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핵심 쟁점 양보했나…되살아나는 타결 희망 |
혁명수비대 테러조직 지정 철회 조건 포기…이란, 미국이 유연성 보여 잇단 '반이란' 인사 암살 기도 사건 후 미국 내 반대 여론 걸림돌 |
보스톤코리아 2022-08-20, 22:09:55 |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이란과 미국은 그간 핵 협상에서 크게 세 가지 쟁점을 놓고 대치해왔다. 혁명수비대(IRGC)의 외국 테러 조직(FTO) 지정 철회, 제재 부활 방지 보증, 이란 내 미확인 장소 핵물질 검출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쟁점을 두고 난항을 거듭하던 협상이 최근 유럽연합(EU)의 중재 속에 진전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타결까지 장애물은 여전하지만, 가장 예민한 쟁점에서 이란이 양보 의사를 보인 것이 알려지면서 협상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되살아나고 있다. ◇ 미국 "EU 중재안에 혁명수비대 관련 이란 요구 빠져" 이란은 최근 제출한 EU 중재안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혁명수비대에 대한 테러 조직 지정 철회 요구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위 관리는 19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EU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란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 명단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최신 버전의 텍스트(중재안)에는 이 요구가 들어있지 않다"면서 "이 사안은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거부해온 것이기 때문에 지금 타결이 가까워졌다면 그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직 양측의 이견이 남아있고 이에 대한 논의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지만, 과거보다 지금이 협상에서 더 많은 모멘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2019년 4월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IRGC는 국제 테러리스트 활동을 지휘하고 실행하는 이란 정부의 주요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외국 정규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혁명수비대가 처음이었다. 혁명수비대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으로 친미 왕정을 축출한 혁명정부의 헌법에 따라 탄생했다. 이들은 안보는 물론 신정일치 체제의 중심축이다. 혁명수비대는 이란의 외교·경제 정책 결정에 있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 레바논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서방은 이란이 이들 무장 단체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무인기·미사일 제작 기술을 전파한다고 보고 있다. ◇ 이란, 제재 부활 방지 강조…"남은 이견 조정 가능해"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은 EU의 최종 중재안에 대한 답변 제출 기한이었던 지난 15일 "주요 쟁점 세 가지 중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미국이 융통성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구두로 유연함을 보여 이를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 이견을 모두 좁힌다면 우리는 타결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어떤 사안에 대해 미국이 융통성을 보였는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익명의 이란 외교관은 국영 IRNA 통신에 "제재 부활 방지 보증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련 이슈가 풀린다면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 행정부가 바뀔 경우 제재가 부활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란은 만약 미국이 핵합의를 다시 탈퇴할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집권 뒤 이 합의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동 정책 실패로 규정하고 2018년 합의 탈퇴와 함께 이란에 제재를 다시 부과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언론 등을 통해 "원칙적으로 미국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했기 때문에 미국 국가 원수의 말만으로는 보증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협상팀 고문도 최근 "우리는 과거 어느 시점보다 타결에 가까이 있다"면서 "남은 이슈들은 아주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재 부활 방지 보증 외에 마란디 고문이 언급한 남은 문제는 미확인 핵물질 관련 쟁점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자국 내 미확인 장소에서 핵물질이 검출된 것과 관련, IAEA의 조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IAEA는 이란이 미확인 장소 3곳에서의 핵물질 검출과 관련해 신뢰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며 이를 규탄하는 이사회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 남은 이견 관련 미국 입장 '완강'…미국 내 반이란 여론 확산 지난해 4월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이란 핵합의 복원 회담은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 3월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최근 EU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섰고, 회담은 5개월 만에 빈에서 재개됐다. 핵합의 당사국(이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독일)들은 EU가 제시한 최종 중재안과 이란의 의견서를 본국에서 검토 중이다.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은 20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에 EU의 최종 중재안에는 이란의 17개 은행과 150여개 경제 단체에 대한 제재 해제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제재 해제의 대가로 이란은 현재 우라늄 농축 농도(60%)를 JCPOA 합의 수준인 3.67%까지 낮춰야 한다. EU의 제안대로 협상이 타결되면 이란은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게 된다. 중재안에는 한국 내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9조3천억원)의 동결 해제도 포함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가장 예민한 혁명수비대 관련 이슈가 풀린 듯 보이지만, 타결까지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한다. 제재 부활 방지 보증과 미확인 장소 핵물질 문제에 대해 미국이 확답을 주저하는 분위기인 데다 잇단 미국 내 이란 관련 사건으로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로 유명한 살만 루슈디는 최근 미국 뉴욕주에서 강연 중 흉기 피습을 당했다. 피의자는 전 세계 무슬림에게 루슈디를 살해하라는 파트와(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율법 해석에 따라 내리는 일종의 포고령)를 내린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루슈디 피습 사건은 혁명수비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매파 인사들에 대한 암살을 기도했다는 미국의 발표가 있은 지 이틀 만에 발생했다. 미국 법무부는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에 대한 암살 교사 혐의로 혁명수비대 대원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미국 땅에서 전직 관리와 반이란 인사가 공격당하는 상황에서 이란 정권에 수백억 달러가 흘러 들어가게 하는 최악의 협상을 반드시 막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19일 미국 뉴욕에서는 작가 등 수백 명이 루슈디를 지지하고 글쓰기 자유 수호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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