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염장은 낭두들의 딸이나 누이를 많은 첩으로 두었다. 그런데 어떤 연유인지 자신의 아들을 둘이나 낳은 아름다운 첩 도리를 도두都頭(7등급으로 나누어진 낭두 중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었다. 김양도가 풍월주로 취임하면서 도두 위에 대도두大都頭와 대노두大老頭를 더해 9등급으로 고쳤다) 세기世己와 혼인시켰다. 새로이 남편이 된 세기보다 연상이었던 도리는 오만방자하였다. 남편에게 불순종은 물론 폭언에 더해 이어지는 악행의 과오는 안방을 벗어나 낭문의 모든 낭도들이 알게 되었다. 그래서 풍월주 김양도가 도리를 잡아 벌주려는 내용이 화랑세기에 실려있다. 

[그 때 도두都頭 세기世己의 처 도리道里는 어려서부터 아리땁다는 명성이 있었다. 염장공의 두 아들을 낳고 나와서 세기의 처가 되었다. 세기보다 12살이 많았다. 세기를 노복과 같이 보아서 그 뜻에 맞지 않으면 세기를 매질했는데 못하는 짓이 없었다. 세기에게는 첩이 3인 있었는데 첩이 아들을 낳으면 도리가 질투를 하고 철기鐵器로 세기를 난타하여 세기는 일어나서 낭무郎務를 볼 수 없었다. 공이 노하여 도리를 잡아다 막 볼기를 치려 하는데, 도리가 말하기를 “첩의 죄가 비록 중하나 효장曉長과 유장劉長의 어미입니다. 국법에 선종仙種을 낳은 여자는 볼기를 내놓고 매를 맞는 도리는 없습니다” 했다.

공이 노하여 말하기를 “너의 죄는 곤장 세대에 해당하나 너의 말 때문에 곤장 세대를 더 한다” 했다. 이에 그 치마를 내리고 묶었다. 보량寶良이 간하여 말하기를 “염부廉父가 알면 마음이 상할까 염려됩니다. 우리들이 어찌 지위로서 사람을 다스리고 도리어 불효에 빠질 수 있겠습니까?” 했다. 공이 말하기를 “이 사람을 다스리지 않으면 무리를 징계할 수 없다” 했다. 이에 세기를 불러 꾸짖어 말하기를 “사람의 지아비가 되어 처를 바로 잡지 못했으니, 너의 죄는 파면해야 마땅하다. 너의 처를 곤장치려 했는데 화주花主가 중지시켰으니 마땅히 너를 파면함으로써 너의 처를 징계할 것이다” 했다. 

도리는 세기가 파면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울면서 말하기를 “첩이 볼기를 맞을 것이니 지아비를 파면시키지 마시기 바랍니다” 했다. 공이 웃으며 말하기를 “부부의 의리는 마땅히 이와 같아야 한다. 만약 네가 세기를 나와 같이 섬기고 감히 방자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볼기맞는 것을 면하고 너의 지아비를 보호할 수 있다” 했다. 도리가 이로써 그 지아비에게 굴복하여 방자함이 변하여 순종하게 되었고 다시는 첩들에게 강새암을 하지 않았다. 그 밖에 다른 낭두의 처들도 모두 선仙을 믿고 지아비에게 방자할 수 없게 되었다. 낭두들이 서로 축하하여 말하기를 “신주新主의 덕화德化가 안방까지 깊이 미쳤다” 하고, 공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풍월주의 첩으로 있으면서 기세가 등등했던 도리는 자신이 모시던 풍월주의 명으로 도두에게로 시집가게 되었으니 강등된 기분에 자신의 처지를 받아드리기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그것도 상통하여 이루어졌다면 행복했겠지만 무슨 연유인지 강제성이 있어 보인다. 게다가 방자한 도리의 성품은 새 남편 세기를 노복부리듯 하며 폭언과 악행을 저질렀다. 그래서 갓 풍월주로 취임한 김양도가 선문으로 잡아들여 체벌을 하려고하자 선종을 낳은 여자는 볼기를 내놓고 맞는 법이 없다고 항변했다. 도리는 일찍이 17세 풍월주 김염장의 첩으로 들어가 두 아들을 낳았다. 위의 인용문 가운데 도리가 국법을 운운한 것으로 보아 풍월주의 아들(仙種)을 낳은 여인들은 그렇지 않은 여인들과 비교하여 상벌에서도 많은 특권이 있었음을 볼 수 있다. 그 규범과 염장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화주(풍월주의 부인)인 보량寶良은 염부廉父(17세 풍월주 김염장을 가리킨다)의 심기를 염려하여 도리의 사죄赦罪를 간청하였다. 22세 풍월주 김양도와 부인 보량은 이부동모의 자매로서 어머니가 양명공주이다. 양도의 아버지는 김모종이고 보량의 아버지는 설보종이다. 그리고 그들의 어머니 양명공주가 김염장과 사통하여 아들 장명을 낳았기에 그들은 장명과도 이부동모의 형제/남매간이다. 그래서 보량이 남편에게 악행을 저지른 도리의 죄가 무겁지만, 한때는 김염장의 첩이었고 염장의 두 아들을 낳은 도리의 선처를 간청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도리는 안중에도 없었던 남편이었지만 낭두 중에서 (개편하지 전까지) 가장 직급이 높았던 도두都頭의 직에서 파면 당한다면, 범부의 처로 처지가 더욱 초라하기에, 지은 죄를 뉘우치고 각성하여 새로운 남편 세기에게 순종하고 세기의 다른 첩들에게도 강새암(시기, 질투)하지 않기로 맹세하고 나서야 볼기도 맞지 않았고 세기의 도두직도 유지할 수 있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낭두들의 처는 모두 혼전에 선문에서 봉화로서 상선이나 상랑/화랑들과 색사를 한 후에 낭두와 결혼할 수 있었기에, 결혼 후에도 선仙(청례/색사를 나눈 상선 또는 상랑/화랑)을 믿고 남편인 낭두들에게 방자하게 굴었던 처들이 있었음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도리의 사건으로 인하여 모든 낭두의 처들이 남편에게 순종하게 되었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