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애벌레' 쓴 그림동화 거장 에릭 칼 별세…향년 91세
배고픈 애벌레는 희망에 관한 책…누구든 날개 펼칠 수 있어
30대 후반에 늦깎이 데뷔 후 동화책·그림책 70여권 남겨
보스톤코리아  2021-05-26, 23:53:59 
배고픈 애벌레 쓴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91세로 숨져
배고픈 애벌레 쓴 미국 동화작가 에릭 칼 91세로 숨져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세계적으로 유명한 그림동화 '배고픈 애벌레'를 쓴 미국 작가 에릭 칼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별세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1세.

칼의 유족은 칼이 23일 매사추세츠주 노스앰튼에 있는 작업실에서 신부전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AP통신과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26일 보도했다.

칼의 대표작은 '배고픈 애벌레'(The Very Hungry Caterpillar)다.

1969년 6월 처음 출간된 배고픈 애벌레는 허기진 애벌레 한 마리가 일주일 동안 음식을 먹고 자라나 나비로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출판사 펭귄 랜덤하우스에 따르면 224개 단어와 그림들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어를 포함한 70여개 언어로 번역돼 5천500만부 넘게 팔렸다.

배고픈 애벌레는 당초 책벌레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가 편집자 권유를 통해 지금과 같은 이야기로 탈바꿈한 것으로 알려졌다.

칼은 1994년 NYT 인터뷰에서 "배고픈 애벌레는 희망에 관한 책"이라며 "누구든지 성장하고 날개를 펼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칼은 '나랑 친구 할래?'(Do You Want to Be My Friend?, '머리부터 발끝까지'(From Head to Toe) 등 작품 70여 편을 통해 간단한 단어와 밝은 색상으로 세계관을 그려냈다.

칼은 1999년 문학상 '리자이나 메달', 2003년 아동문학상 '로라 잉걸스 와일더상'을 받았다.'

칼은 1929년 6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로 이주한 독일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는 6살이 됐을 때 향수병을 호소하던 어머니 요하나의 고향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돌아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 에리히는 군에 징집됐다가 러시아에 포로로 잡혀가게 된다.

칼 자신도 15살이 되던 해 군대에 끌려갈 뻔했지만, 독일-프랑스 국경에 있는 요새 '지크프리트선'의 참호작업에 동원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는 이러한 경험 때문에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갖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칼은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 예술을 공부하던 슈투트가르트 국립미술대를 1950년 졸업했고, 2년 뒤 미국 뉴욕으로 다시 건너가 NYT에서 삽화를 그리거나 광고 디자인을 만들면서 생활했다.

독일로 돌아가 제2기갑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온 칼은 1963년 NYT를 떠나 프리랜서로 활동했으며, 이때 작가이자 교육자인 빌 마틴 주니어를 만나 작가의 길로 입문하게 된다.

칼은 1967년 '갈색곰아, 갈색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로 데뷔했는데, 당시 나이 38세였다.

칼은 1953년 첫 번째 결혼식을 올렸으나 10년 만에 이혼했으며, 이후 두 번째 아내 바버라 모리슨을 만나 1973년 결혼했다.

이들 부부는 2002년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에 '에릭 칼 그림책 박물관'을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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