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세기花郞世紀, 19세 풍월주風月主 흠순공欽純公(4)
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보스톤코리아  2021-01-25, 12:49:44 
아버지 보리공의 명에 따라 김흠순과 혼인한 보단은 서녀로 태어났지만 학식과 재능이 풍부하였고 또한 미모와 덕성이 남이 따를 수 없이 출중하였다. 학식과 재능은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았고 미모는 어머니 후단부인을 닮아서 당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고 있었다. 그래서 김흠순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중요한 사항은 늘 부인 보단의 의견을 들어 결정했다. 그리고 그는 공처가가 아닌 애처가이며 그가 세운 모든 공이 부인 보단의 내조라며 자랑스럽게 말하였다. 

보단의 아버지 보리공은 12세 풍월주를 지냈다. 보리의 부모는 이화랑과 숙명공주이다. 이화랑은 4세 풍월주를 역임하였고, 숙명은 지소태후(진흥왕의 어머니) 와 태종(이사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화랑의 부모는 1세 풍월주 위화랑과 준실부인 박씨이다. 보리는 만룡낭주와 결혼했는데 만룡은 정숙태자와 만호부인의 딸이다. 보리는 부인 만룡과 함께 아들 예원과 딸 보룡을 낳았다. 예원은 20세 풍월주가 되었으며, 아들 오기를 두었고, 오기의 아들이 김대문이다. 또한 보리는 후처 후단厚丹이 있었는데 보태菩太와 보호菩好 두 아들과 두 딸인 보단과 이단을 두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원광법사가 보리의 형이다. 신라의 명장 김흠순이 보리의 서녀 보단을 정처로 맞이하였고, 아내를 존중함이 지극하여 후일 보리는 보단의 동생 이단도 김흠순에게 출가시켰다. 화랑세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보단은 보리 할아버지의 풍모가 있어 재능과 아름다움이 남이 따를 수 없이 뛰어났고 미덕을 많이 갖추고 있었다. 흠순공은 기쁨을 스스로 이기지 못했다. 스스로 다스리지 못하는 일이 있으면 모두 보단의 의견을 듣고 결정을 했다. 일곱 아들을 낳았는데 모두 아름답고 용감하며 아버지를 닮아서 집에 돌아오면 단란하고 화목한 분위기가 있었다. 흠순공은 늘 사람들에게 일러 말하기를 “내가 능히 나라國와 집家門을 위하여 공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처가 뒤에서 도운 때문이다” 했다. 유신공이 큰 일이 있으면 집에 들어가지 않고 문을 그냥 지나갔는데, 공은 큰 일이 있으면 반드시 먼저 집에 이르러 낭주娘主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갔다. 흠순공은 늘 시석矢石을 무릅쓰고 지방에 많이 있었는데 낭주는 원망하지 않고 집에 있으며 기도 드렸다. 집에 돌아오면 한집안 식구들이 떠들며 좋아했다.]

김흠순은 젊어서 아주 애주가였는데, 어느날 뜻하지 않게 부인 보단의 ‘뱀蛇 사건’ 으로 인하여 술을 끊었고(遂不復飮), 이에 감동한 장인 보리는 아내 사랑하는 마음이 그와 같다면 둘째 딸을 주어도 좋다며 보단의 동생 이단을 흠순에게 후처로 출가시켰다. 화랑세기의 기록에 보면,
[공은 젊어서 술을 즐겼다. 낭주가 친히 술을 빚어 다락 위에 두고 드렸다. 하루는 공이 술을 찾자 낭주가 다락에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았다. 공이 이상하게 여겨 다락에 올라가니 큰 뱀이 술독에 들어가 취하여 있었고 낭주는 놀라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공은 이에 낭주를 업고 내려왔다. 마침내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여기서도 당시 신라의 주택 구조를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김흠순이 살았던 주택의 규모를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예상컨데 여러개의) 술독과 세간살이를 둘 수 있었던 크기의 다락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김흠순의 집도 삼국유사에 기록된 금입택 중의 하나인 형 김유신의 종가라는 설명이 붙은 ‘재매정택’ 과 같이 초호화주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지배층이 소유했던 주택의 구조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김유신의 종가 재매정택은 사라졌지만 그 위치(집터)는 전하고 있다. 집 안마당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물인 재매정財買井이 현존하고 있다(경주시 교동 89-7번지, 사적 246호). 그 외에도 화랑세기에는 지배계층의 주택이 업급되고 있다. 역시 삼국유사에 기록된 금입택 중의 하나인 수망택이 17세 풍월주를 지낸 김염장의 집으로 등장한다. 또한 13세 풍월주를 역임한 김용춘이 만년에 천명天明과 호명昊明 두 궁宮, 즉 두 부인과 함께 산궁山宮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거문고와 바둑을 즐겼다고 묘사되어 있다. 산궁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으나 수목에 싸인 별궁이었으리라 짐작된다. 또한 5세 풍월주를 지낸 사다함이 어머니 금진金珍의 방탕한 생활에서 독립한 후 ‘사택賜宅과 본장本庄에 들어가지 않았다’ 는 기록에서, 사택은 아마도 임금이 내린 집으로 추측되며 본장은 그들이 원래 살았던 집이나 별장으로 사료된다. 이 모두 당시 신라의 최고 지배층의 호화주택의 면모를 보게한다. 하지만 더 상세한 규모나 구조를 알 수 없기에 많은 아쉬움이 따른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한국사데이터베이스(db.history.go.kr)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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