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운전면허, 왜 단속당하나?
보스톤코리아  2007-09-04, 03:59:20 
▲ (상)국제운전면허에 대한 경찰의 단속은 비자 종류에 따라 다르게 집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하)경찰의 단속 지침으로 사용되는 LED의 내용.

경찰이 문제인가 아니면 운전자의 문제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된 피해자 발생



미국회사에 취업 한달전 보스톤에 온 박태주씨는 20일 보스톤 서쪽 타운인 서드베리(Sudbury, MA)에서 노란 신호등인 가운데 사거리를 건너다 경찰에게 정차를 당했다.
박씨는 아직 소셜시큐리티(Social Security)번호도 발급받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MA주 운전면허를 신청도 못한 상태. 국제운전면허증과 한국 면허증, 그리고 여권 사본을 제출하자 경찰은 약 10분간에 걸쳐 조회하다 다시 돌아와 차에서 내리라고 말하고 ‘무면허 운전’티켓(ticket)을 발부하고 차를 현장에서 견인시켰다.
지난해 8월 메드포드에서 유학생 손승환 군도 차를 견인당하고 티켓을 발부 받았고 10월 유학생 박정수(가명)씨도 콩코드에서 다른 차에 들이 받히는 사고를 당했는데 오히려 무면허 운전으로 견인당했다. 콩코드 지역 경찰(Local police)도 주 경찰(State Police)도 모두 검토한 후 내린 결론이었다.
보스톤에 본부를 둔 일본계 잡지인 J 매거진의 편집장 마리씨는 “일본 방문객들도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운전하다 경찰에 티켓을 발부받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불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스톤 소재 브라질 이민센터(Brazilian Immigration Center)의 소장 파우스토 다 로카(Fausto da Rocha)씨는 “매일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운전하다 티켓을 발부받았다는 신고가 접수된다”고 말했다. 특히 “피바디, 프레밍햄, 말보로, 에버렛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티켓을 발부받는다. 보스톤 경찰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라고 밝혔다.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의  외국인 방문자들이 국제운전면허로 운전하다 티켓을 발부받는 것이 MA주에서 아주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 경찰들이 이처럼 국제운전면허 운전자에 대해 티켓을 남발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파우스토 다 로카씨는 “경찰들이 MA주법(Mass General Law)을 항상 내세우지만 국제운전면허에 대해 충분하게 교육이 안되었거나 훈련이 안된 것 같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박태주씨를 단속했던 서드베리 경찰서의 대변인 리차드 맥클린경사(Sgt. Richard MacLean)의 대답은 “경찰들이 최근들어 많은 국제운전면허증 소지자를 대하기 때문에 아주 잘 훈련되어 있다”는 것. 맥클린 경사는 “MA주법이 국제협약과 상충될 때 주법으로 대체(supersede)할 수 있다. 박씨의 경우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MA주 주민인 것으로 간주해 반드시 MA주 라이센스를 획득한 후 운전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의 법집행이 옳았다는 것이다.
MA주 RMV(Registry of Motor Vehicles: 차량 등록국)의 여성 대변인 앤 두프리네(Ann Dufresne)씨는 박태주씨의 케이스를 예로 들며 RMV의 입장을 묻자 이메일을 통해 “한국을 포함한 협약국가로부터 온 방문자들은 소속국가의 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을 소지하는 경우 도착일로부터 1년간 운전할 수 있다. 만약 1년이 넘는 경우에는 MA주에 거주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반드시 MA주 면허를 신청해야 한다”고 답하고 “박씨의 케이스는 경찰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것을 근거로 이같은 판단을 내렸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관광, 학생, 워크  등 비자에 따라 법집행 달라
주경찰청(State Police) 에릭 벤슨(Eric J. Benson)대변인도 맥클린 경사의 입장과 다르지 않았다. “워크 비자를 소지한 사람은 반드시 MA주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하며 전혀 유예기간(Grace Period)도 없다”는 것.
벤슨씨는 “관광 비자 소지자는 거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입국일로부터 1년간 국제운전면허로 운전할 수 있다. 학생비자 소지자는 학교에 다니는 한 1년간 국제운전면허로 운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크 비자 소지자·영주권 소지자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또 학생 비자 소지자는 국제운전면허, 한국운전면허, 여권 그리고 학생임을 증명할 수 있는 학생증 등을 동시에 제시해야 한다고 .
에릭 벤슨은 “학생 비자는 소지하고 있지만 심지어 자신의 다니는 학교 스트리트 이름도 말하지 못하는 가짜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증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들의 법집행 근거는?
경찰들이 이같은 법집행을 하는 근거는 뭘까?  맥클린 경사는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 MA주법(Mass General Law) 90장 10항(Chapter 90, Section 10)”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스톤 코리아와 성기주 변호사가 함께 검토한 90장 10항(Chapter 90, Section 10)”에는 실제적으로 각 비자에 따른 법집행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
맥클린 경사가 실제로 사용한 근거는 경찰의 단속 지침서로 활용되고 있는 “Law Enforcement Dimensions(LED)”이었다.
주경찰 에릭 벤슨도 “LED”를 알고 있다고 했고 “주법(MGL)은 너무 많고 들고 다닐 수도 없으며 법집행에 대한 설명도 없다. 반면 LED는 사기업체에서 만든 것이기는 하지만 변호사들이 주법을 시행하기 쉽게 풀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벤슨 대변인은 자신의 답변의 근거는 모든 주 경찰들이 반드시 수료해야 하는 ‘온라인 아카데미 인-서비스 훈련(online academy in-service training)’이라고 밝혔다.
벤슨은 “NH,  RI, 커네티컷 등 인근 주 면허 소지자들도 MA주에 거주를 목적으로 왔다면 반드시 오는 ‘즉시’ MA주 라이센스를 획득해야 한다. 국제운전면허 소지자도 거주가 목적이라면 이와 똑같이 적용한다”고 밝혔다.
LED나 온라인 아카데미 등에서 주법을 근거로 법집행을 풀이해 놓은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하는 의구심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다.

실제상황 고려없는 법집행
워크 비자를 받은 사람은 일하기 30일전(H1-B는 10일전)에야 입국할 수 있다. 하지만 면허 획득에 필수인 소셜 시큐리티 번호를 받는 시간만도 최소 2주에서 많게는 두달. 또 운전면허는 즉각 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 법은 이것을 용인치 않고 있기에 한인들은 이에 대한 대처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경찰 및 로컬 경찰 언론 담당 대변인들이 비록 모든 경찰이 잘 교육되어 있다고 하지만 경찰들로부터 실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손승환 군도 학생이었고 박정수씨도 학생이었다. 그럼에도 모두 차가 견인 되었고 각각 약 $170여불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아이리쉬 이민센터(Irish Immigration Center)의 캐리 버크(Carrie Burke)씨는 “아이리쉬 이민자들도 국제운전면허증으로 인한 피해를 종종 호소하며 일부는 법집행이 옳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찰들이 국제면허법에 대해 분명하게 알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때로는 잘못된 처분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 이민센터 로카 소장과 입장이 유사하다.
경찰들은 자신의 법집행이 옳다고 믿고 피해자들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국제운전면허. 다음호에서는 RMV의 입장과 법률학자 등을 중심으로 인터뷰해 연재한다.

장명술,김세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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