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숨고르기
신영의 세상 스케치 896회
보스톤코리아  2023-07-10, 11:29:49 
바람, 장마와 폭염 그 사이에 불어오는 아니 불어주는 바람이 고마운 날이다. 한국 방문을 코로나 전 2018년도에 다녀오고 두 번을 한국행 티켓팅을 했다가 캔슬하길 연속했다. 그것은 어쩌면 내게 큰 두려움이기도 했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가족들과 마주하는 시간과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지난 1월 말 한국 방문은 나의 개인 일이 아닌 교회의 사역으로 다른 목사님들과 동행한 방문이라 목적이 판이하게 달랐다. 이번 방문은 예전처럼 나의 시간을 마련하여 찾아온 여행이다. 가족들을 만나며 안타까움과 서로에게 위로가 되려고 애쓰는 모습이 예전과는 다른 만남이었다.

그것도 며칠 후 훌훌 털어버리기로 마음먹고 결정하고 실천했다. 차라리 언니들을 위로했다. 고맙다고 나 이렇게 씩씩하게 잘살고 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이렇게 내 마음을 전달하니 마음이 후련해졌다. 이 두려움이 무서워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미뤘던 한국방문이 편안함과 평안함으로 바뀌었다. 한 열흘은 언니들과 지냈다. 특별히 자상하고 배려가 많은 막내 형부 집(막내 언니)에서 한참을 보냈다. 모두가 고마운 사람들, 고마운 시간이었다. 가족이라는 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위안과 평안을 나누는 것인지 새삼 깨닫는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입장이라는 것이 있으므로 다시 깨닫는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의 첫 번째 공식이다. 다른 사람의 일에 너무 깊이 관여하지 말라는 얘기다. 상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먼저 묻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마음이 열리고 편안한 관계가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해줄 때가 오는 것이다. ‘긁어 부스럼 만든다’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지 않던가. 그렇다, 부스럼은 자연스럽게 떨어질 시간이 필요하다. 괜스레 상처를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옛 어른들의 지혜의 말씀이다. 요즘에도 꼭 필요한 말씀이다.

30여 년 동안 한국을 방문하면 도착해 가족들과 인사 나누고 내 일정으로 여기저기 바쁘게 돌며 지인들을 만나고 돌아오기 전 다시 가족들과 만나 식사를 나누며 인사를 마치고 돌아오곤 했었다. 엊그제는 막내 언니가 오랜만의 둘의 시간을 마주하며 얘기해 온다. 참 좋다, 늘 네가 바빠서 이렇게 오붓한 시간도 갖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이렇게 며칠을 함께하니 참 좋다고 말이다. 나 역시도 언니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언니가 형부와 행복하게 살고 가까운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어 덩달아 행복했다.

이번 여행은 세상 나이 60의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남편의 2주기를 보낸 즈음에서, 세상 나이 육십을 맞은 인생 2막에서, 그리고 하나님의 제자로, 사역자의 길에 들어선 중요한 시점에서 아주 귀한 시간이다. 지금까지 세상과 벗 삼아 살아왔던 지난날을 반추하며 점검하는 시간이다. 앞으로 ‘하나님의 사역자의 길’에서 바른 방향과, 올곧게 걸어갈 것인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깊이 아주 깊이 묵상하는 시간으로 흔들림 없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앞만 보고 푯대만 향해 나갈 수 있는 하나님의 딸로, 하나님의 제자로, 하나님의 사역자이길 기도한다.

‘쉼과 숨고르기’ 시간이 내게 필요했다. 세상과 더불어 행복하다고 살았던 그 삶도 참으로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아닌 하나님과 더불어 사역자의 길에서 내 소명과 사명을 가지고 맡겨진 역할을 하며 살겠다고 고백을 했다. 이제는 ‘행복의 가치’가 ‘즐거움의 가치’가 달라졌다. 사람의, 삶의 가치는 인생의 길이가 길고 짧은데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하고 살았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조금은 넓은 의미로 펼쳐진, 펼쳐질 ‘나의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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