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다가 주저앉는다
신영의 세상 스케치 789회
보스톤코리아  2021-04-26, 11:43:42 
무엇인가 신중하게 결정을 해야 할 때 곰곰이 생각하고 따져보는 습관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결정하시는 시기를 놓쳐버릴 때가 있다. 그 후에 이렇게 했더라면, 저렇게 했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마음은 쉬이 가시질 않았던 일이 있을 것이다. 직장이나 사업, 자녀들과 부모 간의 관계 그리고 친구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에게 마음의 전달이 정확하지 않으면, 그 상대의 속을 어찌 알까. 내 생각을 확실히 전달해야 서로에게 오해가 생기지 않으며 불편함이 없어진다. 

어려서 연애하던 때를 생각해 보면 사랑 고백도 그렇지 않던가. 생각이 너무 많으면 그 생각 속에 갇혀 그만 주저하다가 주저앉고 마는 것이다. 일단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세 아이가 서른 나잇 줄에 들었다. 이제는 제 짝들을 제대로 잘 만났으면 하는 마음의 기도가 생겼다. 그런데 엄마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딸아이나 아들아이는 아이들 마음에 들면 좋겠다 싶으면서도 엄마의 마음에 더 들기를 은근히 바라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인생 선배로서 걸어온 길을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요즘 산책길 걷기가 얼마나 좋은 시기인가. 집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은 더욱더 곱기만 하다. 현관문을 나설까 말까 마음의 요동을 가라앉히기 힘들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그냥 뒤돌아보지 말고 편안한 신발만 갈아신고 무조건 나가는 것이 해 질 무렵에 나의 오늘을 되돌아볼 때 참 잘했구나 싶을 것이다. 여기저기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러 나온 주인들보다 따라 나온 강아지(개)들이 주인을 이끄는 풍경이라니 참 재밌다. 하늘도 파랗고 봄바람 따라 하얀 뭉게구름도 두둥실 넘실거린다. 

생각에 그치면 그저 몽상일 뿐이다.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실천으로 옮겨야 일이 생긴다. 운동이든, 공부이든, 그 어떤 일이 될지라도 말이다. 영어 속담에 Better late than never '하지 않는 것보다 늦더라도 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늦더라도 하면 그 결과가 마음에 흡족하지 않더라도 내 인생에 작은 출렁임이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삶이고 인생인 것이다. 오늘 시작하라, 아니 지금 시작하라. 주저하다가 주저앉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상대에게 자꾸 권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좋아하는 운동이라고 다른 이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내게 참 좋았고 유익했다는 이야기는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운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산을 좋아하고 골프를 좋아한다. 내 성향이 그런가 싶다. 산 정상이 목표(목적) 지점이 될 수는 있겠지만, 모두가 산 정상이 목적지는 아닐 것이다. 오르다가 힘들면 오른 만큼의 자리에서 내려오면 되는 일이다. 내 경우는 정상을 올라 맞이하는 일이 참 좋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내 목표치를 정해놓고 시작하면 신바람이 일렁인다. 그것은 함께하는 다른 이와의 경쟁이나 비교가 아닌 나 자신과의 약속이고 나 자신의 기대치와의 경쟁이다. 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골프도 라운딩을 하다가 주저하지 않는 까닭이다. 시작했으면 목표지점을 향해 빠르지 않더라도, 늦게라도 계속 가면 되는 것이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경쟁하지 말고 그냥 내 길을 묵묵히 꾸준히 가는 것이다. 방향이 중요하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샌가 내 목표지점이 저만치 보이는 것이다.

산을 오르며 삶에 대한 깊은 생각과 마주했다. 산이 높을수록 계곡이 깊음을 그때 깨달았다. 산길을 오르내리는 일처럼 우리네 삶도 그리 녹록지 않음을 말이다. 산을 오르다가 다리에 쥐가 난 때도 있었고, 가을 낙엽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찐 때도 있었다. 산을 오르는 여정만큼이나 삶의 여정도 쉽지만은 않은 일임을 산을 오르며 배우고 깨달았다. 이렇듯 주저하지 않고 앞을 향해 발을 내딛는 것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실패의 두려움으로 움츠러들지 말고, 씩씩하고 당당하게 지금 여기를 사는 일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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