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탁란과 육아 |
보스톤코리아 2023-10-09, 11:18:55 |
한국에선 학교교사들이 집회를 갖었다고 했다. 추모행사를 겸해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했다던가. 교사들이 새로 부임하면 하던 말이 있다. 지도편달指導鞭撻을 부탁합니다. 어려운 용어다만, 학부모나 선후배 동료교사들에게 인사말이었다. 직역하자면 매질을 해서라도 지도 해달라는 뜻이다. 변하지 않으며 변할 수도 없는 게 있다. 스승은 가르치고 학생은 배운다는 것. 그럴적에, 학부모는 자식의 교육을 학교나 선생에 맡긴다. 지도편달을 부탁하는 거다. 사진 한장이 눈에 띄였다. 어머니인지, 아니면 선생님인가. 회화작품을 앞에 두고 설명해 주는 그림이다. 전해주고 가르치며, 듣고 배우는 모습이 그럴듯 하다. 가르치는 이가 있다면, 배우는 아이들도 있다. 탁란託卵. 낳은 알을 부탁한다는 말인데, 뻐꾸기가 그러하단다. 뻐꾸기는 알을 낳기는 한다만, 품어 부화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어미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 둥지에 슬쩍 밀어 넣는단다. 그리고 2주 정도 새끼가 알을 깨고 태여나기를 기다린다는 거다. 의탁依託이랄 수도 있고, 투탁投託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그럴까. 뻐꾸기 울음 소리는 가엽게 들린다. 시인도 그렇게 들었텐데, 오히려 애닯다. 저 목소리 들어봐선 아닌 것 같다 저리 곱고 깊은 소리 눈빛처럼 다급하게 알을 낳았으리라 염치머리 없다고 미안 미안하다고 울어 울어도 죄 가시지 않는다고 이 산 저 산에 무릎 꿇는 울음 메아리 (함민복, 뻐꾸기) 전제가 있다. 알을 맡길 적엔 유모乳母새가 반드시 잘 품어 줄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감히 제 알을 섣불리 맡길 수는 없을 터. 갓난아이를 유모에게 맡겨 먹이고 키우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인큐베이터 속에서 자라는 아이라 할수도 있겠다. 뻐꾸기도 제 새끼는 귀할 진대, 새끼를 보호하고 양육하는 건 의무이며 권리이기도 하다. 탁란을 넘어 육아育兒라 인게라. 미국에도 뻐꾸기가 있던가. 분명 있을 것이다. Cuckoo라는 단어도 있다. 새가 날개 치며 그 새끼를 보호함 같이 (이사야 31:5)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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