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인생 7 |
보스톤코리아 2023-10-16, 11:31:25 |
9번홀 : 골프 그리고 경쟁 흔히들 골프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들 한다. 아마도 축구, 농구, 야구 등 다른 운동처럼 상대가 보내온 볼에 반응하는 운동이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자신만의 볼을 온전히 자기 자신이 콘트롤 하는 운동이기에 그런가 보다. 또한 골프는 "신사의 운동"이라고들 한다. 이는 다른 운동경기와 다르게 심판이 반칙 휘슬을 불지 않더라도 자신의 타수를 벌타와 함께 자기 스스로 거짓없이 카운트해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지만 골프도 상대가 존재하는 엄연한 운동경기이다. 물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경기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가 없다면 영 흥도 신도 안나는게 사실이다. 따라서 골프에도 항상 경쟁관계가 존재하게 되며 그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운동보다 자신의 성향이나 성격은 물론 상대방의 성향까지 파악할 수 있는 운동이다. 골프 전문가도 아니니 어설픈 이론은 집어치고 나의 아홉번째 홀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이번 홀은 "경쟁"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골퍼들은 어마어마한 상금을 놓고 경쟁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은 소위 내기를 통해 경쟁관계를 형성한다. 대부분은 골프 후 저녁 내기 정도지만 가끔은 아주 친한 친구들의 경우에 한해서 돈을 걸고 피터지게 경쟁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평소 감춰져 있던 친구들의 성격이 여실히 들어나게 되고 나 역시 나의 성격을 가감없이 표출하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다시 말해 얼굴에 한꺼풀 덮혀 있던 가면이 벗겨지게 되는 것이다. 어째던… 오늘은 친구들이 한달에 한번 모여 함께 라운딩을 즐기는 마지막주 토요일이다. 대학동창 넷이 모이니 이놈 저놈 아침부터 걸쭉한 욕설이 오고간다. 옆에서 지켜보던 캐디가 한마디 던진다. "친구들 맞아요?" 라운딩 시작 전부터 기선 제압용 욕설이 좀 과했나 보다. ㅎㅎ 친구들과 라운딩하기 전에 언제나 핸디 문제로 설왕설래 한다. "야 임마 너 핸디 좀 내려 이게 어디서 사기치고 그래", "야 너나 사기치지 마" 서로의 핸디 조정이 일단락 나야만 라운딩이 시작된다. 참고로 골프에서 핸디는 규정타수가 72일 경우 자신의 평균타수에서 규정타수를 뺀 수로 결정되게 된다. 예를 들어 평소 80타 정도 치는 경우 80-72=8 즉 싱글핸디 (핸디가 한자릿수라는 의미)로 아마추어로서는 수준급의 실력을 갖춘 것으로 간주한다. 내 경우 90대 초반 약 91타 에서 95타 정도 치니 평균 타수를 92정도 잡고 92-72=20 즉 내 핸디는 20정도 보기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보통 100타 이상 치는 사람들은 무조건 핸디가 28이다. 120개를 친다해서 핸디가 48일 수는 없다. 이럴 경우 무조건 핸디는 28이다. 마치 당구에서 30 이하는 없듯이… 그리고 한국에서 120타 정도 치면서 골프장 나오면 캐디한테 눈총 엄청 받는다. 한마디로 출입금지다. ㅎㅎ 골프에 대해 쥐뿔도 모르면서 핸디에 대해 운운한건 친구들과의 내기 시 공정한(이게 공정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게임을 위해 핸디만큼 돈을 미리 주고 시작하기 때문에 핸디에 대한 조정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게 된다. 다시말해 타당 천원짜리를 친다면 핸디8인 친구가 핸디 20인 나에게 만이천원을 미리 주고 나는 핸디 28인 친구에게 8천원을 주고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자! 욕설이 난무하는 상태에서 어렵게 핸디조정이 끝나고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티 박스에 올라선다. 