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의 수장 곤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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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코리아  2022-11-14, 11:46:44 
가와치에서 나라에 이르는 역사의 길
가와치에서 나라에 이르는 역사의 길
지난번 칼럼에서는 서기 461년에 한일 고대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첫째가 백제 25대 무령왕이 가카라시마의 한 동굴에서 태어났다는 것과 곤지왕이 왜국에 정착하면서 한일 양국의 역사가 크게 소용돌이 치게 된다는 것이다.
곤지왕에 대한 사료는 백제 왕씨를 비롯해 백제 유민들이 제출한 백제삼서(百濟三書)를 통해 일본서기에 전해지고 있다.
백제본기는 신공왕후기, 계체천황기, 흠명천황기에 인용되고 백제기는 신공왕후기, 응신천황기, 웅략천황기에 인용되었으며 백제 신찬은 웅략천황기, 무열천황기에 인용되었다. 그래서 이들 3서를 원사료로 해서 백제사가 정리된 듯 하다.
곤지는 백제 20대 비유왕의 4째 아들로 21대 개로왕의 사촌 동생이었다. 곤지에 대한 기록은 일본서기 웅략천황 5년(462년), 개로왕 8년에 왜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되어 있다. 
왜왕 웅략이 재위 2년에 백제출신 여자 지진원(池津媛)을 취하고자 하였으나 그녀는 석천순(石川楯)과 이미 정을 통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웅략은 화가 나서 두 남녀를 나무에 묶어 잔인하게 태워 죽였다. 이후 웅략은 백제에 다시 미인을 청했던 모양인데 백제 개로왕은 지진원이 화형 당했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채녀(采女)를 보내지 아니했다. 그러나 3년후에 백제 왕실은 몹시 어려운 처지를 당하게 된다. 백제 비유왕은 진작에 반란군에게 살해되었고, 대를 이은 개로왕은 정식으로 왕위에 오르지 못하고 왕자의 신분으로 개로왕이 아닌 가수리군으로 호칭하고 있었다. 한쪽에선 반란군이 세력을 형성하여 왕권을 노리고 있었고, 밖으로는 고구려가 침략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라서 개로왕의 입지가 몹시 딱하게 되었다. 
당시에 곤지의 직함은 군군(軍君)으로 병권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왜국으로부터의 도움이 절실한 사정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곤지는 백제에서 파견한 외교사절의 자격으로 웅략천황와 협조하게 된다. 곤지는 예정한대로 지금의 오사카 난파(難波)에 상륙해서 가와치 아스카의 하비키노에 정착한다. 
난파항구는 당시 왜국의 정치, 경제의 중심지로 100여년전 아신왕 년간에는 많은 백제인들이 광개토대왕에게 쫓겨 이곳에 모여 살고 있었다. 더구나 백제 왕족 나리야스도톤이(758-811)이 이 지역에 운하를 만들어 백제인들이 급증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딴 도톤부리가 지금까지도 널리 알려진 지명이 되었다. 
곤지왕이 정착한 하비키노는 원래 행정지명이었으나 본래부터 우리나라 지명인 구다라 고우리 백제군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 초기였던 메이지 24년인 1891년에 히가시나리군 후루이찌로 행정지명이 바뀌었다가 1922년 다시금 현재처럼 오사카부 하비키노시가 되었다.
곤지왕을 제신으로 모신 아스카베 신사를 가려면 오사카 아베노바시역에서 긴테츠 전철의 미나미 오사카 선을 타고 17번째, 성덕태자 능이 있는 카미노타이시(上太子)역에서 내리면 된다. 전철을 탈 때 앞쪽 3칸중 하나를 타야 목적지인 카미노타이시역에 내리게 된다. 15번째 역인 후루이찌에서 전철을 분리해 앞의 3칸만 목적지로 가는데 2 정거장만 더 가면 카미노타이시역이 된다.
전철역을 나오면 우측 등성이에 공동묘지가 있고 자동차가 겨우 다닐만한 골목길이 뚫려있다. 이 길이 지금은 좁다란 골목길이지만 곤지왕 생전에는 "역사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다케노우찌 가도(竹內街道)로 일본 제일의 국도였다. 이 길을 통해 백제 사신들이 난파의 가와찌를 통해 나라 아스카에 도착하곤 하였다.
곤지왕을 모신 아스카베 신사는 카미노타이시역에서 큰소리로 소리치면 금방 들릴 수 있는 지척지간에 있었는데 신사 정면에 아스카베 신사라고 쓴 편액이 달려 있었다. 
