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사랑과 번역
보스톤코리아  2023-10-02, 11:26:49 
어려움이 따른다. 제목을 다는 일이 그 중 하나다. 글이랍시고 귀한 지면에 졸문을 올릴 적엔 더하다. 학술 논문이 아닐테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 어디 제목 뿐이랴. 번역도 만만하지 않다. 번역이 어렵다는 말은 맞는 말일텐데, 아무리 훌륭한 번역이라 해도 번역은 번역인바, 완전할 수는 없을 터. 

어릴 적 내 이야기이다. 중학교적인데 영어 참고서 맨 앞장을 들췄다. 격언이 나와 있었다. 학문에는 왕도王道가 없다. 왕도라? 왕만이 다니는 길인가. 왕만이 배우는 학문인가. 영어와 임금이 무슨 상관인가. 임금도 영어를 배웠나? 왕도를 임금의 도리라 해석했던 바.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There is not royal road. 이 말은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자 유클리드의 말이라 했다. 차라리 지름길 이라면 어땠을까. 배움에는 지름길이 있을 수없다 라고 말이다. 

초월번역. 원문을 번역할 때 곧이 곧대로 직역하기보다 이해하기 쉽게 효과적으로 바꾼 것을 의미한단다. 의역을 넘어 예술성을 더한 번역이라는 거다. 초월번역도 분명 오역誤譯일텐데 수긍할 수는 있겠다. 

내가 좋아한 초월번역이 있다. 원제는 고우스트인데, 한국판 제목은 사랑과 영혼이다. 분명 오역일텐데, 귀신인 Ghost라면 뭔가 섬찟하다. 사랑이 붙으며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달라 오히려 감미롭다. 영화엔 연인 둘이 붙어앉아 도자기를 빚는 장면도 있다. 과연 사랑과 영혼이 어울려 보인다. 

‘사랑과 영혼’ 영화엔 흘러간 팝송도 등장한다. Unchained Melody 인데 내귀에도 낯설지는 않다.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A long, lonely time. Time goes by so slowly
And time can do so much. Are you still mine?
I need your love. I need your love
Godspeed your love to me

이 노래 가사는 번역할 필요가 없겠다. 아니 번역한다면 오히려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번역이나 통역이 필요치 않을 테니 말이다. 눈빛 으로도 전달할 수 있을 터. 정녕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라고 묻는다.

가장 완벽한 번역은 무無번역이라 했던가. 원어를 직접 읽고 느끼는 거다.  그렇다고 직접 읽기가 말처럼 쉬운건가? 그렇지는 않을게다. 각자 읽은 방식이 다를 것이고, 어휘의 범위가 다를 수있다는 말이다. 감수성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번역에도 왕도王道는 없는데, 오역과 초월번역의 경계는 희미하다.

만왕의 왕이요 만주의 주라 하였더라 (요한계시록 19:16)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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