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 (Inconvenient Truth)? |
보스톤코리아 2007-08-26, 20:32:21 |
다양성이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에 방해가 될 수도
전세계 국가 중 미국만큼 다양성(diversity)을 존중하고, 차이를 중요시 하는 곳도 드물다. 심지어 '다양성'은 단순히 미국사회의 다문화, 다인종현상을 묘사해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정치적, 철학적, 사회학적 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미국을 멜팅 팟(Melting Pot, 인종,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융화, 동화되어 있는 장소)라고 부른다. 이러한 미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듯 보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성을 시민사회를 건강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주요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다문화축제에서부터 대통령선거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시지가 하나 있다. "우리 안의 차이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정치학자 로버트 펏냄 (Robert Putnam) 교수가 최근 다양성이 건강한 시민사회 형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펏냄 교수는 미국 전역에서 이루어진 약 30,000명과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한 결과, 다양성이 높은 곳일수록 시민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지수들이 낮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즉, 다양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1) 투표율이 낮고, (2)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 적으며, (3) 자선활동을 하는 비율도 낮으며, (4)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하게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다양성을 옹호해왔던 펏냄 교수의 이전의 입장과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펏냄 교수는 다양성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호소력 있는 분석도 내어 놓았다. 즉, 다양성은 복잡하고 논쟁적인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문화적 갈등이 있는 공동체는 문화적 갈등이 없는 공동체보다 의견교환시 역동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문제해결에 있어 유리한 점이 있다. 그러나 펏냄 교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집단은 공동의 목표에 대한 필요를 덜 느끼기 때문에 시민생활에 있어서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의 결론에서 펏냄 교수는 다양성은 소중한 것이며, 미국사회에서 다양성의 증대는 피할 수 없는 역사적 추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보다 다양성이 가져올 수 있는 분열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미국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라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펏냄 교수는 이민자들에 대한 영어교육 기회 확대, 인종간의 교류를 위한 커뮤니티 센터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펏냄 교수의 연구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로서 미국의 장래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가열되고 있는 시점에 나왔기에 그 영향력이 사뭇 크지 않을 수 없다. 보수층은 이민이 미국사회에 끼치는 악영향을 효과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펏냄 교수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진보층에서는 펏냄 교수의 연구가 가지고 있는 오류를 지적하기도 하고, 다양성을 어떻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하버드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래서(Edward Glaeser)는 "(펏냄의 연구는) 다양성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의의를 평가했지만, 펏냄 교수가 제시한 문제점들은 미국정부가 이민자들에 대해 적절한 지원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났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시간 대학의 정치학자 스캇 페이지(Scott Page)는 뉴욕, 런던, LA 등과 같이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가 어떻게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당신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더 많은 통찰을 얻게 된다. 따라서 다양성이 있는 집단이 보다 생산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양성의 어두운 측면에 대한 펏냄 교수의 연구결과는 미국의 대학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계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진혁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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