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첫 사랑이 오던 순간
??????  2024-07-15, 11:33:38 
소금은 종류도 다양하다. 햇빛에 잘 마른 천일염이 있다. 구운 소금도 있고 맛소금도 있다. 또한 꽃소금도 있다는데, 굵은 소금에 비해 이름마져 한결 예쁘다. 

소금에 붙는 형용어나 동사도 많다. 소금은 음식에 친다하는데 소금은 굽기도 한다. 구운소금을 말하는데 소금은 오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비나 눈이 오고나 내린다는 말이야 당연히 자주 듣는다. 그러나 소금이 온다는 재미있는 말이고, 염전에서 쓰는 말이라 한다. 

시인이 자신의 시작詩作활동을 술회한 글을 읽었다.‘내게 첫 시가 왔던 순간.’ 글 제목은 인상적이고 오히려 시처럼 읽힌다. 시인에게 첫시가 내렸던 순간인게다. 짐작컨대, 시인은 분명 떨리며 황홀했을 터. 

목매며 기다리던 꽃이 필 적에도 황홀하여 떨렸을 터. 지난봄 광화문 글판인데 첫 꽃이 오는 순간이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중에서)

초여름엔 청포도가 한창일게다. 이육사 역시 목매여 오랫동안 기다렸던 청포도 였으니 말이다. 첫 구절이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이육사, 청포도 중에서)

모든게 그러하다. 간절한 기다림이 있다면, 올것은 분명 올것이다. 하긴 소금이 올적엔 타닥타닥 소리까지 낸다고 했다. 염전에서 햇빛에 잘 마른 고운 소금이 살포시 찾아와 내려 앉을 적인게다. 

첫사랑이 찾아 오기도 한다. 첫사랑이라면 애틋한 마음이 앞선다. 이뤄지지 않을테니 말이다. 첫사랑은 버스나 지하철이 아닐테니 내릴 수는 없다. 그런데 첫사랑은 내릴 적도 있을 수도 있겠다. 첫시도 찾아온다 했으니 말이다. 

한창 여름이다. 청포도와 시와 사랑이 떨리도록 무르익은 계절인게다. 첫사랑은 누구에게나 사무치게 그리운 법인데, 계절 탓인가. 더위 먹었나? 아니면 첫사랑은 풋사랑이라 그러한가.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요한 15:13)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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