷔 연주를 할 계획이다. 보스톤 심포니와 2년 계약이 끝난 후에도 도전을 위해 새로운 오케스트라를 찾아 나서겠다는 성시연 씨는 "보스톤에 있는 2년 동안 정말 기쁜 마음으로 있을 것 같다"며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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