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헌책
보스톤코리아  2023-04-24, 11:26:14 
종이 책이 덜 팔린다나.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 만은 아닌가 싶다.  신간은 여전히 발간되고 팔린다 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종이책이 대세다. 게다가 헌책이라면 더욱 환영이다. 활자가 작고, 세로쓰기라면 더할 나위없다. 그렇다고  그런 책을 일부러 찾아 읽는건 아니다.

몇일전이다. 한국신문 컬럼을 읽었다. 새로 발간된 책을 소개한 글이다.  그 신간 책 제목이다.  ‘헌책  낙서 수집광’.  책속에 적었던 글 구절이다.  “책 속 흔적은 헌책에서만 찾을 수 있는 특별한 보물. 책이 가장 책다워질 때는…읽은 사람의 이야기가 책에 남는 순간부터….”  

책저자의 변辯이다. 남이 보던 책, 곧 헌책을 읽을 적엔 밑줄을 치거나 메모 했던 것만 골라 읽는다고 했다. 나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책을 읽을 적엔 밑줄을 긋는다. 눈에 띄이는 대목을 메모하기도 한다. 그러니 누군가 책을 빌려 주십사 부탁 할 적엔 머뭇거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내가 읽었던 책을 들춰 본다면 속살을 보이는 것 같은 끄러움일테니 말이다. 

전후 사정이 이러할진대. 책꽂이에 꽂힌 책을 들춰 볼적에, 낙서없는 부분이 나온다면 억울하다 여긴다. 밑줄이 없거나, 흔적이 없다면 읽지 않은것과  마찬가지라 여기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다면 날짜는 물론, 읽은 흔적이야 흘린 커피자국까지 같이 한다.  내책은 지저분하기가 가관인 게다.

성경책도 예외는 아니다. 아내가 한국에서 구해왔는데, 굵은 글씨체의 개역판이다.  내 성경책은 주일예배나 구역모임에서 성경구절이 읽을 적마다 밑줄을 그었다.  이미 헌책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따금 들춰 볼적마다 기억이 새롭고 반갑기 그지 없다.

내가 무슨 대단한 독서가나 책 애장가는 아니다. 그저 이따금 크지 않는 서가에 책이 있으니 꺼내어 들춰 본다. 읽다만 책들이 태반인데, 아예 첫장에 구입 날짜만 기록하고 도장을 눌러 찍어 놓은 책들도 상당하다. 헌책방에서 구했던 책들도 제법 된다. 

사정이 그럴적에 나는 책을 빌려 볼 엄두도 내지 못한다. 낙서없고 메모 없이 읽을 수없을 테니, 차라리 읽지 않는게 낫다는게 내 지론이다.  아내와 아이는 정반대다. 책을 마치 깨질지도 모르는 보물로  여긴다. 낙서는 물론 접는 것도 허락치 않는거다. 아내의 책은 내가 감히 엄두를 낼수 없다. 

요즈음, 반즈앤 노블도 변혁을 시도한다던가. 한국 역시 동네책방이란 이름으로 다시 활기를 되찾는다 했다. 하긴 한국 전직대통령도 서점을 열었단다. 수익은 둘째치고라도, 번창하시라. 그 책방에선 헌책도 취급하는가?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책이 있으니 (요한계시록 5:1)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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