원래는 곤지왕 신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만 일제시대 때 한반도계 이름을 없애려고 의도적으로 아스카베 신사로 이름을 바꿔버렸다. 그 당시 일본 사람들은 한인 동족론과 관련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하였다. 더구나 한국이 본가(本家)가 되고 일본이 분가(分家)가 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였다. 아스카베 신사는 일본 황실이 모든 왕실의 제도와 규범을 정하고 신사의 등위를 정한 연희식(延禧式)에 따르면 정4위에 속한 황실 사당인데 등위에 어울리지 않게 퇴락해 가는 신사였다. 돌층계를 올라가면 상단에 곤지왕 신위가 모셔 있고 왼쪽에 신사 건물이 있다. 그리고 주위의 산등성이에는 온통 포도밭이 전개되어 있다. 여기서 재배되는 포도는 임진왜란때 풍신수길이 한반도 품종을 가져다 재배한 무라키시 종이라는 포도라고 한다. 백제 사람들이 모여사는 이곳에 한반도 포도를 재배한다고 하니 묘한 인연이다.
예전에는 신사주위의 산에 백제인들의 횡혈식 석실분들이 무척 많아서 이 고분들을 아스카 천총(千塚)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개발의 붐을 타고 50여기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중에 족장의 무덤으로 생각되는 고분을 간논스카 고분이라고 부른다.
가와찌 지역에는 백제 유적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한반도 3국의 유적이 함께 모여 있다. 후루이찌와 곤지왕 사당이 있는 카미노타이시역 사이에 고마가타니역이 있는데 그 일대가 고구려 사람들이 살던 곳으로 그들 무덤군을 고마가야 고분군으로 부른다. 또 후루이치역에서 동편으로 가지말고 계속 남쪽으로 가면 첫번째 역이 기시역으로 그 일대의 시라기(白木) 가와찌정(河內町) 일대가 예전에 신라 사람들이 살던 터전으로 가네야마 고분군을 조성하고 있다.
백제인들의 전통적이 횡혈식 고분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4세기말로 곤지왕이 이곳에 도착하기 100여년전부터 백제인들이 모여 살았기 때문에 아스카베 왕국을 세우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간논스카 백제 고분의 출토물
난파진의 백제니사 명문 토기 
아스카베 신사 정문에는 비조호신사라는 명칭이 쓰여 있다
아스카베 천총은 곤지 후손의 무덤으로 추정

곤지왕에 대한 에필로그
곤지왕 461년에 개로왕의 명에 따라 477년까지 16년동안 왜국에서 백제를 위한 후방 기지를 마련하려고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사실은 지난번 칼럼에서도 언급한 바 있었다.
그러나 475년 9월에 고구려 장수왕이 한성을 압박해오자 개로왕은 문주 왕자에게 목협만치 장군과 함께 신라로 가서 자비왕에게 만명의 병력을 얻어 한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한성은 이미 쑥대밭이 되었고 개로왕을 비롯한 왕족들은 모두 잡혀 처형을 당한 뒤였다. 이로써 한성 백제의 운이 다해 문주는 웅진으로 천도하게 되었다.
새로 왕이 된 문주왕은 서둘러 왕실을 보전하게 되었지만 백제 왕실은 몰락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백성들은 이미 부여 왕실에 대한 믿음을 저버렸고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외척 해씨들은 왕권을 능가하는 힘을 행사하며 기강을 문란케 하였다. 476년에 해씨 세력의 핵심인 해구가 병관좌평이 되면서 왕권은 유명무실해지고 권력은 모두 해구에게 집중되었다. 이에 문주왕은 477년 3월 왜국에 있는 아우 곤지를 내신좌평에 임명해 해씨 세력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정을 바로 잡으려 하였다. 그러나 곤지가 조정을 추스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당시의 상황을 삼국사기는 이렇게 은유하고 있었다. "3월 5일 검은 용이 웅진에 나타났다". 2달 뒤인 7월에 곤지가 사망하였다.
곤지왕에 대한 기록은 일본서기 백제신찬에서 인용된 바 있다. 곤지왕의 가와찌 왕조를 연구한 역사학자 가도와끼 데이지 교수는 5세기말에 하비키노의 이시가와 골짜기에 곤지왕이라는 백제 왕족이 5명의 아들과 종족들을 거느리고 나타나는데 이들이 한일역사에 크나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의 아들중 2명은 백제왕이 되는데 백제 24대 동성왕(479-501)과 백제 25대 무령왕(501-524)이 되었고 곤지의 막내 아들은 왜국의 25대 게이타이 천황(507-521)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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