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돌
보스톤코리아  2007-10-09, 23:20:25 
(오탁번(1943~))

연못가에 돌 하나를 갖다 놓았다
다 썩은 짚가리 같이 어둡기도 하고
퇴적되어 생긴 오묘한 결과 틈이
꼭 하느님이 자시다 만 시루떡 같은
충주댐 수몰지역에서 나왔다는 돌,
어느 농가 두엄더미에 무심히 서 있다가
몇 십 년 만에 수석쟁이의 눈에 띄어
수석가게 뜰에서 설한풍 견디던 돌,
이끼와 바위솔이 재재재재 자라고
나무뿌리도 켜켜이 엉켜있다
화산과 지진이 지구를 뒤덮고 난 후
태고의 적막을 가르며 달려온 돌,
비 오면 비에 젖고 눈 오면 눈을 맞는
저 아무렇지도 않은 껌껌한 돌을
고즈넉이 바라보는 일은 쏠쏠하기만 한 데
물을 주면 금세 파랗게 살아나는 이끼!
검버섯 많은 내 몸에도
무심결에 파란 이끼나 돋아나면 좋겠다

해설  단단한 돌 속의 틈새와 줄무늬에 눈을 맞추어본 이들은 알리라. 돌은 무감각하지 않다는 것을, 돌과의 대화를 나누고 숨결을 듣는 수석 애호가들의 열광을 백분 이해하게 된다. "비 오면 비에 젖고 눈 오면 눈을 맞는" 돌의 존재. 수 억겁 동안, "태고의 적막을 가르며 달려온 돌"이 아니던가. 인류의 시작을 묵묵히 지켜보고 시간의 눈금을 새겼을 돌, 이 아름다운 시가, 돌의 고락과 무궁한 궤적을 잔잔히 돌이켜보게 한다.
오탁번 시인은 충북 제천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1966),<중앙일보>신춘문예(1967), <대한일보>신춘문예(1969),당선. 시집으로 <아침의 예언>, <너무 많은 가운데 하나>, <생각나지 않는 꿈> <겨울강>, <1미터의 사랑>, <벙어리장갑> <손님> 등, 저서로「한국현대시사의 대외적 구조」「현대시의 이해」등 다수가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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