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투자철회, 철없는 학생들의 주장? 일부 대학 조심스럽게 고려 중 |
대학기금 투자 철회 경제적 영향 극히 미미 그러나 상징적인 압력은 커 |
보스톤코리아 2024-05-16, 17:08:31 |
(보스톤 = 보스톤코리아) 한새벽 기자 = 이스라엘의 가지지역 침공이후 들불처럼 번진 대학생들의 반대시위의 주된 화두는 대학 기금(endowment)의 이스라엘 관련 투자철회였다. 경제적으로 실제적 의미가 없기에 철없는 대학생들의 주장으로 여겨졌던 이 주장이 조금씩 설득력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2주전 브라운대학 학생들은 가자 전쟁에 항의하며 대학이 대학기금 투자운영 포트폴리오에서 이스라엘 군부와 관련된 회사를 제외시킬 때까지 천막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경찰을 투입해 천막 시위대를 강제 철거시킨 다른 대학과는 달리 브라운 대학은 학생들과 대화를 통해 합의했다. 대학은 10월 투표를 통해 투자 철회 여부를 결정키로 했으며 학생들은 농성을 풀었다. 브라운 대학의 투자철회 관련 양보는 불과 몇 주만 해도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이스라엘의 보복 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분노한 학생들은 이스라엘에 전쟁물자를 제공하는 기업들을 공모자로 간주하고 투자철회(Divest)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스라엘에 대한 제제, 투자철회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주장은 반유대주의란 딱지에 위태로워졌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자지구의 마지막 민간인 피난처인 라파지구를 이스라엘이 공격해 들어가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약 1백만여 북부 가자지구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이 피난해 있는 상황이다. 반대시위는 1960년대 반전운동을 상기시킨다. 최소한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대학 총장 및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확대와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가혹행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소한 7개 대학이 학생들의 투자철회 요구에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이스라엘 관련 투자내용을 좀더 자세히 공개하거나 투자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스라엘 군부와 거래하는 회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등을 고려 중이다.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산하의 새크라맨토 주립대는 지난 주 “주민학살, 인종청소, 인권을 침해하는 활동을 하는 곳에서 이득을 취하는 ”회사에는 투자를 철회하기로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3만4천여명의 양민들을 학살한 것을 고려하면 투자 철회 대상이 된다. 워싱턴의 에버그린주립대학은 전담반을 신설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투자”의 정의를 설정해 팔레스타인 지역의 합병 또는 총체적 인권침해 등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회사들의 투자를 철회키로 했다. 시카고 대학을 비롯한 일부 대학은 제도적인 중립 정책을 인용하며 투자 철회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중립 정책은 국제적인 사건이나 정치적인 이슈에 특정한 입장에 동조하는 않는 것을 이야기 한다. 하버드의 한 위원회는 향후 대학이 이 같은 중립 정책을 채택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일부 교수진들은 이 대학이 이-팔 갈등에 입장을 취하는 신호가 될 수 있다며 투자철회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릭 매스킨 하버드 경제학 교수는 “투자 또는 투자 철회는 이득이 되느냐의 관점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정치적 입장에서 내려져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가치 중립적인 대학이 또한 투자 및 투자철회에 있어서도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지도부들은 특정 회사들에 대한 투자 철회요구에 역사적으로 비교적 반대적 입장에 서있다. 특히 대학의 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득을 보장받아야 하기에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 같은 인덱스 펀드에서 특정회사를 추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은 투자철회를 진행해온 과거 사례가 있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의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드와 관련해 학생들의 시민불복종 운동이 일면서 이 국가와 재정적 연결고리를 단절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근 학생들의 시위와 교수진들의 지원에 대학들은 화석연료로부터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또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더 많은 대학들이 재빠르게 투자를 철회했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오랫동안 우방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스라엘은 나치가 홀로코스트를 통해 6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이후에 건국됐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스라엘을 오랜 역사적 박해를 받아온 나라로서 꼭 필요한 보루로 여겨왔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대학들을 학생들의 투자 철회요구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노스웨스턴 대학은 캠퍼스 시위대에게 양보를 해 투자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 철회 요구와 학문적 연대 프로그램을 종료하라는 요구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반대를 표시했다. 최근 대학생들의 요구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학계, 재계 정계의 이스라엘과의 관계 단절 운동 즉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제조치(Sanctions)와 연관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BDS는 다른 곳의 인권침해는 무시하면서 이스라엘의 문제만을 목표로 하기에 ‘반유대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대학들은 극우 진영과 유명 동문 그리고 고액 기부자들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시위학생들과 대화하지 말고 이들을 체포해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학생들과 협상을 진행했던 노스웨스턴과 브라운에 대해서는 기부 동문들과 보수 정치인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하고 있다. 억만장자 배리 스턴리히트는 브라운에 기부를 중단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 공화당 버지니아 팍스 의원은 노스웨스턴, 럿거스, UCLA 총장들에게 사임한 로렌스 게이 전 하버드 총장이 심문당했던 하원의 청문회에 호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대학 총장들은 학생들과 교수진들로부터 끊임없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하버드는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1200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250명의 인질이 발생한 후 학내에서 일고 있는 반 유대주의 정서로 인해 정치인들과 기부자들로부터 주요 타겟이 되어왔다. 350명의 교수진들은 지난 주 서한을 보내 총장이 학생들과 만나 이야기 하도록 요구했고 앨런 가버 총장은 이에 동의 했다. 하버드 측은 이 만남이 결코 협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150명의 또 다른 그룹의 교수진들은 가버 총장에게 천막을 철거하고 절대 시위대에 양보하지 말라는 요구의 서한을 보냈다. 가버 총장은 시위 학생들에게 하버드의 대학기금은 절대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철회가 비록 상징적이지만 이스라엘에는 거의 실질적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미 대학 기금은 모두 합쳐 8천3백90억달러($839 billion) 규모다. 이 자산은 광대한 분야에 걸쳐 투자되어 있다. 따라서 경제적 의미에서는 거의 무의미한 정도의 영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경우 이미 많은 젊은 층의 눈에 부정적으로 비춰지고 있으며 더욱더 비호감족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상징적 의미가 훨씬 크다. 케네스 로스 인권감시단체의 대표는 학생들의 시위는 일반 시민들의 인식을 일깨운다고 지적했다. 남아프리카의 인종분리 정책에 대한 투자 철회 운동은 미국의 경제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결국 인종차별정책을 종료하는 도화선이 된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 시위도 대학에서 시작됐으며 결국 대학생들의 논리가 시민들의 의식을 일깨웠을 때 민주화로의 이행을 이끌어 냈다. 대학생들의 철없는 행동이 때론 사회변화의 도화선일 수도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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