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왕따·배신·아스퍼거…머스크 "나를 키운 건 역경" |
월터 아이작슨이 전기 '일론 머스크' 출간 130여명 인터뷰…괴팍하고 미치광이 기질이 있는 위대한 혁신가 |
보스톤코리아 2023-09-12, 21:10:19 |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어요.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지요." '스티브 잡스' 전기를 썼던 월터 아이작슨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가 한 말이다. 아이작슨은 2년 넘게 주당 100시간 이상 일하는 일 중독자 머스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의 회의에 참석하고 그와 함께 공장을 걸으며 그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 결과물 '일론 머스크'(원제: Elon Musk)가 13일(한국시간) 미국과 한국 등 32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저자는 괴팍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그의 성격과 세 번에 걸친 불안정한 결혼 생활, 리스크를 추구하는 사업 스타일 등 그의 공적·사적 생활을 상세하게 담았다. 머스크와의 인터뷰뿐 아니라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과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동료들, 가족, 전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머스크란 복잡한 성격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머스크는 1971년, 폭력이 난무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세 살 때 유아원에 갔다. 원장 선생님이 너무 어리다며 만류했지만, 엄마는 뜻을 거두지 않았다. 선생님 말씀에 집중을 못 했고, 물어보면 딴소리하기 일쑤였다. 어렸지만 자주 몽상에 빠졌다. 다섯 살 때 부모의 뜻을 어기고 그는 두 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혼자 걸어 사촌 집에 갔다. 그만큼 고집 세고 완강했다. 아버지는 몽상가였고,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극단적인 성격을 지녔다. 다정하다가도 갑자기 돌변해 1시간 넘게 머스크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머스크의 엄마는 그런 남편을 견디지 못하고 떠났다. 머스크는 아버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했으나 평생 그러지 못했다. 그도 부친처럼 가끔 "악마 모드"에 빠져들었다. 그는 아스퍼거증후군에 시달렸다. 사회적으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는 발달장애의 일종이다. 그 영향 때문인지 어린 시절 학교생활에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에선 따돌림과 폭행을 당했다. 친구도 없었다. 독서가 안식처였다.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책만 읽는 날도 있었다. 니체를 읽고 니힐리즘에 빠졌다. 그는 그 시절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고 우주 개척을 평생의 꿈으로 삼았다. 그는 18세에 캐나다로 가 대학에 다니다 3학년 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으로 편입했다. 물리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 했다. 시간이 날 때면 푸드트럭 중 한 곳에서 점심을 급히 해결하고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배터리에 대한 학술 논문을 읽곤 했다. 졸업 후에는 서부로 갔다. 스탠퍼드 대학원에 등록했지만, 사업으로 방향을 돌렸다. 동생과 함께 정보 제공 회사인 '집투'를 설립한 그는 사무실 바닥에서 자고 YMCA에 가서 샤워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성공해 4년 만에 회사를 매각, 2천200만 달러라는 거액을 벌었다. 그 돈을 밑천 삼아 친구 프리커와 함께 1999년 '엑스닷컴'을 설립했고, 이어 페이팔과의 합병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가 신혼여행을 간 사이 페이팔 이사진이 합세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는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것처럼 페이팔에서 축출됐다. 대신 지분에 따른 이익은 얻었다. 2억5천만달러였다. 무일푼에서 시작했던 그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그는 이제 시선을 우주로 돌렸다. 번 돈을 토대로 2002년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2003년 마틴 에버하드와 마크 타페닝 등이 테슬라를 설립하자 그는 640만 달러를 투자하며 테슬라 이사회 의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곧 900만 달러를 더 투자했고, 멤버들과 다툼이 생기자 더욱 적극적으로 경영에 뛰어들었다. 그는 그렇게 스페이스 X와 테슬라를 함께 경영해갔다. 2008년에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스페이스 X의 세 번째 로켓 발사가 실패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테슬라도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임직원 월급도 못줄 형편이 됐다. 그는 친구와 가족에게 돈을 빌리러 다녔다. 동생인 킴벌은 파산 상태였지만, 보유한 애플 주식을 팔며 형에게 돈을 보냈다. 친구 빌리 리가 200만 달러, 구글의 세르게이 브린이 50만 달러를 투자했고, 심지어 테슬라 일반 직원들도 수표를 썼다. 머스크는 이혼 변호사 비용까지 건드렸다. 그는 가진 모든 걸 투입했다. 2017년에도 위기가 왔다. 이번에는 좀 더 개인적인 위기였다. 연인 앰버 허드와의 이별, 그리고 아버지가 의붓딸로 키운 자나와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충격을 받은 머스크는 우울증과 혼미함, 현기증과 조증 사이를 수시로 넘나드는 시기를 겪었다. 그는 광적으로 일에 몰두하며 이를 극복했다. 여러 위기를 겪었지만 그는 결국 테슬라와 스페이스 X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소유한 솔라시티, 보링컴퍼니, 뉴럴링크 등도 성장 중이다. 여기에 트위터까지 최근 사들이며 '머스크 제국'을 키워나가고 있다. 책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들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2013년부터 본격화된 제프 베이조스와의 피 말리는 우주 경쟁,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한 빌 게이츠와의 대립,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을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하면서 벌어진 사건, 여러 여인과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빚어진 순탄치 않은 가정사까지 흥미롭게 다룬다.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쓴 저자는 머스크의 전기를 쓰면서 몇 가지 면에서 잡스와 머스크는 비슷한 듯 다르다고 평가한다. 저자에 따르면 잡스는 때론 비열했고, 직원들에게 잔인했다.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힘이 있었다. 아이폰과 매킨토시가 나온 배경에는 그와 같은 강한 추진력이 있었다. 머스크는 다른 의미의 잔인함이 있었다. 그건 "괴팍함"이다. 저자는 질문한다. "만약 그가 괴팍하지 않았다면 과연 우리를 전기차의 미래로, 그리고 화성으로 인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비슷한 점도 있다. "그는 직원들을 미치게 만들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해내게 만들기도 하는 '현실 왜곡장'을 갖춘, 똑똑하지만 까다로운 보스라는 점에서 특히 그랬다"며 그는 잡스처럼 "동료든 경쟁자든 모두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삶은 부모의 학대, 학교에서의 따돌림, 동료의 배신, 외로움, 몽상, 집착, 위험 추구, 그리고 꿈을 향한 강렬한 집념 같은 단어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그는 이런 약점들을 일정 부분 극복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한다는 점에서 공감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창의적이고 비전이 있으며 추진력이 있다는 점에선 탁월했다. 그는 극도로 복잡한 인물이었다. 저자는 그를 미치광이인, '위대한 혁신가'라고 평가한다. "위대한 혁신가들은 배변 훈련을 거부하고 리스크를 자청하는 어린아이일 수 있다. 무모하고,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고, 때로는 해를 끼칠 수도 있다. 그리고 미치광이일 수도 있다.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을 만큼 미친 사람 말이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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