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탄성의 한계
보스톤코리아  2021-02-15, 11:47:06 
한국을 방문중이었다.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잡동사니들을 모아둔 바구니속 이었다. 모나미 볼펜을 발견한 거다. 반갑고 새삼스러워 만지작 거리며 탐을 냈다. 가져도 되는가 물었고, 허락이 떨어지기 전에 가방에 넣었다. 모나미 볼펜은 순 한국산이다. 

나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모나미 볼펜을 애용했다. 그게 한 십원했던가? 

모나미 볼펜에 문제가 전혀 없던건 아니다. 잉크덩어리가 자주 묻어 나오는건 흠이었다. 한편 펜을 감싸고 있는 스프링이야 오래갔지 싶다. 장난삼아 꺼내 가지고 놀적엔 당연히 쉽게 늘어났다. 제자리로 돌아올 수없었던 거다. 
광화문에 걸린 글판이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광화문 글판, 8월, 2020)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이란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건 복귀復歸라 할 수도 있겠다. 초등 물리학에선 훅크의 법칙이라 한다. 용수철은 늘리면 늘어나는데, 늘리는 힘이 빠지면 제자리로 돌아온다. 복원된다는 말이고, 탄성彈性이라고 한다. 볼펜안에 들어간 스프링도 용수철이다. 

큰 힘을 가해도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임계력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용수철은 너무 큰 힘으로 늘리면, 늘어나 덜렁 거린다는 거다. 이때는 아무리 큰 힘을 가해도 원래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한다. 복원력을 잃었으니, 오래되어 삭아 버린 내복 고무줄되는 거다. 

마스크 귀걸이도 고무줄로 만들었다. 당기고 조이는 힘때문에 귀바퀴가 몹씨 편치 않다. 하긴 마스크는 일회용일 진대, 고무줄이 늘어날 걱정은 덜하다. 너무 팽팽해서 그건 문제지만 말이다. 귀바퀴가 혹사 당하고 있다. 

모든게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그러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해도, 예전과 같이 완전한 회복과 복귀는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탄성의 한계를 넘어서 복원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바라건대 부디 제자리로 돌아오라. 
한국정치에선 탄력적 적용이란 말이 있다 하던가. 

각 산과 섬이 제자리에서 옮겨지매 (요한계시록 6장 14절)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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