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흔하고, 위험하지만, 치료 가능한 질환
뉴잉글랜드 한인의사연구회 건강강좌(3)
보스톤코리아  2023-08-31, 15:29:51 
콩팥은 수분및 노폐물을 배설하는 중요한 장기이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에 만성적인 손상이 생겨서 건강한 콩팥처럼 잉여의 수분과 노폐물을 배설하지 못하여 과도한 수분과 독성 노폐물질이 쌓이는 질환이다. 만성콩팥병은 원인질환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악화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투석이나 이식과 같은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말기신부전 상태에 이르게 된다. 진행된 만성콩팥병 환자는 혈압 조절이 일반적인 고혈압 환자에 비해 어려워지고, 요독 물질의 축적으로 다양한 이상이 나타나며, 결과적으로 심장 및 뇌혈관 질환 합병증 및 조기 사망률이 증가하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또한 만성콩팥병 환자가 암과 같은 다른 만성질환에 이환되는 경우 신장 기능의 저하로 인해 적절한 진단 및 치료에 제한을 받게 되어 신장 기능이 정상인 환자들에 비해 불량한 예후를 보이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약 8억 명의 사람들이 만성콩팥병에 걸려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성인 7명 중 1명은 만성콩팥병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실제 의미 있는 신장 기능의 감소를 동반하는 경우는 이보다 적은 성인 인구의 5-7%로 추산되고 있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만성콩팥병은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쉽게 진단이 가능하지만 대개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진단을 받지 않으면 진단 자체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미국질병관리본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만성콩팥병 환자 10명 중 9명은 본인이 만성콩팥병이 있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만성콩팥병은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기에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경우 완치가 가능할 수 있다. 완치가 어려운 경우라도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생활 습관의 개선 및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통해 비가역적인 손상을 피하고 진행을 막을 수 있다. 특히 최근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막는 여러 약물이 개발되어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점도 주목해 볼만 하다. 

어떤 사람이 만성콩팥병에 걸리기 쉬운가?
만성콩팥병은 당뇨, 고혈압, 사구체 질환 (glomerular disease), 유전성 신장질환에 의해 흔하게 발생하며, 최근 증가하고 있는 고령화, 비만 인구의 증가 등도 만성콩팥병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 따라서 당뇨, 고혈압, 비만, 고령의 나이, 신장 질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만성콩팥병이 발생할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높기 때문에 조기에 신장 질환에 대한 주기적인 검진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성콩팥병은 어떻게 스크리닝하고 진단하는가?
만성콩팥병은 콩팥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신장 기능의 감소 혹은 신장 손상의 근거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신장 기능은 단위 시간 내에 사구체를 통해 어느 정도의 노폐물을 걸러낼 수 있는지를 보는 사구체 여과율로 대변된다. 근육에서 분해되어 생기는 크레아티닌 (creatinine)은 혈액 검사를 통해 쉽게 측정할 수 있는데, 우리 몸에서 일정한 속도로 생성되어 신장의 사구체를 통해 여과된 후 세뇨관을 통해 재흡수 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하게 신장의 여과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된다. 젊은 성인의 사구체 여과율은 정상적으로 90-120 ml/min이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 신장 기능이 정상 범위로 유지된다고 해도 정상적으로 소변을 통해 배설되지 말아야 할 단백질 혹은 혈액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경우 사구체의 미세한 손상을 반영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40세 이상 성인에서 2년마다 혈액 및 소변 검사를 통해 만성콩팥병 이환 여부를 검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당뇨 환자의 경우 신장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40%에 이르기 때문에 매년 신장 기능과 요검사를 통해 신장합병증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만성콩팥병은 어떻게 치료하는가?
만성콩팥병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이다. 원인이 당뇨병이라면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철저한 혈당 조절이, 고혈압이라면 130/80 mmHg 미만으로 철저한 혈압 조절이 필수적이다. 기왕이면 당뇨 및 고혈압 약제 가운데 신장 보호 기능이 있는 약제를 사용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혈당 및 혈압 조절 뿐 아니라 당뇨와 고혈압에 흔히 동반되는 만성콩팥병 발생을 예방해 주고, 기왕에 만성콩팥병이 발생한 이후에도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 적절한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구체 질환이 원인인 경우 각 사구체 질환의 병태생리에 특이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만성콩팥병의 유전성 원인 중 가장 흔한 질환인 상염색체우성다낭신은 낭종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 주된 문제인데 이를 억제하는 약제를 주된 치료제로 사용한다. 일단 나빠진 신장을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약제는 없으나 신장 기능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해 주는 약들도 개발되어 사용되기 시작하였으므로 이에 대한 관심도 가져볼 만하다. 

신장 질환은 조기에 진단을 하여 신장을 망가지게 하는 원인 질환을 제거,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철저한 혈당 및 혈압 조절은 모든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철저한 염분 제한 (하루 나트륨 섭취 5g 미만),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적절한 체중의 유지 (체질량 지수 25 kg/m2 미만), 신독성 약제를 피하는 것 등은 일상 생활에서 스스로 관리하며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수칙이다. 만성콩팥병의 발병이나 진행을 막기 위해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생활 습관을 개선해 나간다면 신장 질환을 염려하지 않으며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하정 교수
서울대 신장내과 부교수. 하바드의대 Visiting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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