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으로 성격판단이젠 그만
보스톤코리아  2007-07-22, 00:29:54 
혈액형에 따라 성격 차이가 있다고 믿는 한국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믿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잡지나 인터넷의 심리테스트에서도 혈액형별 성격을 다룬 것들을 자주 접할 수 있다. A형은 내성적이다, B형은 변덕스럽다, 저 사람은 전형적인 A형이라든지 AB형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같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이렇게 혈액형에 따라 성격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혈액형별 성격론 혹은 혈액형학이라 부른다.
혈액형에 따른 성격차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일본사회에서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최초로 발표된 것은 1927년이다. 후르카와(古川)라는 심리학자의 "혈액형에 따른 기질의 연구"라는 논문은 매스컴의 주목을 받아 한동안 화제가 되었으나, 이 논문은 바로 부정되어 혈액형과 성격차이라는 주제는 심리학계에서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혈액형별 성격론은 1970년대에 노미 마사히코(能見正比古)라는 방송작가가 쓴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궁합","혈액형 인간학: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성격분석" 등의 책들로 다시 붐을 일으키게 된다. 많은 잡지들이 이 책의 내용을 다루면서 혈액형에 따라 성격 차이가 있다는 믿음이 일반인 사이에 굳게 심어졌는데, 이러한 믿음은 요즘도 혈액형에 관한 서적들이 심심치 않게 베스트셀러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혈액형 붐은 식지 않았다. 예전의 우리나라 잡지들은 일본 잡지의 내용을 베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본에서 유행하는 현상이 바로바로 우리 사회에 들어오곤 했다. 실제로 혈액형에 따른 성격차이는 존재하는 것일까? 대답은 No이다. 사회심리학에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혈액형과 성격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액형별 성격을 믿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예언의 자기성취(self-fulfilling prophecy)라는 현상이 있다. 예언의 자기 성취란 애매한 정보에 바탕한 기대가 현실이 되어 되돌아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기자식을 매일 한심하다고 구박하면 결국은 한심한 사람이 되어 버리고. 반대로 영리하다고 칭찬을 하다보면 정말로 영리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알고 있는 피그말리온 효과가 예언의 자기 성취 현상의 좋은 예이다. 사람은 어떠한 신념을 갖게 되면 그것에 일치하는 현상을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 혈액형학을 믿는 사람은 사람의 성격은 혈액형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고 예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예단(豫斷)의 함정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사람들은 기대나 예단에 근거하여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정보처리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려하는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이어진다. 즉 자신의 기대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는 받아들인다. 반면 처음 정보에 부정적인 네가티브 피드백 정보는 철저하게 무시한다. 부합하는 사례만이 수집되어 기억되며 부합하지 않는 사례는 완전히 망각된다.
두 번째로 버남(Barnum)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성격검사에서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해석을 사람들이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말한다. 다음의 문장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당신에게는 어느 정도 들어 맞을까?
"자기자신에 비판적이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라고, 사교적으로 처신할 때도 있다. 그러나 내향적이고 수줍음을 타는 부분도 있다. 성격적으로는 약한 면도 있지만 ㅏ른 측면으로 보완하고 있다. 지금 이성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문장을 읽고 자기에게  들어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성격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가 "자기에게 맞는다"라고 느낄 수 있도록 씌어진 문장일 뿐이다.

세라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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