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흠순은 술을 끊고 나서 부인을 한명 더 얻었다. 그는 젊은시절 부터 음주를 좋아했다. 그의 애주는 보단과 결혼 후에도 계속되었기에 부인 보단은 손수 술을 빚어 다락에 두고 대접하였다. 늘 변방을 돌아다니며 전장의 시석을 무릅쓰고 국경을 지키던 흠순은 어느날 부인 보단의 품으로 돌아올 기회가 있었다. 그가 전쟁에 임하면 산천의 초목이 떠는 신라의 대영걸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부인과 아이들을 사랑함이 지극하였다. 그런 그는 오랜만에 귀환했기에 보단이 친히 빚은 술을 마시며 사랑하는 부인과 재담을 나누고 싶었다.

보단은 곧 술을 가지러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긴 흠순은 다락으로 올라갔다. 이윽고 흠순의 눈앞에는 부인 보단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으며, 술독 안에는 큰 구렁이가 술에 취하여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 ‘구렁이 사건’ 으로 인하여 흠순은 단주를 하였다. 그리고 그 소문은 장인인 보리공의 귀에도 들어갔다. 보리는 부인 사랑함이 그와 같다면 둘째 딸을 주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보단의 동생 이단利丹도 흠순에게 시집보냈다.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면,

[보리 할아버지가 듣고 “처를 사랑함이 이와 같다면 곧 둘째 딸을 주어도 좋다” 했다. 이에 낭주의 동생인 이단을 또 공에게 시집 보내어 세 딸과 두 아들을 낳았다. 자매가 한 지아비를 섬긴 까닭에 시기하고 질투하는 기색이 없었다. 공은 집에 있으면 오직 좋은 아버지가 되어 두 낭주 및 자녀들과 노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았으니, 그가 삼한의 대영걸인 줄 누가 알겠는가? 전쟁에 임하면 초목이 모두 떨고 집안에서는 닭과 개가 모두 업신여긴다고 한 것은 공을 두고 한 말이다.]

이렇게 김흠순은 부인 보단의 ‘구렁이 사건’ 으로 인하여 술을 끊었고, 이에 장인의 신망을 얻어 부인 한 명을 또 얻었다. 김흠순은 전장에서는 산천초목을 떨게한 용맹한 장군이었고 집안에서는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는 유순한 호인이었지만 결점이라면 재물을 모으는데는 어두었다. 그래서 늘 월성에서 가장 부자였던 김염장에게 부탁하여 재용財用을 조달하였다. 김춘추와 김유신을 위하여 자신의 재물을 아끼지 않았던 염장은 김흠순에게도 후덕하였다. 김염장(부모는 천주와 지도태후이다. 천주의 부모는 진흥왕과 월화궁주이다. 지도태후는 원래 진지왕의 왕비로 아들 용수와 용춘을 낳았다. 그리고 진지왕이 폐위되어 죽은 뒤 천주와 결혼하였다) 은 재물을 많이 모았다. 그리고 당시 월성에서 가장 좋은 초호화주택에서 살았다. 그가 살았던 수망택水望宅은 삼국유사에도 등장한다. ‘호색탐재好色貪財’ 란 말과 같이 그는 미생(미실의 동생, 그는 수 많은 첩으로 부터 자녀가 백명이 넘어 그들의 이름도 다 몰랐다고 기록되어 있다)과 함께 첩을 가장 많이 두었다. 염장이 두었던 첩의 이름이나 숫자는 기록에 없지만 다만 미생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어째든 김흠순은 염장의 재물을 그냥 얻어 오지는 않았다. 자신의 여러 아들들에게 염장의 딸들과 혼인하게 하였고 그 딸들이 재산을 가지고 시집 오게하였다. 김흠순은 정실부인 보단과의 사이에서 아들 일곱을 낳았고, 후처인 이단과는 3남2녀를 두었다. 그런데 그들의 이름은 모두 사서에 등장하지 않고 다만 삼국사기에는 반굴만이 그의 아들로 기록되어 있고, 화랑세기에 아들 4명의 이름이 등장한다. 반굴이 셋째 아들로 나오며 아들 아홉 중 그만이 홀로 염장의 딸과 결혼하지 않고 김유신의 딸인 영광令光, 즉 사촌과 결혼하여 아들 영윤令胤을 낳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또한 화랑세기에는 넷째아들 원수元帥, 여섯째 아들 원선元宣, 그리고 아홉째 아들 원훈元訓이 등장하는데 이들 셋 모두 중시中侍의 벼슬을 지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들 중 반굴과 원수와 원선은 보단이 낳은 아들들이고, 원훈은 후처 이단의 소생이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아들 아홉명 중 반굴을 제외한 여덟명 모두 김염장의 딸들에게 장가를 들어 부인들로 부터 많은 재물을 가지고 오게 하였다. 

김유신의 넷째딸 영광은 삼국사기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먼저 김유신의 아들과 김흠술의 아들들은 모두 ‘원元’ 자 돌림인데, 다만 김유신의 장남은 삼광三光이고 넷째 아들은 장이長耳이다. 그리고 삼국사기에 의하면 김유신이 환갑을 맞아 김춘추의 딸 지소공주와 결혼하였다. 아울러 그 전의 결혼여부에 대한 기록은 없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면 김유신은 612년에 11세 풍월주 하종의 딸 영모와 결혼했다. 그의 나이 만 17세 였으며, 그해 그는 15세 풍월주가 되었다. 그리고 화랑세기에 간간히 등장하는 김유신의 딸들, 진광, 신광, 작광, 영광은 어머니가 지소가 아닌 영모가 분명하다. 김흠순은 형 김유신보다 세살이 어리고 반굴은 흠순의 3남이며, 영광은 유신의 4녀이기에 그들이 부부가 되기에도 비슷한 연령이었다. 또한 김유신의 장남인 삼광은 지소가 낳은 아들이 아니고 첫부인 영모의 소생이 틀림없다(삼광의 이름 돌임자와 그가 남긴 업적의 시대적 배경을 고찰했을때…).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