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
보스톤코리아  2007-08-26, 21:33:18 
김은한 (본지 칼럼니스트)


신라(新羅) 선덕여왕(善德女王)때의 이야기다. 신라는 고구려와 백제의 협공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당나라 태종에게 사신을 보내어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당태종은 "그대 나라는 여자를 임금으로 삼아 주위 나라의 업신여김을 받으니, 이는 임금을 잃고 적을 받아들이는 격" 이라고 못마땅해 하는 것을 사관(史官)이 받아 적기를 "신라는 여자를 세워 왕위에 있게 하였으나 진실로 난세의 일이며 이러고서 나라가 망하지 아니한 것은 다행하다 할 것 이다. 서경(書經)에 빈계지신(牝鷄之晨: 암탉이 새벽에 운다)이라 하였으니 어찌 경계 할 일이 아니랴 (삼국사기)"고 하면서 암탉으로 비유하는 여자가 왕이 된 것을 탓하고 있었다.
 
원래 암탉이 새벽에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서경의 목서편에 나오는 말인데 주(周)나라 무왕(武王)이 은(殷)나라의 폭군 주왕(紂王)을 정벌 하기 전에 군사들을 고무시키기 위해 한 말이다. 당시 은나라의 주왕이 달기 라는 못된 여인에 빠져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리자 무왕은 주왕을 정벌하기 위하여 병사들을 이끌고 목야(牧野)지역까지 진출하였다. 그는 병사들에게 "옛사람이 말하기를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하는 법이다. (古人有言曰, 牝鷄無晨, 牝鷄之晨, 惟家之索) 지금 주왕은 여인의 색향에 빠져 백성을 학대하고 나라를 어지럽혔다."고 병사들을 고무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암탉은 물론 달기를 가리`킨다. 새벽이 오면 수탉이 울어서 시각을 알려주는데 암탉이 울게 되면 수탉 위주의 사회질서가 깨지는 것을 경계 하는 말로 여성이 권력자로 나서는 것을 제어 하자는 뜻이다.

사실 중국은 측천무후, 여후(呂后), 서태후(西太后)등 아주 못된 암탉들이 많이 출현해서 여성의 진출을 경계 했겠지만 우리나라는 선덕여왕 이후로 멋있게 울어 제친 많은 암탉들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빈계지신(牝鷄之晨)의 굴레를 우리 여성들에게 씌워온 천 년의 잘못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1920년 신여성을 대표해서 여성차별의 굴레를 벗어나려던 여성운동의 선구자 나혜석은 그녀의 시에 자신의 처지를 쓰고 있다. "나는 사람이라네. 남편의 아내 되기 전에 자녀의 어미 전에 첫째로 사람 이라네." 그녀는 이렇게 탄식 하면서 사람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 했지만 실연과 이혼에 이어 병마와 싸우다가 서울시립 병원에서 외롭게 회한의 생을 마감 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여자도 남자 못지 않게 적극적이고 왕성하게 생산적인 사회활동을 한다. 따라서 그들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지고 인권이 신장되는데 빈계지신의 철학을 고수 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암탉이 힘껏 울면 울수록 수탉의 어깨가 가벼워 질것이고 암탉도 나름 대로의 더욱 신나는 생활을 향유 할 수 있는 것 이다. 대한민국 행정고시 합격자의 50%, 사법 외무고시 합격자의 30%가 여성들이다. 초등학교 교사의 80%가 여교사 들이고 생계를 책임지는 여성도 20%나 된다. 한국 여성들의 근로시간을 세계 각국과 비교한 것이 있다. 물론 한국 여자들만큼 많이 일하는 여자들은 없다. 부지런하다는 일본 여성이 한국여성의 3분의 2 에 미달한다. 미국과 영국 여성의 2배를 일하는 여자들이 한국 여자들이다. 우리 한국 남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가족과 사회에 연대감이 철저한 여성들을 할머니, 어머니, 아내, 누이, 딸로 두고 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른다.

어느 나라 여성들이 국가 재정이 어렵다고 딱 하나뿐인 약혼, 결혼 반지를 국가에 헌납 하겠는가(IMF).

지난 8월 20일 우리는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에서 또 한번 멋지게 울어 젖히는 여성을 볼 수 있었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박근혜 후보의 승복 연설이다.
"경선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리고 경선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당원의 본분으로 돌아가서 정권 교체를 이루기 위해 백의종군 하겠습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되신 이명박 후보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국민과 당원의 10년 염원을 부디 명심 하시어 정권 교체에 반드시 성공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지해 주셨던 동지 여러분 정치를 하면서 저는 늘 여러분의 과분한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이번에도 과분한 사랑을 보내 주셨습니다. 정말 감사 합니다. 여러분의 사랑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치열 했던 경선은 이제 끝났습니다. 아무 조건도 요구도 없이 그 동안 저를 도와 주셨던 순수한 마음으로 이제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힘을 모아 주십시오. 이제 경선 과정의 일들을 모두 잊어 버립시다. 저와 함께 당의 화합에 노력하고 다시 열정으로 채워진 마음으로 돌아와서, 그 열정을 정권 교체에 쏟아 주시길 당부 합니다. 감사 합니다."

일상 들을 수 있는 패자의 연설일 수 있지만 그 동안 한국 정당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패자가 승복하고 협조를 약속한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경선 승복은 1971년 신민당 경선에서 패배한 김영삼 후보가 김대중 후보를 도와준 것이 아마도 유일한 사례일 것이다.

1997년에는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씨에게 패배하고도 탈당해서 대선에 출마 했고, 2002년에도 이인제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한 뒤로 탈당했으며 1992년 민자당 경선에서 이종찬 후보가 김영삼 후보에게 패배하고는 탈당해서 정주영 후보를 도와준 것 등, 경선 패배와 탈당 출마는 정해진 수순처럼 되어 왔다. 박근혜 후보는 비록 경선에는 패배했지만 그 동안 대한민국에서 보기 어려웠던 훌륭한 정치가로써의 소양과 철학을 아낌없이 보여준 것이다. 또 한국 정치는 미래의 훌륭한 지도자를 발견 하면서 5년 후에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고 있다.

국민 의식과 정치 도의를 업그레이드 시킨 그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경선의 쟁점이 개인의 땅투기에 집중되어 국가 경영의 청사진을 제공하지 못한 것은 대통령 후보자로써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를 소홀히 처리한 것이다.

경선과정 중 대한민국의 정체성, 안보, 샌드위치 경제의 소생, 시장경제의 활성화, 실업자 대책, 특히 젊은이들에게 좁아진 취업 문, 보건 정책, 늘어나는 노인 인구, 비대해진 정부 기구의 축소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꼭 있어야만 했었다.

앞으로 여야의 대선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비리를 폭로하는 Negative Campaign 대신에 국가 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하는 Positive Campaign으로 전환 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대통령의 임무는 비리를 폭로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 경영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는 수탉들이 멋있게 울어 화답할 차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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