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덧칠과 덧대기
보스톤코리아  2023-04-06, 17:00:36 
고등학교 동창이 있다. 어릴적 부터 그 친구 유난히 머리가 희였다. 새치 단계도 넘어섰으니 오죽했으면 별명이 백발이었다. 다른 친구의 짖굳은 농이다. 차라리 검은 머리를 다 뽑아라. 그리고 백발만 남으면 검은색으로 염색하라. 듣던 모두가 박장대소했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두약 칠 하라는 조언이 아니었으니 천만다행이라 할까. 염색은 덧칠이라 할 수도 있겠다. 색을 덛입히는 거다. 

 보스톤 아스팔트길이 그러하다. 해마다 봄과 가을이면 도로 보수공사가 열을 낸다. 겨우내 망가진 탓에, 패인 부분은 메우고, 갈라진 건 땜질을 하는거다. 그러나 그것도 별 무소용이다.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면 다시 갈라지고 패인다. 그렇다고 해마다 갈아 엎고, 포장할 수없을테니 그게 문제일 게다. 적잖은 돈이 드는 일텐데, 예산이 넉넉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사는 렉싱턴엔 아직도 낡은 전봇대를 쉽게 본다. 아스팔트 길가로 나란히 서있는데, 전기줄엔 참새떼가 날아와 앉아 지저귈 수도 있다. 
전봇대에 참새들도
하품을 하는지 짹짹거린다

바람은 동네 한 바퀴를 돌며
신이 났는지 새싹 하나를 잡고
춤을 춘다
(남혜란, 나른한 봄날 중에서)

 우리집 강아지 송이를 산책 시킬 적이다. 우리 옆동네에서 낡은 전봇대를 보았다. 전선주는 오래되어 이미 엷은 회색으로 변색되었고, 상당히 기울었다. 밑동은 이미 지탱할만한 힘이 없는 거다. 임시방편인데, 지지할 수있는 덧대기 기둥을 세우고, 나무로 연결지었다.  새 전선주를 세우기엔 형편이 넉넉치 못한 모양인게라.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다.)

전선주에 덧대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다. 땜쟁이. 솥이나 냄비따위중  뚫어진 그릇을 메꾸는 직업이다. 영어로는 Tinker라 하는데 팅커벨 할 때 그 팅커가 맞다. 옛날에는 제법 볼 수 있었지만 요즈음에야 보기 찾아 볼수 없는 직종이다. 이젠 냄비나 솥에 구멍이 나면 버리고 새로 구입하기 때문일게다. 

전봇대나 법령이나 세월이 흐르면 낡고 변한다. 따라서 고쳐야 하고, 개정해야 마땅하다. 없애기도 한다만 땜질하기도 한다. 백발이야, 물론 염색하든지 말든지.

오늘 졸문은 시민고발문이 되었다. 
http://www.holybible.or.kr/B_GAE/cgi/bibleftxt.php?VR=9&VL=23&CN=41&PN=7&CV=99&KY=%b6%ab%c1%fa+&SS=0

격려하며 이르되 땜질이 잘 된다 하니 (이사야 4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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