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의 화장실사건 미국 들끓어
보스톤코리아  2007-09-04, 04:04:46 
▲ 화장실에서 게이 구애 행휘를 하려다 적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는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좌측)



아프간 한인 인질 석방합의의 낭보가 전해진 29일(현지시각) 미국 언론은 한 중진의원의 `화장실 사건'으로 들끓었다.
동성간 결혼에 반대하고 범죄 피해자가 된 동성애자에 대한 특별보호 조치에도 반대해 온 아이다호 주(州) 출신 래리 크레이그 상원의원(62.공화)이 지난 6월 공항 화장실에서 어처구니 없는 짓을 했다는 얘기가 온통 화제였다.
미국 언론이 대대적으로 전하는 '화장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10년간 하원의원을 지낸데 이어 3선 상원의원을 연임하고 있는 중진 크레이그 의원은 지난 6월 11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공항의 화장실에 들어갔다. 화장실 문틈으로 안에 들어있는 남성을 한참 들여다본 크레이그 의원은 바로 옆 칸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수하물을 문고리에 걸었다. 이것은 보통 화장실에서 짝을 찾는 게이(남성 동성애자)들의 전형적인 '작업' 수순이라는 것. 크레이그 의원은 이어 오른쪽 발바닥을 톡톡 두드리다 칸막이 아래 공간으로 발을 옮겨 옆 칸에 있는 남자의 왼쪽 발에 갖다댔다. 다음엔 손으로 칸막이 아랫부분을 쓰다듬었다. 이 또한 게이들의 대표적인 `화장실 구애'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문제는 옆 칸에 앉아있던 남성이 사복경찰관이었다는 데에서 비화됐다. 미니애폴리스 공항 화장실에 불미스런 행동들이 자주 일어난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잠복 근무를 하며 추근대는 게이를 색출하려 기다리고 있던 순간에 크레이그 의원이 딱 걸린 셈이다. 크레이그 의원은 현장에서 체포돼 약 45분간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다급해진 크레이그 의원은 자신의 명함을 건네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넌지시 묻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레이그 의원은 경찰에서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줍기 위해 발을 넓게 벌리고 바닥을 쓰다듬게 됐다고 변명했으나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관 데이브 카스니아는 바닥에는 휴지 같은게 전혀 없었다고 조서에 분명히 밝혔다. 크레이그 의원은 결국 지난 8일 이 사건에 대한 유죄를 인정하고 575달러의 벌금을 냈으며, 감독관을 배치하지 않는 1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미 의회 전문지 '롤 콜'이 처음 보도한 이 사건이 워싱턴 포스트 등 유력 언론 매체에 대대적으로 실리자 미 국민들은 경악했고, 의회 윤리위원회는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CNN 등 주요 방송사들이 일제히 아이다호에 취재진을 급파하고, 사건을 생방송으로 보도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자 크레이그 의원은 직접 해명에 나섰다.
부인과 함께 기자들 앞에 나타난 크레이그 의원은 "나는 게이가 아니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사건 당시에 경찰관이 내 행동을 오해했다"고 항의했다. 그는 "빨리 일을 덮고 싶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잘못한게 있다면 유죄를 인정한 것이다. 법률자문을 받지 않고 유죄 인정이란 잘못된 결정을 내린데 대해 유권자들에게 사과한다. 변호사에게 이 문제에 대한 검토를 정식으로 의뢰했다"고 밝혔다. "아내와 가족을 사랑한다"고도 했다. 그는 언론이 마녀사냥식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며 의원직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크레이그 의원이 자신에 대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화장실 사건'의 진상에 대한 정밀조사는 불가피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진상을 둘러싼 미국 언론의 후속 보도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그러나 '화장실 사건'의 진상이 무엇이든지 간에 크레이그 의원의 정치 생명은 위태로워졌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의 해명을 선뜻 믿기가 어려운데다 설령 그가 결백하다고 해도 상원의원으로서 짓지도 않은 죄를 인정하는 심각한 오판을 했다면 그런 판단력으로 미국 상원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론이 거세기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연합 =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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