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쓰케어, 택스, 빈곤, 범죄 등이 정치계 화두로


이라크전,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공화_민주 양당의 논쟁은 2001년 9/11테러 발발 이후 수년간 미국 정계의 핵심 화두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정계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지역에 쏟아왔던 관심을 국내로 돌리고 있다.
지난 9월까지만 하더라도 미 의회와 미 대선후보의 관심사는 온통 이라크 주둔 미군 철군문제와 국가 안보문제에 쏠려있는듯 했다. 그러나 9월 말부터 미 정계의 관심은 의료보험, 조세, 빈곤, 범죄예방 등의 국내 문제로 급변했다.
예를 들면, 지난 달 이라크 철군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던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최근 전폭적인 헬쓰케어 확대안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에게 1인당 5천달러를 지원해 이들이 성장했을 때 대학 학자금으로 쓰도록 하자는 획기적 제안을 내어 놓았다. 선거전략 변화가 미국인들의 민심을 잘 반영했는지, 클린턴 의원은 민주당 내 지지율 2위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의 격차를 지난 2주간 더 크게 벌려놨다.
이번 주에 일어난 유아의료보험확대안에 대한 논쟁은 국내 정책을 놓고 민주, 공화 양당이 펼쳐야 할 신경전의 전주에 불과하다. 발빠른 민주당 지도부는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의회의 논쟁주제였던 증오범죄 예방과 경찰력 증대를 위한 예산 인상을 다시금 의제로 내어놓을 전망이다. 또한 민주당 대선후보는 헬쓰케어 확대, 조세개혁, 빈곤문제 해결, 사회정의 확립 등의 국내 정책을 선거 캠페인의 전면으로 내세우며 이라크 전과 테러와의 전쟁에 질려버린 미국인들의 관심을 새롭게 끌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현재 민주당의 정책변화를 쫓아가는 꼴이 되고 있다.백악관과 공화당은 국가안보와 이라크 전쟁 등의 문제에 민주당에 비해 보다 큰 책임을 가지고 있기에, 국내 문제로의 정책변화 속도가 민주당에 비해 느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공화당은 불법이민자 문제에 있어서도 보수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정계는 국내 문제로 눈을 갑지기 돌리게 되었을까? 워싱턴 포스트의 죠나단 위스먼(Jonathan Weisman)은 "1994년 공화당 혁명 후 13년이 흐른 지금, 미국은 '정부가 심각한 국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는가'를 질문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미국 정계의 분위기가 최근 변한것 이면에는 정부가 국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라는 미국민들의 암묵적 요구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러한 미국민들의 바램에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민주당의 선거 여론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피터 하트(Peter Hart)는 "삶의 환경이 나빠질 때 미국인들은 '누가 이 상황을 개선시킬까?' '우리는 누구에게 도움을 구해야 할까?'라고 질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정부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내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선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정책의 우선권을 국내 문제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오하이오 주의 죤 보허 (John Boeher) 의원은 "미국 경제상황이 좋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모든 미국인의 경제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가정의 수입은 그다지 상승하지 않은 반면, 헬쓰케어나 난방비 등의 비용은 상승했다"고 분석했고, "이러한 비용은 한 가정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국내 문제가 공화당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미시시피주의 트렌트 랏 (Trent Lott) 상원의원은 국내 정책이 "우리 공화당을 더욱 하나로 연합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정책에 집중함으로써 공화당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테러와 전쟁에 관한 13년간의 논쟁 대신 미국인들의 삶에 대한 정책대결을 펼치는 것을 환영하고 있는 눈치다. 의회에서 펼쳐질 국내 정책 문제에 대한 양당의 논쟁과 대선후보들의 새로운 선거공약이 미국인들의 삶의 질을 어떤 식으로 향상시킬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진혁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