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군자불기 君子不器 |
보스톤코리아 2021-10-04, 12:01:13 |
라면은 양은냄비에 넣고 끓여 냄비째 먹어야 한다. 라면을 화채그릇에 넣어 먹는다면 그또한 어울리지 않는다. 엽기적인 행동이라 해야겠다는데 담아내는 그릇器이 음식 맛을 크게 좌우한다. 냄비우동 역시 냄비에 넣어 먹어야 이름값이 되는 것과 같다. 공자의 말이다. 군자불기君子不器. 군자는 한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두루 통섭이요 회통이라 했던가. 해석은 구구한데, 일정한 틀에 맞추는 건 아니라는 말일게다. 한문漢文이 갖는 또다른 재미일 수도 있다. 신영복 교수의 책에서 나온다. 막스베버의 주장이고, 군자불기중 기器자를 해석했다. 동양과 사뭇 다른데, 기器는 기술성과 전문성이며 직업윤리라는 말이란다. 따라서 아니 불不자가 붙는다면, 군자란 아예 기술도 전문성도 없다는 거다. 비실용적이며,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인간부류라 했다. 군자가 들었으면 역정을 낼만도 하겠다. 공자가 말한 참뜻은 사뭇 다르다. 불기不器란 일정한 틀에 억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유와 행동방식. 그럴테니 베버의 해석은 부정적인데, 베버가 기器를 기技와 헷갈린건 아닌가 싶다. 시 한편이다. 제목이 재미 있다. 국화빵. 붕어빵에는 붕어가 들어있지 않듯이 국화빵에는 국화가 들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국화향기보다 더 달콤한 추억이 가득 들어 있었다. (이문조, 국화빵 중에서) 국화빵틀(器)에선 국화빵만 나온다. 붕어빵틀 이라면 붕어빵 모양만 나온다. 그런데 부침개엔 일정한 모양이 없다. 붕어나 국화 부침개는 없는데, 틀이 없기 때문이다. 기름두른 부침개는 생김새와 크기가 제각각이란 말이다. 부침개 불기不器라 해야 할까. 요새 젊은이들은 너나없이 잘생겼고 참똑똑하다. 각자의 모국어 뿐만아니고, 한두개 외국어도 거침없이 구사한다. 군자의 반열에 들었다고 해야겠다. 과연 외국어도 이젠 중요한 기技가 된듯 싶고, 유창하다면 더할 나위 없는 그릇器이다. 글 잘 쓰는 선비의 붓끝으로 (시편 45:1,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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