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세상 - 밤의 메트로 |
보스톤코리아 2007-08-12, 17:19:34 |
밤의 메트로 (강인한(1944~))
소리가 열차를 끌고 간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이 밤을 끌고 간다 칸칸이 불을 밝히고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소리에 끌려 구불구불 미끄러지는 열차 나는 얌전한 소리의 입자처럼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강을 지나는지 소리가 더욱 거세어지고 푸른 밤하늘 위에 열차의 내부가 환하게 떠 있다 멀리 가로등이 흘러가는 야경 위에 곁에 앉은 젊은 여인의 얼굴이 겹쳐진다 소리가 문득 사라진다 옛날에 잊어버린 젖은 이름 하나가 비누방울처럼 밤하늘에 켜졌다가 사라진다 해설) 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판타지의 열차에 탑승해 보라. "지하에서 지상으로/지상에서 지하로" 환상의 내부를 꿰뚫고 종횡무진 구불거리는 열차가 있다.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활 열어제끼고 끝없이 밤여행을 떠난다. 그리움이라 불리는 그 열차의 구간은 저 무한하고 푸르른 밤하늘이다. 애절하다 못해 시린 "젖은 이름 하나"를 그리며 점점 더 깊숙히 파고드는 심연 속으로 속력을 낸다. 달리는 열차 칸에 머리를 기대고 가만히 흔들리며, 온밤의 구석구석을 돌아 나오는 그 열차. 뼈아픈 기억이 안타까이 남아있을 어느 역을 횡단하는 그 열차. 이 시가 아릿하게 시린 추억과 그리움을 잔잔한 감동으로 오래 몰아친다. 그리하여 저토록 환상적이고 매혹적인 밤열차에 밤새도록 동승하게 한다. 강인한 시인은 전북 정읍 출생.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67년 5월 공보부 신인예술상 시조 당선. 시집으로 『이상기후』,『불꽃』,『전라도 시인』,『우리나라 날씨』,『칼레의 시민들』,『황홀한 물살』, 시선집 『어린 신에게』, 시비평집 『시를 찾는 그대에게』가 있다. 신지혜.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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