크던 작던 돈이 걸려있기 때문에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다. 사실 그날 경쟁에서 승리해 돈을 딴 친구가 승리 기념으로 거하게 저녁을 쏘기 때문에 그 돈이 그 돈이지만 그래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긴장하는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하여튼 어깨에 힘이 들어갔으니 초구가 잘 맞을리 만무…. 공이 옆으로 휘면서 수풀(러프 rough) 속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OB('Out of Bounds'의 약자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지역의 경계 밖이라는 의미, 이 경우 1벌타 후 전 위치로 이동 세번째 샷을 친다. 따라서 세컨샷은 4타째가 된다.) 는 아니다. 하지만 세컨샷을 제대로 칠 수 없는 상황이다. 친구들이 피식 웃는다. 매너 없는 놈은 박수까지 친다. (아주 친하지 않은 사람들과 라운딩을 할 경우 이런짓 하면 안된다. 매너 없는 놈으로 낙인 찍혀 골프계에서 퇴출 당할지 모른다. ㅎㅎ) 수풀로 들어가 공을 찾는다. 내 공이 안보인다. 정신없이 찾는다. 공을 찾지 못하면 2벌타. (원래 로스트볼은 1벌타 후 바로 전 위치로 돌아가 다시 치는것이 룰이지만 아마츄어의 경우 골프 진행상 공을 잃어버린 지점에서 2벌타를 먹고 볼을 드롭하여 치게된다.) 자! 이제부터 인간의 본성이 나오게 된다. 다른 사람들은 아랑곳 없이 5분이든 10분이든 끝까지 공을 찾는 사람(규정상 5분 이내에 못찾으면 로스트볼로 처리된다), 다른 플레이어에게 민폐 끼치지 않게 빨리 포기하고 벌타 먹고 공을 드롭하여 치는 사람, 슬쩍 다른 공을 놓거나 남이 잃어버린 공을 자기 공이라 우기며 벌타 안먹으려고 사기치는 사람 등등. 그 플레이어의 선택을 보면 그 사람의 인간성을 보게 되는 것이다. 우여곡절 속에 공을 찾았다. 벌타는 없다. 하지만 나무 사이로 공을 기가 막히게 치지 않는 한 홀컵을 바로 본다는건 무리다. 이 경우 두가지 유형의 성격이 나온다. 하나는 무조건 홀컵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전진하려고 노력하는 타입, 다른 하나는 전진은 못하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며 공을 페어웨이로 안전하게 Lay Up (가능성이 있는 어려움을 피하려고 매우 보수적으로 플레이하는 샷) 하는 사람…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취적으로 밀어 붙이는 사람,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안전하게 가는 사람… 남은 생각 안하고 자신의 이익이나 목적만 생각하는 사람, 남을 지나치게 신경쓰며 자신의 권리를 쉽게 포기하는 사람, 심지어 사기치는 사람까지… 골프를 치면서 그 사람의 행동을 잘 관찰하면 인관관계 형성이나 사업에 큰 도움이 된다. 자! 이제 친구들 모두의 공이 그린에 올라왔다. 타수를 계산한다. "너 몇번에 올라 왔어?" "나 3번", "이 새끼 사기치네 너 임마 저기서 헛발질 한번 했잖아?" "아냐 임마" 하면서 자기 타수를 다시 헤아리는 척 한다. "아! 맞아 그랬다. 그럼 4번" " 아 새끼! 자기 공이나 잘 치지 그건 언제 또 봤네" ㅎㅎ 골프를 치다보면 흔히들 타수를 줄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하물며 큰 액수는 아니지만 돈이 걸렸는데 어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을까! 하지만 실수를 가장한 고의성 타수 줄이기는 너무도 쉽게 발각되고 만다. 안보는것 같지만 다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내기 골프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은 지극히 당연한 마음이다. 하지만 골프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박진영 (보스톤라이프스토리닷컴 대표)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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