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오얏 향기 |
보스톤코리아 2021-11-01, 11:24:26 |
다시 놀랐고 무서웠다. 우리집 마당에서 땅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어해 전 아찔한 경험을 치렀는데, 땅벌에 몇방 쏘였던 적이있다. 벌들은 뿜어나오는 꽃향내와 꿀을 찾을텐데, 우리집 마당이 꿀과 젖이 흐르는 가나안땅인가? 아니면 우리집은 꽃천국 안뜰에 있는걸까. 꽃의 고운 자태는 벌과 나비를 향한 화려한 유혹이다. 꽃내음도 한몫 할텐데, 꽃향기를 화향이라고 한다. 말 역시 향기롭다. 중국시인 백거이는 읊펐다.‘봄바람에 매화요(春風梅), 앵두꽃 살구꽃 복사꽃 자두꽃일지니 (次櫻杏桃李)’꽃들은 자태뿐아니라 분명 향기도 풍겼을테니 내 코끝이 자연스레 벌렁거린다.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에겐 고역일 수도 있겠다만 꽃들도 이젠 모두 졌고 열매를 맺는 계절이다. 자두도 열매를 맺었을 텐데. 자두(李)가 오얏인걸 알지 못했다. 나는 오얏은 오이인가 했는데 자두란다. 오얏(자두)꽃은 대한제국 문양으로 쓰였다. 꽃은 예쁘덴데 나라꽃 치고는 갸냘퍼 보인다. 그렇다고 내가 매화와 앵두꽃과 살구꽃과 복사꽃과 자두꽃을 구별할 수있는건 아니다. 배꽃(梨花)이 어떻게 다른지 그것도 알지 못한다. 한편 이李라면 생각나는 게 있다. 이낙사李落祠. 이순신장군을 모신 사당인데 이李(이순신장군)가 떨어진 (낙落) 자리란다. 장군이 전사한 곳이라는 거다. 사당 이름은 누가 지었는지 오히려 처연하다. 말그대로 오얏꽃잎 바닷바람에 휘날려 떨어지나니. 읖조리기엔 낭만이다만, 남해바다 바람마냥 서늘하다. 사당은 노량 앞바다를 바라본다. 소설가 김훈은 칼의 노래를 통해 후각을 극대화 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인데 이순신 장군이 전사할 적이다. 장군은 화약 연기의 냄새, 죽은 아들 이면의 젖냄새, 백두산 밑 새벽안개의 냄새, 여진의 몸냄새를 떠올린다. 장군은 바다내음에 묻힌 자두열매 향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이낙사 사당엔 자두나무가 심겨져 있는지 그건 모르겠다. 봄이면 오얏꽃 향내가 풍길법도 하다. 과일향기는 몇리나 가나? 한국에선 꽃내음 대신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자욱하다. 화약 냄새일 수도 있겠다. 스스로 자리를 내놓은 한국 국회의원이 던진 말도 흩어진다. “봄날 벚꽃잎처럼 흩뿌리시겠다니. 보기엔 좋은데 순간 뿐이라 허망하다.’ 이하부정관 李下不整冠인데, 오얏나무 밑에선 갓끈도 고치지 말라 했던가. 남에게 의심 받을 일은 하지 말라는 경계일 게다. 한국정치판에 얼씬거리는 사람들은 많다. 정치판엔 꿀과 화향이 진동하는가? 냄새는 질척이는데 감미롭지는 않다. 몸가짐을 올바라야 한다.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 맡는 곳은 어디냐 (고린도 전서 12;17)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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