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무역전쟁' 일어날까…미중 분쟁, 한국에도 '불똥' 촉각 |
中, 무역합의 57%만 이행…美 , 인내심 줄어 추가조치 검토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 고심…득표 영향 정치적 셈법도 변수 |
보스톤코리아 2022-02-11, 15:39:58 |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국 노동자와 농민, 가정들에 경제 정의와 안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2020년 1월 15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중국 측과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식을 하면서 이 같은 의미를 부여했다. 미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할 역사적 합의라는 자평이다.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1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휴전에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서명 한 달 뒤 발효된 미중 무역 합의의 골자는 중국이 2년간 미국에서 수입하는 상품과 서비스 규모를 2017년보다 2천억 달러 늘리는 것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이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일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이 반발하면서 미중 무역 전선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현재로선 미중 2차 무역전쟁 발발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미중 통상 갈등이 커지면 양국은 물론 지구촌 교역을 위축시켜 한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 지켜지지 않은 미중 1단계 무역합의…긴장감 도는 통상 무대 최근 들어 미중 통상 관계에 부는 찬바람이 강해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중국 33개 기업·기관을 수출통제 대상에 올렸다. 미 수출업체가 이들 기업·기관에 수출할 경우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수입업체는 미 규제 준수를 입증해야 한다. 수출통제 대상에는 중국의 반도체 자급을 위한 핵심 회사도 포함돼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은 수출 규제를 정치적 탄압과 경제 침탈의 도구로 삼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와 함께 불거진 중국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미이행 문제도 간단치 않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 결과 중국의 합의 이행률은 57%에 그쳤다. 중국은 2020~2021년 5천24억달러어치의 미국산 제품을 수입했어야 했는데 실제로는 2천888억달러에 머물렀다. 미국은 중국의 합의 이행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세계 경제 침체 등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미국으로서는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가 2020년보다 26.9% 늘어난 8천591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상황에서 중국의 합의 미이행을 두고만 볼 수 없는 처지다. 대중 무역적자의 경우 3천553억달러로 14.5% 불어났다. ◇ 중간선거 앞둔 바이든의 선택은…2차 무역전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산'을 넘겨받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합의 미이행에 대해 보복 관세로 대응할 수 있지만, 미국 경제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 시절 높인 대중 수입 관세의 부담을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 수입 가격과 소비자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고통을 가중하는 것이다. 미국 스피커 제조업체 미스코 스피커스의 댄 디그리 최고경영자(CEO)는 약 3년간 중국에서 수입하는 오디오 부품 대부분에 25%의 관세를 내면서 제품 원가가 뛰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미국 업체들은 수입선을 다른 나라로 다변화하려고 애쓰지만, 단기간에 적합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공급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까지 더해져 더욱 어렵다. 홍콩에 있는 경제단체 중국제조업협회의 앨런 스 회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해 "모두가 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애덤 하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중국의 합의 미이행과 관련, "인내심이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양국의 1단계 무역합의 규정에 따라 어느 한쪽이 약속이 이행하지 않으면 합의 당시 유예한 일부 관세를 다시 부과할 수 있다. 미중 2차 무역전쟁 여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에 좌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보복 조치를 철회하지 않은 바이든 행정부가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백지수표'(추가 보복관세)를 들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몰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추가 관세 카드를 꺼내고,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 같으면 보류할 수 있다"며 "그만큼 가변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 조사를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도 전해졌다. ◇ 미중 갈등 격화는 세계 교역에 악재…한국도 '득보다 실이 커' 미중 2차 무역전쟁이 일어날 경우 1차 때처럼 세계 교역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성장을 3~5년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GVC는 상품의 설계, 중간재 생산, 최종 제품 생산 등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국제적 분업을 거치는 체계를 뜻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내놓은 '미중 무역분쟁의 현황 및 향후 영향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이후 미 수입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이 떨어지고 다른 나라 제품은 올라가는 공급망 재편 현상이 나타났다. 예컨대 추가 관세가 부과된 중국산 제품의 점유율은 4.1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종류의 멕시코산 제품 점유율은 1.63%포인트, 한국산은 0.57%포인트 상승했다. 무역전쟁 직전 18개월과 이후 18개월의 점유율을 비교한 것이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한국이 본 이 같은 혜택이 비교적 작은 것으로 평가했다.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큰 한국의 교역 구조 때문이다. 미국의 중국산 완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는 중국의 한국산 중간재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대중 수출 가운데 중간재가 차지한 비중이 79.6%에 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미중 무역분쟁이 한국에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균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보고서에서 "한국은 전체 무역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61.8%(2021년)로 GVC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교역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역 시장의 변동성과 통상정책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비재 수출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대중 교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새로운 시장의 지속적인 개발 필요성도 강조했다.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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